제 5화:Reisen(여행)






프랑스에서의 학살을 끝내고 자신의 안식처로 돌아온 그녀는, 항상 하던일을 하였다. 세탁과 샤워를 마친 뒤 기록을 하는 것 까지. 하지만 이번 의뢰비를 계산해야는 일은 때때로 생겨났다.


"어디보자.... 이번달 식비하고... 기타 비용에.. 찻잎 비용까지 내면...."


항상 수입인 의뢰비가 들어올때마다 그녀는 미리 자신의 수입을 어디다 사용해야하고 또 어디서 돈을 줄여야 할지 알아야 했기에 여느때와 같이 '장부'라고 적힌 넓은 책에 비용을 적어가며 계산하고 있었다.


"으음....역시 식비를 줄여야 하나... 하다못해 하루에 한번 티타임도 겨우 가지는데.. 그것도 이제 하지 말아야 하나..."


장부를 정리하다 자신도 푹 한숨을 내쉬고는 매일 꾸준히 나가는 엄청난 지출들과 어쩌다 몇번 들어오는 고수입이 서로 맞지가 않은지 머리를 싸매고는 끙끙 앓고 있었다.


".....몰라.... 한동안 허리띠 콱 졸라매고 있어야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포기한듯 장부를 덮어버리며 책장에 꽂아버리고는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누워 몸에 쌓였던 피로를 풀으려 잠들었다.





"...우애옹....."


다음날 아침, 여느때 같았음 키라가 일찍 깨워 밥을 주고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자신도 힘든데 주인은 더더욱 피곤했을테고 더군다나 자신을 괴롭힌 인간놈을 혼내느라 소리친것을 그 당시 주인의 품 사이로 다 들었기에, 몰래 창을 열어 밖으로 나가 숲 안쪽 강가 근처에 살아가는 물고기 몇마리를 잡아 먹고온 후에 주인의 곁으로 올라 작게 울어보았다.


"......ㅋ...라....쉬이......"


한참 자고있는 그녀는 반려묘가 우는 소리로 간간히 붕대가 감겨있는 손을 뻗고는 느리고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웅얼거리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ㅇ...애앍...깨꾸욱....고르릉....꾸륵...."


작게 울다가 주인의 손길이 다가오면서 느껴지자, 주인바보냥 키라는 골골송을 부르며 주인의 머리맡으로 가 두세 바퀴를 빙글빙글 돌고는 이내 털썩하고 눕자, 주인의 콧등이 자신의 코하고 아슬하게 맞붙는게 긴 수염으로 느껴졌다.


"우응....우리...키라....자자-...."


마치 피로에 지쳐 자고있는 부모가 조금 잠에 깬 아이를 달래며 자듯이 그녀는 키라의 뺨부터 어깨부분까지 쓰다듬어주면서 조금 앞으로 얼굴을 대 아예 맞붙이고는, 작게 부빗이면서 중얼거리다 잠들었다.


"....먀앍....ㅇ...."


그런 마음을 잘 아는 반려묘 키라는 주인만 들을 정도로 아주 작게 울고는 부딪힌 이마를 부빗이며, 부드러운 손길을 준 붕대가 감긴 다친 손에 앞발을 놓아주며 같이 잠들었다.





그렇게 달콤한 수면을 즐긴 둘은, 다음날 늦은 오후에서 둘만의 작은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설탕에 절인 과일로 만든 파이와 홍차가 전부였지만 그녀는 충분히 즐겼다. 그녀의 반려묘인 키라도 항상 먹었던 우유 대신 물을 먹었지만 항상 주지 않았던 맛있는 말린 생선 껍질을 같이 먹었기에 우유보다 물을 마시는걸 더 좋아하였다.


"....뭉냐아~ 에웅... 끄륵-..."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먹은 고양이는 물을 한가득 마신 뒤 길고 가느다란 콧수염 끝에 맺힌 물방울을 털어내곤, 입가 주변을 깨끗하게 핥으며 기분이 좋아진듯 울다가 트림을 내었다.


"푸흐....넌 정말 귀엽다니까~......"


그녀는 트림한 고양이를 보며 웃곤 쓰다듬어주며 꼬옥 안아주면서 서로 시간을 보내었다.





그렇게 한가로이 둘이서 행복한 나날을 지내던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휴우.. 빵값이 왜 이렇게 치솟았담... 다시 예전처럼 의뢰를 받아야 여유가 될려나?"


왠만한것은 스스로 만들어 먹지만 식사에 먹을 빵은 사오기에, 빵이 높은 가격으로 바뀐걸 본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걸 기억하며 한 종류의 빵만 사고 오는 길이었다.


"으음....? 여기에 왠 봉투가 있지? 씰이 없는걸 봐선... 교황청에서 온건 아닐텐데..."


자신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장을 봐온걸 정리하던중, 문득 창가에 흰 종이봉투가 창문에 끼어있는걸 본 그녀는 봉투를 빼내며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중얼거렸다.


".....이거 아저씨에게 온 편지구만? 러시아어를 쓰고 알아볼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테니까..."


이내 붉은 글씨로 Cepeбряный волк (은빛 늑대) 라고 러시아어로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바로 알아보고는 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안부인사....어쩌고 저쩌고... 넘기고... 나역시 에베베....넘기고.... 결국은 자기 심심하니 놀러오라는 얘기구만?"


편지를 빠르게 읽어보고는 예상했는듯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어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키워준 양아버지인데다 마지막으로 만난지도 오래되었으니 한번 만나볼까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답장을 주는 대신 찾아가는것도 나쁘지 않고 오히려 더운 계절인 여름에도 러시아는 시원할것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바로 그녀는 러시아로 가려 짐가방을 싸멨다.


"키라! 우리 러시아로 가서 휴양 좀 하다오자! 아저씨랑 개들도 보고오고!"


러시아에 갈 생각에 들뜬 그녀는 몇주동안 머무를 생각인듯 자신도 메지 못하는 크기의 가방에 필요한것들만 넣었다.


"훙냐앙~?....애옹~"


"당연히 날아서 가야지- 그래야 이 가방도 메고 갈수 있으니까~!"


큰 가방을 보곤 어떻게 메고 갈거냐는듯 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구경하자, 그녀는 생각이 있다는 듯 웃으며 말하면서 가방을 다 챙긴 후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밤이 되자 겨우 끙끙거리며 가방을 밖으로 끌고 나오곤 자신의 반려묘를 넣은 케이지를 가방에 침낭을 묶는 부분에 단단히 고정을 시켜 놓았다.


"곧 갈거니까 조금만 참아줘-... 날아서 가도 몇시간은 걸릴테니까-..."


이내 가방을 어깨에 걸곤 눈을 감더니 조금씩, 아주 느리게 숨을 고르자 그녀의 주변에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더니 나뭇잎에는 서리가 끼기 시작하였다.


'......쉬이이-....꽈드득....우직.....'


이내 그녀의 온 몸은 흑요석의 빛을 품은 검정에 가까운 푸른 비늘로 뒤덮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몸이 변하는듯 손과 발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발로 변하였고, 치마 속에서 꼬리가 튀어나와 점점 커졌으며, 등에는 박쥐같은 날개가 솟아나오고 머리엔 마치 '쿠두' (영양과에 속하는 동물)의 뿔이 솟아났으며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드래곤의 얼굴로 바뀌어 갔다.


"....이 모습은 역시 밤에 날아다니는게 편하다니까-..."


거의 8미터의 몸으로 변한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자 큰 푸른색 눈동자를 보여내며, 이내 날개를 쫙 펴서 등에 멘 가방이 중간에 떨어지지 않게 날개로 요리조리 움직여보았다.


"그럼....가보실까나? 러시아는 날씨가 좋았음 좋겠는데..."


이내 이륙할 준비를 하면서 중얼거리곤 날개짓 몇번으로 펄럭이자 순식간에 지상에서 수십미터에서 멀어졌다. 그리곤 만약을 대비해 왠만하면 구름 속으로 몸을 숨기며 러시아를 향해 날아갔다. 여행이고도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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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18 19:32 | 조회 : 628 목록
작가의 말
예아-☆

이번편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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