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동생

32. 동생

알람 소리가 아닌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와 잠들고 있던 날 깨운다. 밖은 새벽인지 이제 막 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하품하며 베개 옆에 뒀던 조금 때가 탄 손목밴드를 착용한다.

"손목 밴드 빨아야겠다."

제일 먼저 일어나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시며 해가 올라오는 것을 구경한다. 해가 완벽히 떠오르면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 아침 좋으면 좋겠네. 벌써 7시네.."

냉장고를 열어 아침(밥)을 생각한다. 야채칸을 둘러보다가 과일 칸을 열어봤다.

"간단하게 사과로 때우자."

과일 칸에서 붉게 물든 사과를 꺼내 한입 크게 베어 물면 과즙이 입안에서 퍼진다. 사과를 먹으며 밀린 빨래와 때 탄 손목밴드를 세탁기에 넣었다.

"양말 구멍 뚫렸잖아."

다 먹고 남은 사과 꼭지와 구멍 뚫린 양말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거실에 있는 작은 서랍에서 새것의 손목밴드를 꺼내 다시 착용했다.

집 밖으로 나와 그네의자에 앉아서 상쾌한 바람을 맞는다. 온몸으로 봄이 왔다는 걸 느끼고 손목밴드를 벗어 손목을 확인한다.

피딱지만 있었던 상처는 이제 흉터로 남아있는 걸 보면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도 흉하게 남은 상처를 보면 하준씨가 생각난다.

하준씨 깨어났을까, 다 나았을까, 또 다쳤을까.

하지만 난 그를 걱정할 수 있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 옆에 있을 수 없어 무작정 시골로 도망쳐왔다.

시골은 밤이 되면 도시와는 다르게 빛 하나 없이 오로지 주황빛 가로등과 손전등을 유지하며 길을 다녀야 한다. 불편한 만큼 좋은 점도 있었다.

일본에서 봤던 별 가득한 밤을 이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난 상처를 만져보고 다시 손목밴드를 착용했다. 누가봐도 흉측한 상처이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네의자에서 일어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오토바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도시 총각! 우편 왔어~"
"우체국 아저씨,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시네요."
"이번에도 동생이야? 다 나았다며 한국에 와?"
"빨리 한국으로 돌아온대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저씨는 우편을 건네주고 곧바로 돌아간다. 우편 좌측상단에 쓰인 이름을 보다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풉.. 오빠한테 보내는데 왜 영어 이름을 쓰는 것인지.."

편지를 꺼내 읽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이 편지를 받으면 아마 내가 한국에 도착했을거야!>

"..하?"

- 띵동

설마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줬다. 누군가 나를 세게 껴안았다. 그 순간 돌아가신 엄마한테서 났던 향수냄새가 났다.

"은하? 아니, 왜 오빠한테 오늘 온다고 말 안했어..! 내가 데려갔을텐데!"
"괜찮아!"

돌아온 동생은 날 놓아주고 커다란 회색 캐리어를 끌고 집 안으로 무작정 들어간다.

"우와, 생각보다 크네~ 아 저 하나 남은 방 나 써두 되?"
"응. 가구들 다 있어. 그보다 이렇게 빨리 돌아오면 어제 벽지 새로 할걸.. 네가 좋아하는 색으로 할려고 했는데."
"음? 아냐. 지금 이대로 딱 좋아. 병원벽지보단 예쁜데?"

병으로 어릴때부터 힘들어했던 동생이 생각나 울컥해진 마음을 숨기려고 동생을 방에 두고 거실로 나와버렸다. 동생은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조심히 내 옆으로 다가와 내 팔짱을 끼고 말한다.

"은하야."
"나 다 나아서 이제야 하나뿐인 가족 옆에 왔잖아. 그러니까 오빠 이때까지 못한거 지금부터 하자. 서로 보면서 생일 축하해주고 연인 생기면 자랑하고.. 응?"
"...그래."

마냥 나보다 어리다고 생각한 동생은 나보다 더욱 성숙했고 어른스러웠다. 동생은 짐정리를 다 한뒤 거실로 나와 구경을 하다가 말을 꺼낸다.

"그나저나 큰 집에서 오빠 혼자 살면 안 외로웠어?"
"아니."
"거짓말."
"...사실 외로웠어. 근데 네가 찾아왔으니까 괜찮아."

외로웠던 나에게 동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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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1 19:05 | 조회 : 2,381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요즘 쓰고 싶은 글이 생겼어요. 황제랑 재상 간의 러브스토리!! 으아아 쓰고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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