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황금의 들녘. 아름다워 보인다. 바람 하나에 파도를 타는 금빛 물결은 붉게 물든 저녁노을과 어울린다. 노을빛에 반사된 붉은 강과 하나의 부실해 보이는 나무다리.

"쳇. 류 녀석. 제자를 보내다니 실망이군."

검은 갓과 검은 소복을 입은 하얀 피부의 남성. 거대한 낫은 그 남성의 두 배에 달한다.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빛의 눈동자까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갓을 고쳐 매고 낫을 쥔다. 칠흑의 낫은 피가 눌어붙은 자국이 많으며, 이것으로 사람을 몇이나 죽였는지 보인다.

"여기는?"

비각은 눈을 뜬다. 명도. 죽어버린 자들의 세계인 것이다. 그가 눈을 뜨자 옆에는 갓을 쓴 사람이 있었다.
“류가 보냈나?”
“네.”
“그러면 삼도천을 보러왔겠군. 하지만 못 보내. 나랑 싸워서 이겨야해.”

그리고 그 사람은 비각을 베려 낫을 휘두른다. 비각은 빠르게 움직이며 피해냈다. 허리춤에 걸린 공백의 나무를 꺼내 대적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마법사 전용의 무기. 비각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조차 없다. 한 마디로 극성이라는 것이다. 비각은 공백의 나무로 낫의 무딘 부분을 쳐내며 공격을 막는다. 하지만 자잘한 균열이 공백의 나무에 점점 생겨가는 것을 보며 진땀을 흘린다. 저 거대한 낫을 휘두르는 사람은 힘든 기색이 없이 낫을 휘둘러간다. 그 큰 낫만큼 그의 공격 범위는 비각보다 월등히 많다. 황금빛 밀들이 점점 베어져간다. 비각은 공백의 나무로 막아가는 중에 나무의 균열은 점점 커져 뒤로 물러섰다.

“어딜! 땅아 솟아라!”

그의 말로 비각 뒤에는 땅이 솟아올라 벽으로 변했다. 그리고 발소리를 더욱 둔탁하게 내며 비각에게 달려든다. 비각은 공백의 나무로 막으려 뻗었다. 하지만 그는 낫을 휘두르는 도중에 미끄러트려 괭이로 땅을 긁는 마냥 공백의 나무를 베어냈다. 그리고 다시 잡아 비각의 몸에 사선을 긋는 거대한 상처를 냈다. 비각은 공백의 나무를 바닥에 패대기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그는 벽을 솟아올렸다. 비각은 피가 흘러내리는 몸을 부여잡고 뛰어가다 쓰러진다. 바닥에 쓰러진 비각은 뜨거운 입김을 내쉬며 온몸은 땀으로 적셔져있다. 그리고 그의 목에는 낫의 날이 차있다. 조금만 더 올리면 비각의 목은 몸과 안녕이라고 말을 할 정도로 가까이 있다.

“너무 약해. 너 도깨비술사 맞냐? 너무 약하단 말이다. 분명 류자식이라면 비기급의 도깨비술사를 데려올텐데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죠? 난 도깨비술사를 되기 위한 시험을 받는 중입니다만.”
“쳇. 류녀석. 이럴 줄 알았다. 좋다. 제대로 싸워주마.”

오싹한 기운이 비각을 덮친다. 주위의 바람도 날카롭게 들려온다. 쌕거리는 바람의 소리는 비각을 더욱 긴장시키게 했다. 비각의 목에서 낫을 떼고 세발자국을 물러난다. 그의 뒤는 마치 괴물의 형상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비술, 초승달 만개”

그가 말을 외치자 푸른색의 기운이 비각을 향해 쏘아진다. 바람보다 더욱 날카롭게 들리는 그 소리에 비각은 저절로 몸을 숙였다. 가슴께부터 배까지 사선으로 그어진 그 고통은 지속된다. 게임이라고 고통이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덜 할뿐. 비각은 그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섰다. 지금은 단순히 게임을 벗어나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낄 뿐.

“아직이야. 비술, 만월의 그림자”

그는 낫을 더욱 빠르게 휘두른다. 검은색의 무언가가 땅을 긁으며 다가온다. 비각은 옆으로 뛰어 치명상을 피했지만, 발목에 깊은 상처가 패였다.

“명부”

그의 손에 언제 있었는지 모를 책이 쥐어졌다. 붉은 빛의 눈동자가 더욱 붉게 타오른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의 말이 끝나자 그 책에서는 두 개의 손이 나타나 비각에게 다가간다. 움직이지 못하는 비각의 목에 두 개의 손이 다가가 조르기 시작한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화내는 듯한 그의 말에 비각의 목은 점점 조여가고 있다. 비각은 기침을 내며 입을 떼기 시작했다.

“비...각”

비각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그 조르는 손에서 풀려났다. 그 손은 다시 책안으로 사라져버린다. 비각은 더욱 센 기침을 내며 목을 잡는다.

-나와 계약을 하자 인간이여.
“뭐?”

이상한 소리가 비각의 귀에 들려온다. 비각은 기침소리를 내며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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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08 12:35 | 조회 : 1,639 목록
작가의 말
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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