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새 가족_2

“음... 뭘 입고 가지?”

엄마는 그냥 편한 옷으로 입고 나오라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새 가족을 만나는 자리니까 단정한 옷으로 입고 가야할 것 같은데...

코디에는 영 재능이 없어 고민을 하던 준호는 상하의 한 벌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래! 이 옷이면 괜찮을 꺼야! 학생답고 단정하고! 좋잖아? ㅎㅎ”

“아들, 준비 다 됐어? 이제 나가야 돼.”

“아, 잠시 만요! 먼저 차에서 기다려 주세요!”

방을 둘러보던 그는 한 약봉투를 가지고는 집을 나왔다.

약속이 있는 식당으로 가는 길.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아 흘렀던 정적이 엄마의 말로 깨졌다.

“그...준호야. 혹시 아직도 힘드니? 힘들면 바로 이야기해. 아직도..그래?”

조심스레 꺼낸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준호는 왼쪽 눈을 가린 안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그, 괜찮아요.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웃으며 대답하는 준호를 본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휴, 그치? 하긴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다른 애들은 작은 일에도 상처를 입는다 해서 걱정했는데 역시 우리 준호는 착하다니까!
그런 애들이 유별난 게 맞았구나! 난 이런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사랑한다, 우리아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야!”

한층 밝아진 그녀의 얼굴을 본 그는 그저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등 뒤로 숨긴 채.

엄마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채.

시간이 흐르고, 내비게이션에서는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창문을 통해 한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나 여기서 내려주세요. 편의점에서 사야 될 거 있으니까 먼저 가 계셔도 되요.”

“그래? 그럼 여기 앞 건물로 오면 5층에 식당 있으니까 거기로 들어오고, 이따 보자 아들!ㅎㅎ”

차문을 닫고 내를 그는 멀어져 가는 차를 공허한 눈으로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딸랑-

“어서 오세요~”

예의상 겉치레에 지나지 않은 형식적인 말투.

감정이란 담겨있지 않은 그런 말투.

준호는 물병을 하나 사고는 테이블에 앉아 집에서 가져온 약과 함께 물을 들이켰다.

그때,

딸랑-

“어서 오세요~”

익숙한 얼굴.

‘흐익! 왜 성현선배가 여기에!’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휙 돌린 준호는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 너 준호 아니야?”

“아, 아닌데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에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교복 명찰에 니 이름 적혀있는데요, 방구쟁이 후배님? 주말인데 웬 교복? ㅋㅋ”

‘아 맞다.. 교복....’

그제야 집에서 뭘 입을지 몰라 꺼내 입었던 교복이 생각났다.

성현은 준호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사정이 있어서요.”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흰 약 봉투.

“그럼 그 약은 뭐야?”

그러자 준호는 황급히 껍질만 남은 약봉투를 숨기며 이야기 했다.

“이, 이것도 사정이..있어, 아니, 감기! 감기에 걸려서요!”

“흠..그렇구나..”
준호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럼 선배야 말로 왜 여기에?”

“약속이 있어서. 물마시고 싶어서 잠시 들린 건데 뭐, 방구쟁이 후배님께서 친히 사다주셨으니 말이야 ㅎㅎ”

그는 맘대로 물을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약 다 먹었으면 나갈까?”

“아, 네!”

편의점 밖으로 나와서 준호는 성현에게 가보겠다고 이야기 한 뒤 걸음을 옮겼다.

‘근데 왜 성현선배가 따라오는 것 같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건물을 들어가서 엘리베이터까지 타고는 내렸건만 선배도 같은 곳에 내린다.
결국 준호는 뒤돌아서 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선배-왜 자꾸 따라오시는 거예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성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준호에게 물었다.

“음...나?”

“네. 선배요.”

“아니, 아니, 나는 -”

그때 들려오는 익숙한 여자의 말소리.

둘에게 걸어온 준호의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 아들 왔어? 응? 이미 둘이 만났구나?”

“에? 뭐가요?”

“아직 모르는 건가? 앞으로 너의 형이 될 아이. 둘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이름은 따로 말 안 해도 되겠지?”

순간, 조용해진 공간.

‘성현 선배는 알고 있던 건가?’

선배를 쳐다봤지만 선배도 내가 동생이 된다는 것은 몰랐던 일인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이거 뭐지. 나만 지금 이 상황 이해 안되는 거? 도대체 뭐야?

그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어제의 일.

‘설마 나 형 될 사람이랑 어제 키스한..거야?!?’

하지만 당혹감도 잠시, 성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이모, 저희가 얼마나 친한데~아! 이제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나요?ㅎㅎ”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올라간 입 꼬리를 내리지 못하며 말했다.

“호호! 성현이 너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일단 자리로 돌아가자. 아버지 기다리고 계시니까~^^”

“성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했고, 준호만이 몸이 굳은 체 멍해 있을 뿐이었다.

“왜 아까 편의점에서부터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을까...나 바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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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3 21:40 | 조회 : 5,408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어제 수행 평가 때문에 연재를 못했어요! 첫 연재일인데.... 그 의미로 더 많이 올릴께요! 죄송해요! 참, 연재 시간이 바뀌었어요.ㅎㅎ (매주 월.수.금 오후 9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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