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괴물의 자취



큰 벚꽃나무위에서 내다본 마을의 경치는 벚꽃잎 만큼은 아니지만 꽤 마음에 들었었다. 강과 나무들이 많고 새들이 지저귄다. 야생동물도 자신들의 터전을 존속한채 마을주민들과 공존한다는 느낌이 풍겨왔다.

...고개를 돌려본다. 저 멀리 자신을 치료해주고 국밥을 내어준 료하의 집이 보였다.
그리고 그앞에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료하의 모습도 포착했다.

"지금은 아침 시간이니까 깨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저 학교에 다니는구나"

참 부럽기도 하지...
큰 벚꽃나무위에서 하염없이 바라본 학교라는 곳은 떠들석 하고 즐거워보여서 꽤나 로망중의 로망이였다. 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재밌을까? 즐거울까? ... 미련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하,.. 꿈깨자... 마지막으로 할 일만 하고 시원하게 떠나는거야..."

자신이 아직 이 마을에 남아있는 이유,.. 여기마을 에서는 몇주정도 이 언덕위에 터전을 잡고 살았었지만 여기도 이젠 그것들에게 들켰다. 장소를 옮겨야 한다.그런 상황에서 그는 천천히 언덕 아래를 내다보았다.

이미 알아차리기엔 늦었을 정도로 자신의 진한 흔적들이 료하의 집으로 선명하게 남겨져있었다.
없애기엔 무리다. 아니,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의 흔적을 지운다는 생각조차 해본적 없었다.애초에 흔적이란 것도 자신만 알아차릴 정도로 희미 했으니.... 지금와서 지운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
소리소문없이 슬쩍 떠나가도 상관은 없었고 오히려 그편이 더 편하고 좋았지만 이대로 저 흔적을 두고 떠나간다면 당연, 료하의 집으로 그것들이 언젠가 흔적을 찾아내어 쳐들어갈 것이였다.

"후-웁"

폐의 공기를 가득 채워본다. 앞으로 내입에서 나올 소리는 인간의 소리가 아닌, 고주파의 소리... 초음파라고 할까? 어그로를 끌기에는 적합하다. 반경 1km... 아니 850m... 그것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흔적을 지울 수 없고 어차피 발견이 된다고 한다면 여기서 내 존재를 알리는거다,
ㅡ난 여기에 있다. 그러니 올테면 와봐

난 1분 정도 들이킨 숨을 초음파로 변환하기 위해 제2의 입으로 들이켰던 숨을 배출한다. 그것이 진동으로 바뀌어 저것들이 있는 위치까지 퍼져가겠지... 단, 다른 주민들에겐 들리지 않게,.. 들린다 해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잠시 고개만 갸웃하다가 잊혀질 수 있게... 그렇게 조정하는것도 여간 힘든 일이였지만 「박쥐」에게 배웠고 받았다. 초음파를 이용하는 법, 동굴에서 살아남는법...아, 이건 필요없는 얘기니까 잠시 생략하고 여기에 집중하자.

「푸스석ㅡ」

내신호를 들은건지 이쪽으로 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는 방심해서 당해버렸지만 이젠 어림도 없지... 여기서 저것들만 해치우고 다시 어디로 갈지 궁리해보자

"마침 배가 고프기도 했고~
어, ...근데 어제보다 더 많은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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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갈거냐?"

"어..어,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고... 미안"

"아니야~ 피곤하면 빨리 쉬러가야지~ 교실에서도 많이 아파보였던데?"

안색이 창백한 ㅡ료하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배웅하러 나와준 우현과 민아를 바라보았다. 점심시간까지는 참을 만 했다. 하지만 도저히 머릿속에 떠나가지 않았다. 식인멧돼지...그리고 어제 돌연히 만났던 그남자... 벚꽃나무 언덕위.... 생각이 어지러워 그 뒤에 수업엔 집중 할수 없었고 점심만 먹은뒤에 바로 조퇴서를 받았다.
사실 이런식으로 조퇴서는 자주 받았었지만 평소 행실이 좋지 않던 나는 이미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골칫거리, 불량학생으로 인식되어있었다.
학교를 짼것만 1년동안 몇번째인데.... 그럼에도 조퇴서를 주었던건 오늘 내 안색이 그만큼 안좋아보였던 거겠지...

그 둘의 배웅을 받고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럴때 자전거라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후덜 거렸다.
가뜩이나 불길한 기운을 느껴서 몸이 잔뜩 움츠려 들었는데 그냥 걸어서 집까지 가려하니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아 트럭위에 겨우 타고 가는데 성공했다.

"오홀홀, 학생은 자주 이시간에 보던디 오늘은 창백한게 꾀병은 아닌갑고, 뭔일있나~?"

"아... 그,그게 식인멧돼지가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그거 진짜인가요?"

"여기 주민들끼리 멧돼지가 오나-안오나- 잘 보고 있응께 학생은 걱정말드라고"

"그..그럼 진짜로 있다는...말이군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거 뿐인디, 여기에 호랭이가 있는것도 아입고, 멧돼지가 더 그럴싸하여~"

언제나 들어도 여기 마을 주민들의 사투리아닌 사투리는 해석하며 듣기가 조금 곤란했다.
시골마을이라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을거라는건 이미 짐작했지만.... 여기서 산지 1년, 나도 슬슬 저 사투리에 익숙해 질 법도 한데 말이다.

"아직... 멧돼지가 발견되진 않았죠..?"

내가 제일 궁금한 점을 물었다. 만약 멧돼지가 아닌 어제만난 그가 정말로 그 일을 벌였다면 식인멧돼지 같은거 발견될리가 없다. 끽해야 보통의 멧돼지들만 발견되겠지...

"그렇제... 그래서 다들 불안해허고 여간 큰일이 아녀-"

"그... 식인멧돼지에게 먹힌...? 사람은 누군지 아나요..?"

"그거시말여, 전혀 모르겠으야"

"네..?"

"전혀 모르겠드라고,.. 시체가 있는것도 아입고 그냥 피만 있으에 누가 다쳤나 싶어 주민들을 살펴봤는디 그런 사람은 없드야"

그럼 마을 주민들에겐 해가 없다는 건가..?
외부인의 피라거나... 아니면 다른 짐승들의 피일 수도 있다. 왜 다들 식인멧돼지라고 생각하는지...
멧돼지들도 충분히 잡식성을 띌 수도 있고 육식을 할 수도 있는데

"그...피라는거, 정말 사람피가 맞을까요?"

"모르제~ 우리가 민중의 지팡이도 아입고 이런일은 첨이라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드야"

점점 식인멧돼지에 대한 신빈성이 낮아져간다.
식인멧돼지라는 소문뿐이였으니 진위여부는 제대로 파악 할수 없었다. 어쩌면 어제의 그가 범인이 아닐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나 그곳에 그가 노숙을 했고 그러다 멧돼지나 짐승들에게 공격당해서 언덕위에 피가 흩뿌려져있고.... 사실 그 피는 그의 피가 아니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려니 그의 몸에 여러번 뚫렸던 구멍같은 상처들이 떠올랐다. 그건 왠지 총에 맞은 듯한 상처였다.그렇게 짐작할 뿐이였지만 사실이라면 그의 몸에 총알이 아직 박혀있다거나.... 아니지, 이미 그는 떠나고 없다. 그가 팔팔한것도 내가 봤다. 몸에 총알이 박혀있다면 그렇게 팔팔할 수는 없겠지

점점 머리가 식어간다.
생각을 할 수록 불길한 쪽으로 퍼즐이 맟춰져간다.
그는 왜 상처가 났었을까, 무슨일이 있었지?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위험한 용기가 피어올랐다.

"...할아버지, 여기서 내려주세요."

"이제 괜찮드야..?"

"네에... 충분히 쉰것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랴.. 학생도 조심허고"

료하는 떨리고 불안한 가슴을 쥐어잡고 언덕위를 향했다. 빠르게 달리다가 지치면 걷고 어느정도 회복하면 다시 뛰고를 반복하며...

-그냥 확인만 해보고..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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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3 14:57 | 조회 : 1,025 목록
작가의 말
Nf엔프

아직도 프롤로그가 끝나지않았습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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