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재민이 들어왔다.

“점심 드실 시간입니다.”
“!!! 개새끼.... 한재민..!!!...너 뭐야 대체!! 니 새끼 뭐냐고!!!”
“야채죽 입니다. 먹여드리겠습니다.”

손목은 이미 부을대로 부었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보고 지금 이 상황에 밥을 먹으라고...?!

“먼저 이것부터 풀어, 당장!!!”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
“... 너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아까 그 새끼한테 뭐 약점이라도 잡힌거야?! 대체 왜 이래!! 우리 친구 아니야?!!”
“말.. 조심하십시오. 보스께서는 제 전부이십니다.”
“..ㅋㅋ.. 개소리.. 개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풀라고!!!!”
“... 하준님을 풀어드릴 열쇠는 보스께서만 가지고 계십니다.”
“........씨발..”

재민은 조용히 죽이 든 그릇을 가지고 내 앞에 섰다. 그러고는 한 숟가락 듬뿍 떠서는 내 입 앞으로 내밀었다.
그에 맞춰 나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드셔야 합니다.”
“니가 지금 이 상황이라면 그게 목구멍에 넘어가겠냐?!! 니 새끼의 존대 듣는 것도 무지 엿같아.!”

또다시 내게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그에 반항하기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퉤엣! 퉷!-
온 힘을 다해 숟가락과 그릇을 향해 침을 뱉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반항의 전부였다.

“.... 다시 만들어 오겠습니다.”
“ㅋ 다시 만들어?! 어디 한번 열심히 만들어봐. 내가 먹는지.”
“...... 이러실수록 하준님만 힘들어지십니다.”
“지금 이렇게 매달려있는 것 만큼 힘들겠어?ㅋ 이런 씨발같은....”

나를 속박한 족쇄를 다시 있는 힘껏 흔들었다.

“..상상 이상의 것일겁니다. 한때의 우정으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보스께 저항하지 마세요. 절대..”
“ㅋ 우정? 니 입에서 지금 그 단어가 왜 나와?!!”
“...............”
“...하아... 됬어. 힘빠져.. 니 놈 때문에 더 힘빠졌어. 나가 새끼야.”
“식사를 하셔야 할텐데요....”
“나가라고!!!!!!”

정신마저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그럼.. 문 앞에 있겠습니다. 혹 마음이 바뀌시면 부르십시오.”
“죽는 한이 있어도 널 부르진 않아, 이 개새끼야.”

재민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더니 나가는가 싶었다. 그런데..

“.. 보스께서는 6시에 돌아오십니다. 그 전까지만..”
“뭐.. 뭐하는..”

갑자기 나의 발을 한쪽씩 들더니 그 아래에 책을 두 권 정도 껴주고는 조용히 문 밖을 나갔다.

“....... 병..신.... 풀어달라했지 누가 이런거 해달래...?”

확실히 밟고 설 수 있는 책 덕분에 훨씬 수월했다.

“... 개새끼... 칫.”

점점 시간이 흘렀고, 이 책들 마저 없었다면 정말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치발이 아닌 지금도 이렇게나 힘이 드는데..
지금이 몇시인지 시간 감각마저 없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옷은 점점 땀으로 젖어갔고 정신은 혼미해져갔다.
단지 미하일 이라는 그 사람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며.. 한참을 그렇게 간절히..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너무 놀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준, 밥을 먹지 않았다고?”

미하일, 그 사람이었다.
그가 겉옷을 벗어던지며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다가올수록 내려가는 그의 시선..

“뭐지? 이 책들은.?”
“?!!!!!!! 그.. 그게...”

밑에 깔린 책을 잊고있었다. 단지 이 사람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고개를 들어 재민이 있을만한 곳을 보았다. 하지만 그도 역시 몰랐다는듯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대가 혼자 했을리는 없고............... 재민,.. 재민!!!!!!!!”

누가봐도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부..부르셨습니까..”
“상황 보고를 좀 해보지.”
“...........”
“재민?”

그는 분명 알고 있었다. 재민이 한 행동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이 숨막히는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미... 미하일씨......!! 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닥..쳐.. 그대는 입을 다물고 있어. 나는 재민에게 물어봤다.”

재민은 흔들리는 눈을 하고는 미하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ㅋ 내가 분명 말을 했을텐데. 나의 아기새는 건들이지 말라고. 밥을 먹이라 했더니 밥은 못 먹이고 쓸데없는 행동을 해?”
“..죄송합니다, 보스.”
“그래, 내가 일찍 들어올진 차마 몰랐던게지.”
“................”

미하일이 돌아오기로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돌아온 것이었다. 재민이 나를 엿 먹이려고 일부러 한 행동이 아니었던 거다.

“...미.. 미하일씨.....!! 내가 그랬어요...! 내가 협박했어요!! 책을 놔달라고....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래, 하준.. 그대도 벌을 받아야 할테지. 그런데 우선..ㅋ”

퍽소리외 함께 더이상 뒷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미 재민은 미하일의 발길질에 맞아 저 멀리로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미하일의 앞에 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는 또 다시 주먹에 맞아 바닥으로 내쳐졌다.

“누가 너더러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라했어. 각오는 하고 지른걸테지?”

-퍽!쿠당탕탕!!-

재민은 피가 흐르는 입가를 닦을 생각도 안하고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의 보스만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일방적인 구타였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 눈 앞에서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광경 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현재 미하일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런 그가 정말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준, 고개를 들어. 그리고 똑바로 봐. 너 때문에 이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하..하지마요............!.... 그만.. 그만.......”
“똑바로 봐!!”
“미하일 씨.. 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제발.....”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꼬옥 감고는 있는 힘껏 외쳤다. 단지 살인을 막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나의 외침에도 구타는 계속 되었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 피가 터지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 내 귀에 계속해서 반복해 들려왔다. 죽어가는 사람을 눈 앞에 두고 계속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제발...!! 제발!!!! 그만해요..!! 미하일씨!!! 그만해요..!”

눈물이 터져나왔다. 어떻게 저렇게 감정도 없이 사람을 때릴 수가 있는거지..?

“말.. 잘 들을게요.. 저항하지 않을게요.. 복종.. 그거... 할게요.. 다.. 미하일 씨가 원하는대로... 모두..”

그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붙잡고 안겨 애원하고 싶었지만 묶인 몸 때문에 울며 소리치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하지마세요.. 더 이상은... 더 이상은.......”
“하준... 눈을 떠.”

그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몸을 부르르 떨며 눈만 꼬옥 감은 채..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뭐든 할게요... 그러니... 그러니까 제발.. 이제 그만....”
“....틀렸어. 그 말은 거짓말이야.”
“...아니예요.. 정말이예요... 절대 나가고 싶다, 보내달라 하지 않을거예요.. 도망가지도 않을게요...당신이 원하는 대로.. 여기에 당신 옆에서 그렇게 있을게요..”
“벌써 내 말은 안 듣고 있잖아. 눈을 뜨라고 하준.”
“..............”

그가 원하는대로 눈을 살며시 떴다.
보이는 장면은 정말 가관이었다. 처음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나뒹구는 재민과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보였고, 마지막으로 보인건 미하일.. 내 앞의 이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에게 저항한다면 언젠가는 저기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재민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하준, 나를 봐.”
“.............”

다시 그를 보기위해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에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울지마.”
“............”
“울지말고 내 이름을 불러.”

그의 말에 복종하기 위해 열심히 울음을 참으려 해봤지만 나오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 내 이름을 불러.”
“.....미... 미하일 씨....”
“흠.. 뭔가 마음에 안들어. 미하일말고, 미샤(미하일의 애칭)..! 그래, 미샤 이게 좋겠어. 이제 미샤라고 불러.”
“...............”
“어서.”
“..... 미샤......”
“응. ㅋ 좋아. 이제 미샤라고 불러.”
“미샤......... 미샤........ 미샤....... 미샤..... 미샤... 미샤..”

나는 뭔가에 홀린듯 계속해서 그의 애칭을 불러댔고 만족스러웠는지 좀 더 다가와 나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바로 족쇄에서 해방시켜주었다.
팔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주저앉아버렸지만 서둘러 나를 부축해주는 미하일.. 아니 미샤...

힘이 빠져버린 난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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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14 06:06 | 조회 : 3,769 목록
작가의 말
귤떡콩떡

처음이라 많이 부족할테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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