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랑해 줘요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아침의 선잠에서 깨어나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품에 안겨 있었던 탓에 조금은 올려다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의 턱 끝부터 입매, 콧등, 감긴 눈의 모양 어느 하나도 쳐다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어딘가 모르게 살짝 야윈 듯했다. 이전보다 더했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나 때문에 업무가 밀려서 바삐 일을 해야만 했던 걸까. 아니면 여태껏 몸이 안 좋았던 걸까. 그를 알 도리가 없어 속상할 따름이다. 가까이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조금씩 거리감이 생겨나는 듯했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닿자 왠지 모를 공포감이 들어 그의 품을 더욱 파고들었다.


그러자 그의 기척이 느껴졌다.


“루리엔―”


그가 나를 부름과 동시에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나의 이마에 잔잔한 입맞춤을 내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의 체온에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발견한 것인지, 그가 씩 웃어 보이며 고개를 내 쪽으로 기울여 왔다.

그러자 어깨선 위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낯선 행동에 나는 벙찐 채 의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나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그였다. 얼굴도 보이지 않아 어떤 속셈인지 예측할 수조차 없었다.


“무슨…”
“조금만― 조금만 이대로 있어줘.”


그의 목소리에는 애달픈 기색이 역력했다. 며칠 동안 그를 보지 못했던 탓에 나는 그런 낯선 행동에도 눈을 감아줄 수 있었다.

아니, 그라면 아마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다. 나를 미워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

그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싶다. 그를 더욱 갈망하고 싶다.
조용히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의 숨결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루리엔―”


그의 부름 한 마디에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가 부르는 나의 이름은 나의 이름이 아닌 것만 같았다.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루리엔―”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 점점 나와 눈높이를 마주했다. 그러자 메마른 그의 눈동자에 나의 모습이 비춰졌다.


“루리엔―”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느 새 양쪽 볼에 눈물을 한 줄기씩 달고 있었다. 당황한 탓에 황급히 손을 들어 뺨을 문질러 보았다. 축축한 물기가 느껴졌다.

눈물이 묻어나오는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연유로 이렇게까지 눈물이 나오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게 느껴질 뿐이다.

황급히 눈물을 닦아 내렸다.

그러자 또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리엔…”
“…응.”


이번에는 차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문을 열었건만, 이 몸은 그 주인인 나를 배신하고 있었다. 목이 멘 탓에 억눌러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당황해 내 목에 손을 짚어 보았다. 그렇게 많이 운 것도 아니다. 그저 눈물이 절로 흘러내린 것뿐이다. 그 시간조차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멍하니 자책에 빠져있었을 즈음, 그가 다시 고개를 아래로 기울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이내 내 목에 도달하는 듯했다.

연한 피부 위로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꽤 오랫동안 붙어 있다.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나도 그의 체온이 좋아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목선을 타고 오르는 듯한, 어딘가 습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혀였다.
어느 정도 야릇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듯했으나, 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그런 행동마저도 나에게는 사랑으로 다가왔다.

마치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부드럽고 따스했고 상냥한 그였다.


더 이상 어떤 말을, 어떻게 전해야 나의 진심이 통할지 몰라 더욱 목이 메어오는 듯했다. 꼭 끌어안고 있던 그를 더욱 끌어안는 수밖에 없었다. 둘 사이에 더 이상의 빈 공간이 남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기댄 채 흐르는 눈물을 보냈다.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지만, 그의 얼굴은 나를 울리는 형상이자 원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네가 우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건만…”


웃음기가 실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그의 목소리는 나의 눈물을 더욱 부추기는 셈이 되었다.


그의 사랑은 독이다. 너무 치명적이어서, 너무 괴롭고, 너무 고독하다.
눈물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좋아해요… 사랑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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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4 21:31 | 조회 : 1,821 목록
작가의 말
자낳괴

루리엔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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