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 용사, 취급과 젤리


용사의 취급은 상당히 험하다.
자신에 대한 취급도 험하지만 남을 대하는 취급도 험하다.
욕이 나올 정도로 치트키를 쓴 것 같은 강함을 가지고 있지만 남에 대한 배려가 쥐꼬리만큼도 없다고 해도 좋다.

약한 너희 잘못이지.

그게 이 용사의 마음가짐 중 하나다.
처음에는 어떻게 생각했던가, 용사는 더 이상 그걸 떠올리지 못한다.


-

"자, 잡몹이요? 저거 레벨 250이라니까요? 잡몹 아니에요?! 인식 비뚤어진 거 아직도 못 고쳤어요?!"

리리가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댈 기세로 쏘아붙였지만 그는 멀뚱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뭐."

"....에이씨 걱정해준 내 잘못이지. 용사님 한대만 쥐어박아도 되여?"

"손 박살나도 좋으면 때리던가."

씨이 방어력 깡패...리리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나는 레벨 1짜리 슬라임, 하나는 데스나이트로 분류되는 몬스터 레벨 250짜리. 잠결에 들은 소리를 대충 떠올려보면 찾아온 마왕의 부하란 건 저 둘 뿐이고, 전력이 되는 건 다크나이트 하나 뿐이고,
목적은 자신의 목을 가져가는 것.
거기까지 잠에 취한 머리로 멍하니 떠올리고 있자니 왠지 지금까지 다크나이트의 등장으로 잊혀져 있던 목소리가 외치는 게 들렸다.

"슬라임 오의! 젤리 공격!!"

멍때리는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앞으로 튀어나온 슬라임이 양 팔을 뻗자, 인간형이었던 손이 허물어지고 연녹색의 투명한 젤리형으로 돌아와 젤리를 한가득 쏘아냈다.
당연히 뿜어져 나온 젤리는 용사 쪽을 파도처럼 덮쳤다. 옆에서 태클을 걸고 있던 리리도 피할 수는 없었다.
액을 피한 건 지호 하나 뿐이었다.

"....."

"으꺄-악!! 이게 뭐야! 용사님 어떡해!!"

"떠, 떨어져 있어서 다행..."

안심하고 있던 지호의 멱살을 덥석 잡으며 리리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야 이 자식아, 명색이 전사 주제에 용사님 안 지키고 뭐해"

"아, 아니,"

"마왕하고 뜨기전에 내 손에 죽을래? 앙? 스탯치는 내가 더 높거든?"

리리가 지호의 멱살을 잡고 탈탈 털고 있는 사이에 용사는 묘하게 끈적거리지 않는 젤리르 탈탈 털어냈다. 교복이 축축해졌지만 불쾌한 끈적임은 남지 않았다. 게다가 뭔가 향긋한 냄새가 났다.
사과향? 그는 혹하는 마음에 생각없이 젤리를 집어 한입 떼어먹었다.

"야! 잠깐 너 뭐 먹고 있는 거야?!"

"용사님?!! 뭘 주워먹고 계신 거에요?!!"

귀신같이 알고 외치는 두명-지호는 멱살잡이에서 벗어나 남모를 안심 중-을 싹 무시한 채 그는 입 안에서 젤리를 우물거렸다.
풍부한 사과향과 상큼한 단맛. 감탄이 날 정도로 사과맛 그대로였다.

"....맛있어. 사과맛 젤리"

"사과맛?! 진짜!?! 어째서"

못 믿겠다는 듯이 손에 흥건한 젤리의 향을 맡아본 리리는 할말을 잃었다. 사과향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슬라임이 의기양양한 포즈를 취하고는 당당히 외쳤다.

"그것이야말로 100년을 걸려 고안한 슬라임 오의 필살! [맛나는 젤리 어택]!"

-약 1000종류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구! 하고 슬라임은 덧붙였다.
*생성되는 젤리는 몸의 일부이므로 매우 안전합니다.

"그딴 필살기 만들지 마!!!!"

"시간낭비!! 미칠듯한 시간낭비잖아아아!!!"

사나운 태클을 걸었지만 용사는 젤리를 먹으며 약간 곤란한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그만큼 맛있으니까 시간낭비는 아냐..."

"엑?!"

"그 정도로 맛있는 건가요!?"

잠시 마음이 혹했는지 리리와 지호는 젤리를 응시했지만 결국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 일부 아닌가.

어느새 다크나이트도 젤리를 먹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100년의 정수라는 것이지요."

"너도 먹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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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23 16:41 | 조회 : 1,639 목록
작가의 말
양야

슬라임의 젤리는 칼로리가 없습니다. 다이어트에 짱짱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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