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허락


그가 돌아온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큰 것은, 더 이상 눈물로 밤을 지새워도 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고독함에 허덕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에 안도감깨나 드는 듯했다.

삶의 주기가 다시 원래대로 복원된 것이다.

원래대로 있어야 할 자리에 각자가 서게 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것은, 늘 해가 중천일 때쯤 찾아오던 이의 방문이 그쳤다는 것이다. 더 이상 그 사람의 웃음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사실에 대한 타격은 적은 듯했다.
나에게는 그가 있으니 말이다.


“루리엔―”


늘 그를 떠올리고 있으면, 현실의 그가 다가와 나를 포근하게 끌어안아준다.

이런 그가 너무나도 다정하고 상냥해서 좋았다. 생각이 현실이 되는 이 마법이 너무나도 기뻤다.

지금의 나는 고독을 알지 못한다.


“크리엔……”


조금 더 그를 갈망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품에 쏙 안기었다. 그러자 그의 품에 파묻은 고개 위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웬일로 아양을 부리는 거지?”


그의 큰 손이 곧 나의 머리를 뒤덮었다. 상냥함에 더욱 기대고 싶어 그의 손에 머리를 비비며 기대어 보았다.


“한 마리의 고양이를 기르는 기분이군.”


아니, 어쩌면 고양이보다 이쪽이 더 좋겠군, 이라며 나직이 속삭여 오는 그였다. 나는 쑥스러운 마음에 그의 품을 더욱 파고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래, 짐이 없었던 동안 어떻게 지냈었지?”


그의 말에 곰곰이 그 당시를 떠올려 보았다. 끔찍이도 떠올리기 싫은 순간들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고독에 허덕이던 때였기에.

멍하니 생각을 잇던 것을 중단하고, 그의 질문에 응답하였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당신만을 생각했어. 너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어느새 턱 언저리로 내려와 있었다. 한 쪽 손은 목을, 나머지 손으로는 내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 상태로 정면으로 눈을 맞추고 있었기에, 그의 눈을 훤히 내다볼 수가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대답을 유도하려는 모습이었다. 얼떨결에 나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대답을 열었다.


“…연맹국에서 사신으로 파견되어 왔다던 사람이 있었어. 꽤 자주 찾아오던 걸…. 할 일이 그렇게 없었나봐.”


내 말을 듣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가 환히 웃는 것이 눈에 띄었다. 몇 번 보지 못한, 정말 기쁠 때 나오는 그의 특유의 미소였다. 보는 이마저 기쁘게 만드는, 매료시키는 미소였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짐은 그대의 이런 솔직함이 좋아.”


그 말과 함께 내 뺨에 살며시 입맞춤을 내린다. 쑥스러움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뺨에 머물러 있던 그의 입술이 옆으로 이동해 나의 입술에 포개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읏…”


반은 예상치 못했기에 숨을 내쉴 수가 없어 막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자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은 탓에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술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면 이런 느낌인 거구나.


이번에는 내 쪽에서 그에게 매달려 보았다. 그러자 내 양쪽 뺨에 머물러 있던 두 손 중 하나가 허리께로 내려가는 듯했다. 나는 여기서 나갈 일이 없었기에 늘 내의를 입고 있었던 상태였던지라, 옷을 헤치고 허리에 직접적으로 닿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슬금슬금 손가락으로 허리를 두드리며 장난을 치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괜한 부끄러움에 입술을 떼어 그에게 항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시 입술을 포개어 오는 그에 의해 내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달콤한 입맞춤이었다.

은근히 나를 배려하는 것이 묻어나오는 듯했다.


“루리엔―”


어딘가 모르게 평소보단 강압적인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떼어진 입술을 뒤로 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방금 전보다 더욱 짙어진 그의 눈동자가 보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거센 심장의 박동소리가 침실을 울렸다.

그가 나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나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나의 꽃―”


귓가에 나직이 속삭이는 그의 음성은 더 이상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다정하고 달콤해 듣는 이로 하여금 살살 녹아내리게끔 하였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 듯해 약간 몸을 떨자 그가 짧게 웃어 보이는 듯했다.
그러고는 내 귀에 입술을 맞춘다.

한 손은 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고, 한 손은 나의 손에 깍지를 껴 맞잡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조용히 그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기 위해 조용히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의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다음 말이 이어졌다.


“부디 짐을 허락해 주겠나―”


4
이번 화 신고 2019-05-15 22:13 | 조회 : 1,888 목록
작가의 말
자낳괴

수위 부분은 외전으로 따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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