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 용사, 착한 아이는 따라하면 안 돼요


그 슬라임은 둘의 당황한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있지도 않은 가슴을 쭉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후하하핫! 당황한 걸 보니 거기 둘이 용사의 부하인 모양이로군! 자! 우리 마왕님을 위해 목을 내놔라!"

"-누, 누, 누가 당황했다고 그래?! 용사님 이름은 어떻게 안 거야! 이 잡몹!"

"자, 자, 잡몹 아니거든?! 제 2부하거든?! 서열로 따지면 2번째거든?! 잡몹 아니거든!!"

"됐으니까 불어! 잡몹!"

"잡몹 아니라니까! 이 양갈래 꼬맹이가!"

"캬아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이이이!!!"

분명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이었을 리리까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슬라임과 대치했다. 이미, 반에 있던 아이들이나 선생님은 어딘가로 피신을 가고 없었다.
원래라면 거기에 끼어들어야 했을 지호지만, 저 둘의 분위기에 차마 끼어들 수 없어 어정쩡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그러니까 일단 언어로 대화를 좀..."

"캬아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이이이이!"

아무래도 이미 이성이 아니라 어딘가의 본능의 사투인 모양이다.
지호는 그저 대기상태로 찌그러져 있자고 속으로 결정했다. 용사 녀석 이 상황에서도 속 편하게 잘 자고 있구나. 하하하. 그는 간만에 정상인 포지션으로 돌아왔다.

"으...역시 마왕의 부하인가...만만찮군...할 수 없지...!"

아니, 너희 지금 으르렁대기만 했지 아무것도 안 했잖아.
-라고 지호는 속으로 허허롭게 웃으며 태클을 걸었지만 아무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리리는 주머니에서 막대기를 꺼냈다. 막대기.
위에 별 모양이 달린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 막대기를.
그러니까 생긴 걸 말하자면 흔히 무설탕 마크가 붙어있는 그 투명한 싸구려 사탕 같이 생긴 막대기를.
흔히 마술봉, 스틱, 마술 지팡이 등으로 불리우는 그것을.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냐. 잡몹으로서의 긍지가 있지 차라리 나무막대기라면 몰라도 저런 허여멀건하니 얇다래서 데미지 하나도 안 들어갈 것 같은 막대기에 당하고 싶지는 않아. 응."

순간, 리리가 씨익 웃었다.

"잡몹이라고 인정했겠다?"

"-앗! 아냐아아아아아!!"

슬라임이 부정하는 사이 리리는 벌써 마술봉을 휙하니 휘두르며 뭔가 마법소녀틱한 자세를 하고는 마법주문을 외쳤다.

"-이때다! 공격마법! [부탄가스 투척]!!"

"부탄가스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 외엔 마법이 아니야!!!!!"

전혀 상큼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리리의 공격에 슬라임은 절규했다.
저거, 아무리 봐도 마법이 아니잖아! 파이어 볼 같은 건 어디다 버렸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미 던져진 폭발 직전의 부탄가스는 어쩔 수 없는 것. 어째서 공격마법으로 부탄가스 투척이란 말인가. 파이어볼이라던가 매직 애로우 같은 그 많고많은 판타지들의 공격마법들은 어디다 버려두고 왜 부탄가스란 말인가.

슬라임은 불만이 많았다.
정말로 불만이 많았다.
어째서 판타지 계열에 주로 등장하며, 판타지 몬스터라고 하면 손에 꼽히는 유명한 몬스터가 판타지 계열 공격마법은 커녕 부탄가스 폭발로 죽는단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작해야 레벨 1인 슬라임은 마지막 결심을 다졌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적어도 이 대사를 외치고 가겠어!!"

슬라임은 울면서 외쳤다.

"-착한 어린이는 따라하지 맙시다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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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2 22:45 | 조회 : 1,913 목록
작가의 말
양야

Nick네임 씨, 또 무슨 기밀을 훔쳐가신 거죠? 어서 불어봐요!(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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