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 말을 못하고 있자, 준호가 왜 불렀냐고 물었다.
얘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건가?
“너야말로 할 말 없어?”
“어른들이 결정하셨으니 어쩔 수 없죠.”
아니,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닌 거 너도 알잖아.
“아! 어제 일은 사고였으니까 괜찮아요!”
‘너한테는 그 일이 사고로 치부될 만큼 생각할만한 것도 아니었던 거야?’
밤새 고민한 나는 뭐가 되는데.
순간 울컥했다.
“그럼 이러고도 사고일까?”
그대로 다시 한번 키스했다.
이번에는 진도도 좀 더 나갔다.
준호도 싫지는 않은지 느끼고 있었다.
‘정말 싫어하면 느끼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옷 속에 손을 넣어 그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새끼손가락에 바지 지퍼가 걸렸다.
‘하고 싶다.’
다른 생각이 들 겨를이 없었다.
나의 손을 밀어내려는 준호를 붙잡고 그대로 페니스를 잡았다.
흥분상태였던 준호가 신음을 내뱉었다.
더, 좀 더, 나를 원하란 말이야.
그 예쁜 입에서 나를 좋아한다고, 원한다고, 해달라는 말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선배 저를 더 범해주세요. 라고 해봐.ㅎㅎ”
처음부터 기대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했으니.
그 아이는 말하려는 듯 하다가도 멈칫거리며 우물쭈물 거렸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만족 하자. 대강 어느 정도 알아냈으니.’
오늘 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 정확한 확신만이 필요했다.
곧 가족이 된다는 사실이 걸리긴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는 피도 섞여있지 않을뿐더러, 둘 다 남자니까 부모님도 의심하지 않으실 테고, 한집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니 스킨십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아, 너무 속이 훤히 보이나...’
내가 생각해도 음탕한 생각에 내가 이럴 수 있나 싶어 놀랐지만 준호를 생각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월요일 날 학교에서 마주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ㅎㅎ‘
평상시라면 주말이 계속되기를 빌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
오늘도 어김없이 준호네 반을 찾아갔다.
“후배! 있어?”
준호의 자리엔 짐만 덩그러니 있고 후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방금 전까지 여기 엎드려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데 사라졌다고 했다.
‘이거, 부끄러워하는 거 맞지?’
“쉬는 시간에 안 올라오면 알지?”
교실 안에 숨어있는 것을 알았으나 일부로 찾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직접 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교실을 나갔고 다음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
***
벌써 5분이 지났다.
“왜 안 오지...”
교실은 시끄럽고, 준호는 안 오고..
혼자 있을 곳이 필요했다.
저번에 준호가 데리고 간 공터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학생들이 잘 쓰지 않는 탈의실에서 혼자 망상에 젖어 있었다.
그때,
드르륵-
우리 귀여운 방구 쟁이 후배님께서 체육복을 가지고 들어오셨다.
“!!!”
준호가 여기로 올 줄은 몰랐던 나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준호는 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
훌렁-
그가 상의를 벗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하...선배한테 가야하는데...”
어, 잠만 이거 위험한데...
안되는데...
지이익-
바지의 지퍼가 반쯤 내려가자 난 급하게 말했다.
“거기서 더 내리게?”
준호의 눈이 토끼처럼 땡그레져서 나를 쳐다봤다.
표정에서 생각이 다 읽혔다.
‘이 선배 왜 여기 있어?’
“여기 애들 잘 안와서 쉬려고 있었지.”
그러자 그는 서둘러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더니
“그럼 편히 쉬다 가세요.”
나가려는 듯 문을 잡았다.
‘안 돼! 오늘 겨우 만난 건데.’
급하게 문을 막자 준호가 돌아봤다.
아 진짜 얼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냐...
국보급이야. 이거 진짜로 문화재청에 인간문화재로 등록해야해..
유독이 그의 얼굴 중 입술이 빛나 보였다.
고민도 없이 그대로 입을 맞췄다.
갑자기 시작한 키스에 놀랐는지 뭔가를 잡으려고 손을 버둥거렸다.
내가 그 위에 손을 겹치니 그대로 맞잡았다.
내 손에 비해 작은 준호의 손에서 따뜻함이 느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