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언덕위에 식인멧돼지 or 괴물?

아침이 밝아왔다.
창밖엔 늘 언제나의 풍경이 비춰보이고 있었다. 멀리서 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가 보이고 강 도 비춰보인다. 그러고보니 그를 발견했을때가 다시 생각이 났다.
우리집은 구석 끝쪽에 위치해 있어서 잘 찾을 수 없었을텐데 어째선지 몸에 물을 흠뻑 적신채로 내집 앞에 쓰러져있었다. 몸에는 비릿한 냄새가 났었는데 강에 빠졌다가 여기까지 왔다는걸 알 수 있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 게다가 상처주위에 파란 액체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를 집안에 들이고 상처부터 치료하니 파란액체는 어느샌가 사라져있었는데...그게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집에 구급함이라도 없었으면 과다출혈로 꽤 위험하지 않았을까..? 내가 평소에 자주 다치고 오는바람에 학교친구가 만일을 대비해 쓰라고 챙겨주었던 여러 구급품들이 요긴하게 쓰였다.
병원이나 다른 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생각도 해봤지만 여긴 시골이다. 병원은 버스를 타고 몇십분을 가야지 보이고 내집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 하나 지고 가기도 벅찼다. 왜 이런 구석진 곳에서 살고 있냐고 한다면... 여기밖에 빈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쪽에 경제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
어른들은 일자리 문제와 여러 사회적 문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이 그 도시에서 도피하고자 시골로 귀농, 귀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시골에도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이런 병원도 없는 시골마을까지 오려하는 어른들의 심리는 역시 잘 모르겠다...

그렇게 3시간쯔음 흘러 깨어난 그는 놀라운 속도로 상처를 회복하고는 국밥을 10그릇이나 먹어치웠다. 그때 그에겐 필히 먹방의 신이 들렸으리라...
.....전부다 먹어치운 그는 잠을 잤다, 나도 국밥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던 하루였고, 내일 학교도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일찍 잠에 들었다. 물론 그가 내어주었던 돌맹이는 안전하게 내 품속에 넣었다.
다음날 일어나면 그를 찜질방에 보내던가 하고, 하교후에 시내에 빨리 가봐야지


...그렇게 일어나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건조대위에 올려두었던 그의 옷들도 다 사라져있었다.
ㅡ그가 나갔다,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 인사도 없이....

그 사실을 막 깨달았을땐 왠지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는 우리집에 와서 깽판 부린것 밖에 없었을텐데.....
하지만 비어있는 밥솥안을 보니 그 생각도 다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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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야, 어디서 무슨 소리 안들리냐?"

"맞네맞네, 료하의 배에서 나는 소리잖아?"

앞자리와 그 옆짝꿍인 내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여긴 내 반이며 나는 지금 축 늘어진채 책상에 엎드려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망할 식귀... 진짜 돌맹이가 보석이 아니기만해봐''''''''

그가 국밥과 함께 밥도 다 먹어치웠다는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돌맹이를 받았을때 들었던 여러 상상과 피곤함이 절묘히 그 생각을 가린것이다.

"야, 오늘 급식 뭐냐?"

"오늘..은 멸치볶음이랑 야채 샐러드... 그리고 콩밥에 미역국?! 장난해? 오늘의 급식은 웰빙식이냐?? ....입맛떨어지네"

앞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내 질문에 급식표를 줄줄이 읽고는 경악하며 종이를 찢을 기세로 바라본다.

멸치볶음에 야채샐러드와 콩밥, 미역국이라....
어제 저녁과 아침까지 다 굶어서 그런지 그런 밥이라도 좋으니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웰빙식을 무시하냐...!- 덤으로 저 급식투정하는 사납게 생긴 녀석인 「배우현」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다.

"급식 투정하면 안돼 우현아, 세상은 그런 밥도 못먹는 기아들이 얼마나 많은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배우현에게 말을 건 옆짝꿍인
「이민아」는 급식때문에 심히 마음이 안 좋아보이는 배우현을 살살 달래고 있다.
저 배우현을 저런식으로 대할 수 있는건 민아밖에 없을거다...

"하아... 아직 3교시인가ㅡ 시간참 안간다"

배에서는 여전히 꼬르륵 소리로 비트박스라도 칠 기세로 울리고 있었고 난 최대한 배를 움켜잡고 몸을 숙였다.

"아 맞다, 료하야, 너 그 이야기 들었어?"

"? 무슨 이야기?"

"그거 있잖냐, 요새 마을에 식인멧돼지가 내려왔다는 소문...."

민아가 말을 건거에 배우현이 답해주었다.
둘은 역시 마음이 잘 맞는것 같다. 어서 사귀지 않고 뭐하나...
근데 뭐라고? 마을에 식인멧돼지라니.... 여기 마을이 시골쪽이라 멧돼지들이 자주 출물하긴 하지만
식인멧돼지가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다.

"식인멧돼지? 진짜 그런게 있어?"

사람을 잡아먹는 멧돼지라니... 그게 사실이면
좀 위험한거 아닌가... 이상황에 학교는 휴교도 안하고 뭐하는건지...

"그게 말이지~ 마을 숲쪽에 벚꽃나무있는 언덕이 있잖아? 거기에 다량의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는데 그 근처에 동물 털같은게 발견됐다고 하더라고~"

"언덕위에 피가..? 아니.. 근데 그럼 멧돼지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 않나? 혹시 살인 같은거나..."

"바보같은소리! 여기 마을사람들이 얼마나 정이 많은데... 막 살인하고는 거리가 멀지"

배우현의 말대로다... 여기 마을사람들 간의 정들은 두터워서 서로가 해칠리가 없다는걸 잘안다. 이 마을에서 제일 위협적이고 말썽을 자주 부리는 멧돼지가 그 유력한 범인으로 찍힌건가...게다가 언덕쪽에는 멧돼지가 자주 출물하기로 유명했다.
마을에 벚꽃나무 언덕 쪽이라 하면 우리집에서 꽤 멀긴 하지만..... 괜히 등골이 시린다.

"아니..그래도 진짜로 있다는 말은 아니잖아? 추측 뿐일테니까... 그 언덕에 무슨ㅡ..."

....


말을 하다 말고 끊은 료하에 태도에 두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본다.

"야, 말을 하다 말고...무슨.."

우현은 료하의 얼굴을 보았다. 료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이 커져있었다. 그러다 눈을 몇번 꿈뻑이더니 생각을 정리한듯 커졌던 동공이 슬슬 풀렸다.

"료하야...어디 아파?"

민아가 걱정스러운 음색으로 물었다.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는게 여름감기라도 걸린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아니야, 그냥 , 배고파서.."

료하는 그 둘의 눈을 피하고는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쪽 교실 창문에서 보이는건 강과 벚꽃나무 언덕이였다. 료하는 언덕쪽을 빤히 보았다. 이런다고 뭐가 보일리가 없겠지만 그곳에선 불길하게 검은 연기가 피오르는 듯한 환각마저 보였다.



벚꽃나무 언덕위ㅡ



「"후우. . . 그럼 지금까지 어디서 살고 있던 건데?"

"그러니까.. 저기 언덕위에서! 저기가 제일 경치가 끝내주더라고~!"

"하아... 그럼, 거기서 뭐먹고 살았던 건데?"

"열매도 먹었고~ 사람도 먹었지!"」



....
어젯밤, 그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니 세상이 순간 정지했다.
난 그의 말을 농담, 혹은 배고파서 헛말을 한거라고 생각했었다.

ㅡ하지만 시기상으로 너무도 절묘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제 만났던 그는 누구였을까, 그가 정말... 식인이라도 한걸까..?

다시한번 고개를 돌려 언덕위 쪽을 바라보았다.
언덕위에 그의 환상이 어렷풋이 보이는 듯했다.
씨익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는듯한 그 환상에
불길한 기운이 내안에 들어차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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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9 16:04 | 조회 : 1,19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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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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