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반가운 손님

33. 반가운 손님

한국으로 돌아와 오빠와 지낸지 이주일이 지났다. 한국엔 완벽한 봄이 찾아왔다. 오빤 새벽에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준비하는 소리에 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 오빠를 마중한다.

의사를 그만둔 오빤 마을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간단한 건강 검진을 해주거나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대신해서 농사 일을 도와주러 나간다.

"다녀와~"
"오늘 늦은 오후에 올거 같으니까 점심 먼저 먹고 있어."
"응."

오빠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도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뒤돌아보니 집 지붕에 예쁜 까치 두마리가 앉아있었다.

"까치네. 반가운 손님 오실려나."

오빠 없이 점심을 먹고 집 정리를 하고 있던 중 초인종이 울린다. 오빠가 아닌 다른사람을 위해 현관문을 열어주는 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줬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키가 큰지 그늘이 생겼다.

"강, 은우씨 집 아닙니까."

고개를 들어 상대방의 얼굴을 보자마자 두근거렸다.

잘생겼다.

남자는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어 더욱 차가워 보였다. 남자의 외모에 정신이 팔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강은우씨 집 아니냐고 물어봤습니다."
"강은우씨는 나갔는데 괜찮으시면 안에서 기다리세요."

무작정 잘생긴 남자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오빠가 이 사실을 알면 난리 나겠네.

남자는 신발을 벗다가 신발장에 놓인 오빠와 내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한국 와서 오빠와 찍은 사진. 사진 속 오빠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 와서 처음 찍은 사진인데 오빠 잘 나왔죠?"
"..예. 잘 나왔습니다."
"이, 저는 먹을 거라도 들고 올게요. 편하게 계세요."

잘생긴 남자는 거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자세히 구경한다. 특히 오빠 사진이 들어간 액자 앞에선 한동안 서 있었다가 다시 구경한다.

오빠랑 무슨 사이지? 그보다 오빠한테 저렇게 잘생긴 친구가 있다고 못 들었는데.

커피잔 두개를 들고 오빠 사진 액자를 들고 보는 남자에게 하나를 건넸다. 멀리서 볼 땐 확실치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확실해졌다. 이 남자 오빠 사진만 보면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커피믹슨데 괜찮죠?"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내가 가까이하자 한 발짝 물러서고 커피잔을 받는다. 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직도 오빠 사진을 보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친구예요?"
"...아뇨."
"그럼 무슨 사인데요?"
"제가 그 쪽에게 알려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남자는 노골적으로 불쾌하다고 나에게 표현했다. 그 모습에 난 사과드렸다.

"불쾌했다면 사과드리죠."
"네. 그보다 강은우씨는 언제 옵니까."
"글쎄요? 조금 더 기다리시겠어요?"

오빠랑 친구사이도 아닌것처럼 보이는데 대체 오빨 왜 찾는 거지? 아니 오빠가 여기 산다는거 어떻게 알았지?

잘생긴 남자를 의심하고 있던 중 초인종이 다시 한번 더 울린다. 잘생긴 남잔 보고 있던 오빠 사진을 내려놓고 현관문을 바라본다.

"문 안 엽니까?"
"...열어야죠."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을 열자 고구마박스를 들고 있는 오빠가 서있었다. 흙투성인채로 돌아온 오빠에 놀라 손을 뻗어 오빠의 얼굴에 가까이하자 오빤 얼굴을 뒤로 빼며 말한다.

"흙 많이 묻었으니까 만지지마."
"고구마 내가 들게."
"오빠가 들게. ...하준씨?"
"오랜만이야."

오빠는 신발 벗고 들어가자 거실에 있는 남자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잘생긴 남자는 나한테 보여주지 않은 환한 미소를 띄우며 오빨 보고 있었다.

"그게 오빠, 내가 열어줬는데.. 미안해."

오빠에게 혼날 준비를 하며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오빤 부드럽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준다. 웃는 오빠 모습에 조금은 안심을 했다.

"은하야 오빠 이 남자랑 얘기 나누고 올게."
"밖 추우니까 여기서 얘기 나누게 좋지 않아?"
"금방 얘기 나누고 올거야."
"으, 응."
"따라 나와요."
"응."

아까와 다르게 긴장한 모습으로 오빠 뒤를 따라 집 밖을 나섰다. 창밖으로 보이는 둘의 모습. 묘한 분위기에 나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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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4 16:53 | 조회 : 2,25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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