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흘 밤낮을 걸어 마을을 발견했다. 큰 도시로 보이는 이곳은 성벽과 성문이 떡하니 보인다. 비각은 이 성문을 들어가 안의 도시를 보았다. 상점가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모습은 마치 생기가 넘쳐난다. 비각은 이 상점가를 넘어 ‘직업의 길’이라고 하는 곳을 향했다. 게임을 보다 쉽게 알기 위해 파악해놓은 가이드 페이지에는 직업의 길에서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여러 가지의 무기가 있다. 검과 활은 기본, 각궁이나 참마도, 조도까지 존재한다. 마치 무기의 세상인 마냥 말이다. 비각은 직업의 길을 걸어가다 초라한 건물에 눈길이 갔다. 양 옆에는 인기직업인 전사와 마법사가 떡하니 서있다. 그 건물의 크기란 어마어마하다. 그 사이에 초라한 건물이라니. 비각은 무슨 직업일지 궁금하여 문을 열었다.

“저거, 도깨비술사에 도전하는 거야?”
“도깨비술사? 그거 아니야? 직업은 있는데 사용할 스킬이 없는 직업.”
“어, 아마 제작사에서는 도깨비를 얻어야 그때부터 직업의 활로가 열린다했지? 근데 도깨비라고 부르는 몬스터가 없잖아. 그래서 지금은 사장된 직업이잖아.”
“뭐 그렇지. 호구가 하나 더 늘었구만.”

주위의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비각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매캐한 담배 냄새에 저절로 눈을 찌푸렸다. 자욱한 담배연기가 비각을 감싸고, 술 냄새가 풍겨온다. 그 술 냄새가 풍겨오는 구석으로 목을 돌리니 어떤 할아버지가 고주망태가 된 상태로 테이블에 뻗어 자고 있었다.

“저, 할아버지. 여기는 무슨 직업을 얻을 수 있나요?”
“아.. 두야.. 미치겠네”

할아버지가 머리를 붙잡으며 일어났다. 술이 조금 가신듯 얼굴색이 전보다는 옅어지고 있다. 그리고 비각을 보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북슬북슬한 수염을 만지며 보았다.

“제대로 된 사람이 처음으로 오는구나. 여기는 도깨비술을 가르치는 곳이다! 난 커리어마스터, 류라고 한다. 이것도 가짜모습이지.”

류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니 뚱뚱한 모습은 사라지고 건장한 남성으로 바뀌었다. 정장바지에 와이셔츠. 페도라까지. 이건 마치 근대시대의 복장을 보는 것 같다. 캔디 케인 모양의 지팡이를 손에 쥐고 한 바퀴 돌린다.

“도깨비술사에 대해 알려주죠. 먼저 우리는 도깨비를 다룹니다. 예를 들어 이런 거죠.”

류가 바닥에 지팡이를 내려찍자 검은 연기가 뭉쳐 흰색 소복을 입고 상투를 튼 푸근한 모습의 사람이 나타났다.

“이것은 도깨비. 농기구에 몸을 빙의 하는 녀석으로 농기구를 강력하게 만들어주지.”

도깨비가 류의 박수소리에 맞추어 괭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류는 그 농기구로 벽을 치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괭이에 들어갈 경우에는 이렇게 물체에는 닿지 않으며 오직 영체만을 베지.”

류가 도깨비를 다시 괭이에서 분리시키고 도깨비를 연기로 만들어 사라지게 하자, 담배연기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비각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농기구의 종류로 여러 능력을 방출시킨다는 것이 재밌어 보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러면, 이 직업은 농부들의 직업이였나요?”

농기구에 빙의 하는 점에 생긴 궁금한 점이다.

“아니, 이 직업은 한 퇴마사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3세기 전에 생긴 직업으로 퇴마사가 농부를 도와주다가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 발명한 것이 도깨비술이고, 그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 우리 도깨비술사입니다. 어때? 해보겠습니까?”
“네!”

비각은 씩씩하게 외치고 류를 바라본다.

“좋다. 그러려면 실력도 검증해야겠지.”
-퀘스트: 혼을 입증하라.
도깨비술사는 삼도천을 가지 못하고 지상을 떠도는 혼을 도깨비라 부른다. 당신은 그 혼을 류에게 입증하여야합니다.
제한시간: 10분
“혼을 입증하라. 이건 꽤나 고생할 거 같군요.”
“그래요. 고생하겠지만 성공한다면 너는 대단한 사람이 되겠죠.”

혼. 혼이란 무엇인가 넋 혼(魂)이란 한자를 써서 혼이라 부르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저승과 이승을 나눠야한다. 저승은 영혼들의 세계, 이승은 생체들의 세계. 혼이란 무엇이 될까..

“아, 힌트를 주죠. 존재입니다.”

이때 비각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웃음을 짓는다.

“정답은 간단합니다. 명도 즉, 지옥에서는 존재하되 이승에는 존재하면 안 되는 존재. 이 규율을 어긴 자의 혼이 탁해져 도깨비로 변하는 겁니다.”
“반푼이지만 정답이다. 좋은 대답이야. 하지만 뒤에 것은 틀렸어. 왜냐하면 도깨비는 처음부터 이 세계에 존재했거든. 그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
-퀘스트: 영혼의 도착점
당신은 죽어, 삼도천으로 향할 것이다. 혼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삼도천의 혼을 만나라.
“잘가. 삼도천의 혼을 만나길 빌게.”

비각은 그렇게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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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08 12:33 | 조회 : 1,733 목록
작가의 말
로크

잘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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