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채찍과 당근


―똑똑


짧은 듯 꽤나 긴 소리가 침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낯선 이의 무례함에 치를 떨었던 그 날.

상세한 보고를 받지 않은 것인지, 그는 웬일로 조용히 이 일을 넘겼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더 이상 낯선 이와는 그를 통해서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덤으로 그에게 미움을 받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또 다시 낯선 이는 무례를 저지르고 있다.

명백한 거부에도 끝없이 도전을 해 오는 것이다.

늘 기사단원이 와서 연행을 하더라도, 낯선 이는 늘 같은 시간에 찾아와 조용히 노크를 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 노크가 길게 이어지는 듯했다. 오늘은 연행이 늦는 것이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신경 탓에, 나는 문을 거칠게 열어 재꼈다. 그러자 환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하는 낯선 이가 서 있었다.


“드디어 열어주는구나!”


제 멋대로 생각해버리고 마는 낯선 이였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거슬려서 충고를 하러 나온 것입니다.”
“그래, 그래. 저번엔 내가 말실수를 했던 것 같아. 그래― 내가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더군.”


내 말에 낯선 이는 뻔뻔한 그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어느 새 그는 벽에 기댄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바로 그 ‘황실의 꽃’이라고 하더군. 황제가 황궁의 가장 중심부에 숨겨놓았다던 그 ‘황실의 꽃’ 말이야.”


그러고는 자신의 대단함에 놀라지 마라며 호탕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낯선 이였다. 한심함에 치가 떨리는 듯했다. 굳이 자신이 깨달은 것 하나를 알리기 위해 나를 찾아왔단 말인가.
시간 낭비를 다차원으로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네가 여간 예쁘게 생겨야 말이지― 너무 아름다워서 ‘정실만큼 사랑받는’ 첩인 줄 알았다니까?”


괜히 자신의 말실수를 온전히 나의 탓으로 돌리는 이의 모습에 선명한 분노를 느꼈다. 덤으로 은근히 모욕적인 발언까지 흘려보내왔다.
나는 더 이상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문을 닫기 위해 팔을 뻗었다.

그러나 그 행동은 이내 낯선 이에 의해 제지되고 만다. 나의 팔을 낚아 챈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무례인 것이지요.”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 그저 잠시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늘 성실히 찾아오는 사람에게 말이야―”
“그 말인 즉, 지금 제가 당신에게 인정을 베풀기라도 원하신단 말씀이십니까?”


내 말에 낯선 이의 입매가 호선을 그려갔다.


“나를 너무 잘 아네?”


초면인 사람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굴 수가 있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는 듯했다.

그러자 낯선 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방금 웃은 거지? 내가 너를 웃게 한 거네―!”
“허…….”
“방금 그것도 웃은 거지? 너 웃는 거 진짜 예쁘다. 더 웃어봐!”


눈을 동그랗게 키운 채 물어 온다.
무례의 ‘무’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째서 기사단이 오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낯선 이를 뿌리치기로 결정했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에게 선처를 베푸는 것이 아니었다.

끝없는 후회를 되새기며 낯선 이의 팔을 있는 힘껏 뿌리쳤다. 그러고 낯선 이를 밀쳐내 황급히 문을 닫았다.

그러자 낯선 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마도 다음에 보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뻔뻔함의 극치였다. 저 사람만큼 뻔뻔한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니 볼 수조차 없을 것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나는 귀를 닫고 다시 침대로 향했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의 체향이 느껴진다. 안정이 되찾아오는 듯했다. 다정한 그의 손짓이 그리워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그의 손길을 떠올리다 감겨오는 눈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익숙한 손길에 황급히 감겼던 눈을 떠 올렸다. 그였다. 벅찬 느낌에 그의 손길을 음미하였다.
아주 잠시 동안 눈을 붙일 계획이었지만, 어느 새 밝았던 시야가 캄캄한 어둠으로 내려 앉아 있었다.


“잘 있어줬구나.”


마치 포상을 내리기라도 한 듯, 다정한 음성에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크고 부드러운 손길이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목을 울리며 나오는 옅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웃음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의 손에 더욱 기대게 되었다.


“그래. 외로웠던 건가.”


그 말과 함께 그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낯선 이로 인한 노고가 싹 가시는 듯하였다.
눈을 감고 그의 손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러자 나머지 한 손이 뺨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꽃―”
“응…….”


졸음이 쏟아져와 거의 잠결에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다정한 손길로 나를 받아주었다. 부드럽게 뺨을 쓰다듬어주는 그의 손길에 나는 절로 미소가 나오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나마 밝았던 시야가,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어두워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반기어 그의 목을 두 팔로 조심히 끌어안아 보았다. 승낙을 눈치 챈 그의 숨결이 더욱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를 닮아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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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2 21:54 | 조회 : 2,298 목록
작가의 말
자낳괴

정실만큼 사랑받는 루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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