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성현의 속사정_3

그렇게 이틀정도 되었을까.

내가 준호의 교실을 갈 때마다 후배들이 웅성거렸다.

기분 나쁜 웅성거림은 아니었지만..뭐 자세히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준호를 보러 온거였기 때문에.

그날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찾으러 갔다.

왠지 오늘은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반에 도착한 후 본 준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말없이 나를 이끌고 후관 뒤쪽 공터로 향했다.

이 학교에 3년이나 있었지만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도대체 왜 자꾸 저희 반에 오시는 거예요?”

그러게. 왤까. 나도 모르겠어, 준호야.

잘못됐냐고 물으니 시선집중이 돼서 부담스럽다 답했다.

내가 왜 시선집중이 되는 걸까?

“그야 선배 외모가 눈에 띄게 잘생겼으니-헙!”

그 애가 나를 보며 붉어진 얼굴로 잘생겼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귀여웠다.

좀 더 이 아이가 나에게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준호는 짜증을 내며 왜 자꾸 따라다니고 놀리냐고 했다.

바람에 흔들려 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을 손으로 붙잡았다.

‘예쁘다...’

그리고 몇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갔던 것 같다.

그 후...

나도 그때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이성보다 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이야기 했던 걸까?

그대로 입을 맞췄다.

좀 더, 좀 더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네가 귀엽고 작은 것처럼 너의 안도 그럴까?’

놀란 준호가 입을 벌린 틈을 타 그대로 혀를 집어넣었다.

따뜻한 준호의 혀가 내 혀와 맞다았다.

작았다.

아니, 작지 않았던 걸수도.

단지 내 눈에는 준호의 모든 것이 작아보였다.

안을 더욱 더 돌아다녔다.

‘준호 치아 고르게 났네. 귀여워.’

‘아, 여기 사랑니 나고 있는 건가...’

말랑거리는 입술이 느껴져 깨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아, 저 작은 입술에 자국을 남기면 준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궁금하다.’

정신없이 헤매고 있는 가운데 그가 숨이 찼는지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어쩌지. 나 이 아이가 너무 좋다.

가지고 싶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아무도 볼 수 없게 나만이 탐할 수 있게 가둬두고 싶어.

결국 아쉽게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입술 사이로 흰색 실이 늘어났다가 꽃잎과 함께 떨어졌다.

준호는 귀가 빨게진체 놀랐는지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손으로 가린 준호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그 아이 옆에 더 있다가는 끊어지고 있는 이성을 잡지 못할 것 같았다.

그 후 나의 고민은 더욱 심해졌다.

이 감정이 진짜인건지. 아님 단순히 죽은 내 동생이 생각나 동정심 때문 인건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갔지만 두 감정의 원인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머리가 아팠다.

다음날, 식당에서 이모네와 약속이 있어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하였다.

“오늘은 이모네 아들도 온다고 했었지... 어떤 앨까?”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칼칼해져 물을 찾던 도중 식당 건너편에 편의점이 보여 들어갔다.

“어? 너 준호 아니야?”

들어가자마자 알아차렸다.

저 교복과 왼쪽 눈을 가린 안대.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띈 저 명찰.

준호는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자신의 명찰을 보고는 혼이 빠졌다.

“ㅋㅋ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사정이 있어서요.”

그때 테이블 위 빈 약 봉투가 보였다.

‘얘 몸 아픈가..?’

갑자기 걱정이 훅-끼쳐왔다.

감기 때문에 먹는 약이라고 했지만 어물쩍거리며 안대를 만지는 것을 보니 안대와 관련있는 일인 것 같았다.

‘말하기 싫어하는걸 억지로 말하게 할 필요는 없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물병을 집어 마시고 준호와 함께 편의점을 나왔다.

이제 헤어지는가보다 싶었다.

근데, 가는 길이 나와 같았다.

엘리베이터도 같이 타고 같은 층에서 내려 같은 식당에 들어갔다.

준호도 이상했는지 나에게 왜 붙어오냐고 물었다.

그때 들려오는 이모의 말소리.

“어머! 아들 왔어? 앞으로 너의 형이 될 아이란다.”

준호가...이모 아들 이였어?

이거 무슨 수준이 인간 막장이잖아.

‘남자끼리 좋아해 키스했는데 알고 보니 곧 가족이 될 사이였다.‘라...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당황한 기색을 없애고 방긋 웃으며 이야기 했다.

‘하...존ㄴ 망했다. 아직 감정에 대한 원인도 모르겠는데... 일 왜 이렇게 꼬이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준호와 이야기 좀 하다 가겠다고 했다.

그 순간 준호의 얼굴이 구겨졌다.

물론 티는 잘 나지 않았지만 이마가 살짝 찌뿌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감정이 저렇게 티날 수 있을까.’

그렇게 식당엔 나와 준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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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6 17:15 | 조회 : 5,094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이야! 날씨가 참 좋네요! 제 변덕도 저만 할까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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