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 용사, 참전


순간, 완전히 정적이 돌았다.

제 2부하가 레벨1짜리 슬라임.
그리고 제 1부하가 레벨 250의 고렙 다크나이트.
뭘까 이 차이는.

"...어...그 둘 사이에 매우 많은 단계가 빠져 있는 것 같아. 잠깐만, 밸런스 패치를 요구합니다."

"부하는 단 2명에. 그 중 제 2부하가 레벨1인 걸로 충분하지 않으십니까?"

지호가 멍청하게 말하자, 다크나이트가 시크하게 넘겼다.
사실 마왕 전력의 정석이라고 하면 마왕 직속으로 4천왕인 어마무시하게 강한 중간보스급들이 4마리나 붙어있고, 그 밑 휘하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그 휘하들 중에 사실은 실력을 숨기고 있었습니다-하는 클리셰가 붙는 숨은 고수들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것에 비해서 그런 어마어마한 대군도 아닌 단 2명에.
거기다 그 중 하나는 나름 유니크일지도 모르지만 레벨1짜리 잡몹.

이만하면 충분한 게 아니냐는 건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 경우고 이건 이 경우.
원래라면 이런 초반부는 마왕의 최하 말단 부하가 나타나는 타이밍이 아니던가.
이건 말하자면, 게임에서 초보자가 프롤로그 끝나자마자 갑자기 드래곤 튀어나온 격이다.
거기에 대해 무언가 말하려고 한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다크나이트는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당신들께서는 명실상부한 용사의 최측근이자 동료. 초급 던전을 돌고 있을 정도의 허접한 수준이 아니실 텐데요."

"그...그건 아니, 그게."

"하지만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여긴 마왕도, 마물도 없는 평화로운 세계라더군요. 그런 세계에 사시는 분들이니 약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은...."

다크나이트는 천천히 검을 빼어들며 강조하듯이 분명히 말했다.

"-봐 드리는 일은 없습니다."

"히-익-! 큰일났다 상대 레벨 250이면 우리 상대도 안 되는데!!"

"우, 우리 레벨 합치면 얼마 되더라?!"

거기까지 말하고 지호와 리리는 서로를 마주봤다. 식은땀을 흘리는 두 얼굴은 마주보며 서로의 레벨을 떠올렸다.

리리 레벨 55
지호 레벨 62

합쳐봤자 117로 레벨 250가 깡패였다.
어째서 휴일에 레벨 올리러 노가다나 할걸 영화보고 물고기방가고 놀러다녔던 것일까. 어딘가의 호러틱한 인상적인 그림체로 형상이 변모해가는 마음을 붙잡고 그들은 그저 눈물만 삼킬 뿐이었다. 지난 일 후회해 뭐하나.

"으헝헝, 저희는 그냥 저 못난 용사놈한테 붙여진 죄밖에 없어여!"

"맞아여! 던전도 없는 세계에 태어난 잘못이라구여!"

"....저도 무의미한 살생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용사의 목만 내놓는다면, 당신들의 목숨은 살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례도 하지요."

한숨섞인 다크나이트의 말에, 지호는 멍청한 얼굴을 했고 리리는 웃는것도 뭣도 아닌 얼굴로 굳었다.
초보자용 퀘스트를 주듯이 지금 라스보스 잡아오란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리리와 지호는 거의 동시에 발악하듯이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리야!!"

"못 넘겨줘!!"

"역시 동료라는 겁니까, 순순히 넘겨줄 마음이 없다면-"

당연히 다크나이트는 그들의 반응을 보고 그래도 역시 용사의 동료라는 사람들인가보다-하고 있었지만, 다음에 지호가 다급하게 외친 말은 그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말이었다.

"-우리야 넘겨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저놈 목은 못 벤다고!!!"

"무슨 말씀을..."

"그러니까! 너깟거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소릴 하고 있"

덜컥, 하고 지금까지 침묵하던 책걸상 쪽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지나치게 시끄러운 나머지 용사가 드디어 깨고 만 것이다. 이미 몇번이고 무시하려다가 실패해 일어났기 때문에 그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아 씨X 졸려 죽겠는데 뭐냐고..."

"용사님, 바르고 고운 말요."

리리가 조심스럽게 지적한 것을 무시하고 용사는 잠에 겨워 책상을 잡고 몸을 지탱하며 다른 한 손으로 거치적거리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그래서 저 두 잡몹은 뭔데?"

레벨 250까지 한번에 묶어 잡몹이라 처리하는 위용을 보이는 용사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 좀 자자 진짜


용사,
레벨 ???
[측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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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22 19:03 | 조회 : 1,642 목록
작가의 말
양야

에에? 보스급이요? 그건 어딜봐도 용사잖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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