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난 귀수산. 도깨비의 일종이다. 나는 너에게 충성을 명하니, 너는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세계 구경”

단순한 이야기. 이 재미있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가. 바로 모험이 아닌가. 비각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거절하지. 이 삼도천은 전부 다 가봐서 말이야.
“무슨 소리지.. 콜록.. 내가 말하는 것은 이승. 즉, 리베르타스의 세계다.”
-좋다! 넌 이제 나의 주인이다. 나 귀수산은 이 등에 있는 두 개의 거암이 사라질 때 까지 주인, 비각을 모실 것을 이 삼도천에 나의 이름을 걸고 말한다!

갑자기 대지가 울린다. 거대한 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북이와 같은 모습. 등에는 두 개의 거암이 교차되어 박혀져 있으며, 머리와 같은 모양의 밑에는 수염이 자라있다.

“차사형님. 이번엔 이 아이의 편이 될 것이오.”
“젠장할. 도깨비술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구나.”

귀수산이 크게 숨을 들이 쉰다. 그리고 뱉어내는 그 숨에는 괴성까지 섞여 있어 귀를 멍하게 만들었다. 비각은 다친 몸으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단지 귀수산을 보는 것만이 가능할 뿐.

“합격이다. 꼬맹이.”
“네?”
“넌 삼도천을 구경할 자격이 있다. 귀수산은 시왕이 와야 어떻게든 할 수 있어서 그냥 포기할련다.”

그는 어깨를 으쓱대며 낫을 어깨에 걸친다. 그리고 빙긋 웃어 비각의 가슴께로 손을 가져가 댔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연두색의 빛이 모이더니 비각의 상처가 점점 옅어지다 사라진다. 그리고 비각은 움직여본다. 발목도 어느 샌가 치료되어 있다. 소리를 내는 온몸의 뼈가 비각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주인. 나의 머리에 타겠소?”
“뭐.. 괜찮겠지?”

귀수산은 그 거대한 머리를 내려 비각이 올라갈 만한 경사를 만들어주었다. 비각이 귀수산의 머리로 올라가자 귀수산은 머리를 뻗어 올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비각의 입에는 감탄만이 남아있다.

“꼬맹이. 난 차사. 이름은 없다. 차사라 불러라.”
“네 차사형님.”
“너까지 형님이냐.”

차사는 한숨을 쉰다. 비각은 옅은 웃음을 띄며 저녁노을의 색을 비추는 강을 보았다. 아름답다.

“축하합니다. 비각.”

강 언저리에 도착한 비각을 반기는 것은 페도라를 쓴 류다. 류는 웃으며 비각을 보며 지팡이를 돌렸다. 그리고 바닥에 꽂으며 말 했다.

“나, 커리어마스터 류의 권한으로 비각을 도깨비술사로 인정하는 바이다!”
-퀘스트: 영혼의 도착점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직업: 도깨비술사

비각은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것만으로 기뻐하면 곤란하죠. 아직 하나가 더 남았는데. 그건”
“허허, 류. 네놈 죽고싶냐?”

류의 말을 끊고 차사가 낫을 들고 말한다.

“물론 알고 있으니 보낸 것이죠. 어떠십니까, 비각은.”
“알잖아. 다른 건 몰라도 최악이야.”
“물론.”

류는 빙그레 웃으며 지팡이를 돌린다. 비각은 쓴웃음을 지으며 장단을 맞추어준다. 어느새 귀수산의 머리에서 내려와 지상을 걷고 있는 셋.

“그러면 오늘은 실례했습니다.”
“돌려보내주지. 다음부터는 도깨비술사만 보내라고.”
“넵. 그럼 이만”

차사가 낫을 한 바퀴 돌리자 허공을 비집고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을 넘어가는 비각과 류. 그리고 보이는 것은 매캐한 담배 연기가 자욱한 술집으로 보이는 도깨비술사의 직업소.

“아, 참고로 귀수산은 제가 크기를 줄였습니다. 너무 커서 말이죠. 문을 못 넘으니 말이에요.”

류는 주머니에서 귀수산을 꺼낸다. 손바닥만한 크기. 귀엽게 보이고 아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다. 귀수산은 그 짧은 다리로 테이블을 기어 비각에게 다가간다.

“주인. 백귀야행의 일행으로 잘 부탁한다.”
-백귀야행에 귀수산이 참가되었습니다.
“근데 백귀야행이 뭡니까?”
“뭐긴 뭐에요. 네크로멘서의 군대, 국군, 테이머의 테임과 같은 것이죠.”

네크로멘서의 군대, 국군. 쉽게 말해 부하다.

“하지만 다릅니다. 국군과 같이 의지가 있으며, 테임과 같이 괴수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종관계가 아닌 상호협력관계입니다. 이번에 당신과 귀수산의 계약은 일반적인 야행이 아니라는 것이죠.”

류는 세세히 설명해준다. 도깨비술사로써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비각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후회합니까?”
“안합니다.”

그리고 류는 웃으며 비각을 출구로 안내해준다.

“언젠가 비기가 되길.”

그리고 비각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직업소를 떠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밖에 나왔다. 직업을 선택하고 난 뒤에 최초의 몬스터와의 대치. 비각은 그 기대감에 침을 삼키고 돌아다녔다. 깊숙한 숲에 들어오니 악어들이 기어 나온다. 날카로운 눈빛과 단단해 보이는 피부. 바닥을 짚는 그 날카로운 발톱까지. 정말로 무서워 보인다.

“귀수산. 가자.”
“그럽시다, 주인.”

귀수산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선다. 그 거대한 위용. 마치 산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야행들의 상태가 궁금하면 야행의 몸에 손을 대고 관찰을 외치시면 됩니다.

비각은 귀수산의 발에 손을 대고 관찰을 외친다.

이름: 귀수 종족: 귀수산
레벨: 1(501)

체력: 800(53,000,000)
마력: 700(120,000)

기술
1. 변체: 10분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2. 암석우: 주위에 있는 돌멩이를 하늘 높이 올려 떨어트린다.
-귀술로 사용가능

귀수산. 사실은 터무니없는 괴물이다. 하지만 비각의 야행이 돼서 그 능력이 줄어든 모양이다. 비각은 그리고 악어와 귀수산의 전투를 보았다. 귀수산이 땅을 밟자 거대한 진동과 함께 악어들이 떼로 죽어버린다.

“귀수. 돌아와.”

귀수의 이름을 안 비각은 이름을 부르면서 작아지라 하니 귀수는 그렇게 했다.

“귀수. 혹시 귀술을 사용하면 너의 마력도 줄어드니?”
“아니오. 줄어들지는 않소.”

귀수가 말하자 비각은 도깨비술사가 유일하게 사용한 기술 귀술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류가 말하길 귀술은 자신의 야행인 도깨비의 힘을 한 종류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 한다.

“귀술, 암석우”

비각이 말을 마치자 바닥에 놓여 있던 돌멩이들이 들썩거리더니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다. 그리고 비각이 보고 있는 악어에게 떨어진다. 하지만 그 가죽을 뚫지는 못했다.

-귀술이 실패하였습니다.

비각은 울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악어를 상대로 주먹질을 날렸다. 그리고 겨우 이긴 비각은 스킬 창을 꺼내보았다.

이름: 귀술 숙련도: 0.02%
설명: 도깨비의 힘을 빌려 술사의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
MP: 150소모 실패확률: 70%

실패확률이 완전히 욕이 나올 정도로 높다. 열 번 중에 세 번 만이 성공 할 수 있다하면 그 것은 숙련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야행이 얻은 경험치는 못 얻으니 문제란 말이야.’

비각은 속으로 한탄을 하며 다시 악어를 바라보았다. 악어 무리들이 슬슬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자신들도 살고 싶은지 물러나고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는다. 비각은 숨을 크게 내쉬며 깊은 숲을 나오기 시작했다. 숲이라기엔 거의 늪지와 비슷한 생태지만 사람들이 숲이라 불러 숲으로 이름이 결정된 공간. 이 공간에서 나오는 악어는 비각에게 절망감 하나를 안겨주었다.

“비각씨. 제가 놓고 온게 있더라고요.”

류는 웃으며 비각을 맞는다. 비각은 류에게 다가가서 류의 손에 쥐어진 칼을 보았다.

“그것의 모티브는 천강벽수선이라 부르는 것으로 동양의 사람이 썼다하는 무구더군요. 부채 전체가 철로 이루어졌으며, 철선과 합쳐 개량한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동양은 지금 멸족. 그것이 동양의 마지막 무구인 철우선입니다.”

철우선. 부채가 접었다 펴지며 부채에 사선으로 빗금이 그어져 있어 마치 깃털과 비슷한 모양을 띈다. 실제로 색도 백색이라 멀리서보면 깃털이라 생각할 수 있다.

“방어력은 검과 부딪쳐도 금이 가지 않으며, 화살 또한 통과하지 못하게 견고하게 만들어놨습니다.”

철우선.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무기를 가진 비각은 그것을 휘둘러보았다. 철끼리 부딪치며 마찰음을 내고 무게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실조차 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해하지 못할 점이다.

“이제 저는 떠나겠습니다. 운이 좋다면 대륙어디서에서 만날 수 있겠죠.”

류는 웃음을 짓고 발부터 점점 사라져간다. 비각은 씩씩히 대답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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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08 12:36 | 조회 : 1,841 목록
작가의 말
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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