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 용사, 마왕의 부하들


-순간 거센 돌풍이 들이닥쳤다.
리리도, 지호도 지나친 바람에 눈을 감고 손으로 바람을 애써 막았다.

"뭐, 뭐야?!"

"으아아아아 내 눈, 눈에 먼지가아아아아!"

"넌 대체 아까부터 왜 그래!!"

리리가 눈에 먼지가 들어가 뒹굴거리고 있을 때, 지호는 보았다.
슬라임을 향해 투척되던 부탄가스가 깨끗이 두동강이 나서 폭발을 면한 것을.

아니, 저러면 폭발하지.

지호는 속으로 태클을 걸었지만 마법으로 부탄가스가 나오는 통에 물리법칙이니 마찰이니 무슨 소용이겠는가.
마지막으로 창문의 커튼이 펄럭이며 가라앉을 때 창문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묶은 긴 남색 머리. 검은자위에 노란 눈, 뾰족한 귀. 아무리 봐도 인간이 아닌 그 남자는 입과 목을 가린 긴 흑청색의 머플러를 마람에 휘날리며 허리춤에 맨 검에 손을 얹은 채 조용히 말했다.

"얕보면 곤란합니다."

차분한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의 멍청한 전개를 비웃는 것 같이 들렸다.

"그냥 제 2부하라 자칭하는 게 아니니까요."

"당연하지!"

"잡몹인데?!"

"잡몹 아니랬잖아!"

슬라임이 빼액 소리를 질러 반박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레벨1짜리 슬라임은 잡몹일 수밖에 없다. 잡몹일 뿐이지 않은가.
슬라임을 잡몹 취급하고 싶어 안달난 리리에게 지호가 속삭이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야, 제 2부하가 레벨1짜리면 저 녀석도 별볼일 없는 거 아니야?"

"헹, 레벨 1짜리 슬라임을 제 2부하로 둔 걸 보면 뻔하지."

"-제 소개를 하죠."

리리와 지호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그는 차분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을 검집에서 천천히 뽑아 들고, 그 칼끝을 그 둘에게 겨누며.

"-저는 마왕님의 제 1부하, 다크나이트. 마왕님의 명예를 위하여 용사의 목을 가지러 왔습니다."

날카로운 노란 눈동자가 일순 번득였다.

"참고로, 레벨은 250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만렙은 30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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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4 00:24 | 조회 : 2,007 목록
작가의 말
양야

이게 잠시나마 5위에 있었던 것이 믿겨지지 않는군요. 아 꿈이었을 거야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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