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blow up (1)

내가 말했잖아....

너흰 날... 아니, 우릴 싫어한다고. 봐봐, 우린 너희와 다르지 않아. 그저... 조금 다를 뿐이야.

***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나를 째려봤다.

"일! 어! 나아아아!!!!!"

쾅! 소리와 함께 나의 방문이 힘껏 젖혀지고 로빈이 걸어들어왔다.

"어이,어이. 지금이 몇 신진 알아?"

"5분 아니, 5년만... 아니, 50년만 더 잘랭..."

내가 뒹굴 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로빈는 아예 이불을 뺏어버렸다.

"지금 오! 전! 아니고 오! 후! 3시야!! 일어나! 빨리 주문한 포션 줘!!"

"우음... 그럼 너도 같이 자자."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로빈을 훅 끌어당겼다.

털썩-

졸지에 내 품에 안겨버린 자세가 된 로빈는 어버버하다가 결국....

"유. 은. 하!!!!"

....터지고 말았다. 하핫;;

"으겎?!"

꽈당!

나는 로빈에게 엎어치기를 당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아프잖- 앗!"

로빈는 화가 났는지 엘프 특유의 감정 없는 얼굴 대신 제대로 화난 얼굴을 하고 침대에 앉아 베개를 던졌다.

펑!.. 벽에 부딪힌 베개는 터지고 말았다.

"흑... 너무해. 내가 그렇게 싫은 거야? 설마 너도 인간과 같은 생각인- 흑... 너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햇!!"

흑흑흑-

내가 우는 소리를 내자 녀석은 미안해 졌는지 터져버린 베개를 들고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럼.. 일찍.. 일어나던가."

"웅...."

내가 우는 소리를 멈추고 안아달라는 자세로 가만히 서 있자 로빈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역시 난..."

"아악!! 너!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러면서 날 안아줬다.

"히히- 저번에도 그 말 했다 뭐."

역시 로빈에게선 상쾌한 냄새가 나서 마음마저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관둘까?"

".....나 인간들의 나라에 갔다가 오려고."

"어.... 뭐?!?! 아니, 왜? 거기서 좋은 기억이 뭐가 있다고?!?!"

로빈는 마치 엄마처럼 열심히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너 가서 또 울다가 오지 말고 그냥 안 가는 게 어때? 아, 그래. 차라리 그, 뭐야...아!! 실버를 좀 도와주는 건 어때? 네 능력이 도움될 거야. 아님 솀 선생님의 잃어버린 율리아스*(식인 식물. 주로 인간의 처형식에 사용. 잘 길들이면 수호 식물이 됨. 극히 까다로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자칫해서 일반인들이나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엘프나, 용, 마족, 천 족이 먹힌다면 이 구역에 통제가 들어갈 수 있잖아? 아니면 나를 도와 포션을 만든다거나, 인계의 왕족들이나 사제들에게 계시를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너라면 여기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블라블라블라..."

"푸하하하하!!!!"

"넌 이게 웃기냐??!?!?!"

"아니, 고마워서 그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친구 하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둔 것 같아. 날 이렇게 걱정해 주는 친구도 있고 말이야."

"친군데 안 뜯어말리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로빈는 마치 당연한 것을 칭찬받았다는 것 만 양 어리둥절해 있었다.

아아- 하긴. 엘프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지....

엘프와 드워프들은 워낙 자기주장과 생각이 확고해서 한 번 친구가 되면 배신을 하거나 공격받을 위험이 극히 적어진다. 이런 특징은 계급에 상관없이 두 종족 모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인간은- 쉽게 배신하고 등을 돌려버려. 애써 쌓은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려 버리고 말아.

"내가 가려는 이유가 뭔진 알고?"

".....뭔데?"

"유희를 즐기러 간다."

"아니!! 유희를 즐길 거면 좀! 제대로 된! 어?! 곳으로 좀 어?! 가라고오!!!!"

로빈는 그러면서 두꺼운 여행 책자를 탁자 위에 내려놨다.

"음.. 하울의 인, 천, 마계의 재미있는 여행 이야기? 푸흐흐흐.."

"뭐, 왜, 뭐!! 감동이라도 받았냐?"

"하...하하하하!!!!"

정말 어쩔 수 없는 엄마기질이 다분하군. 응. 그래.

골려줄까 하다가 그냥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체르취씨가 추천해줘서 가는 유희야. 내가 좀 쉬고 싶다고도 얘기했고. 그래서 나한테 스크롤을 주시더라고."

검은색 스크롤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최상급 스크롤...."

"뭐?!?! 이게 최상급이라고?!?!"

"어. 그거 하나면 나라 하나는 거뜬히 살걸?"

"......그냥 팔고서 싼 거 살까?"

"그랬다간 네가 체르취한테 죽겠지."

하긴. 체르취씨도 한 성격 하니까....

"그래도 다행이네."

"뭐가?"

"적어도 체르취라면 너에게 엄한 걸 주지는 않았을 것 아냐."

"아, 하긴."

체르취 씨는 엘프다. 그것도 5000년도 더 산..... 나이만으로 따지자면 할부지 엘프지만 외모로 따지자면 20대(보통 엘프는 천천히 늙긴 하지만 자라는 건 인간과 비슷하게 자란다. 그리고 능력에 따라 노화가 감소한다.) 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번에 20~30대쯤으로 보이는 엘프가 고백했다가 나이를 알고선 엄청나게 놀랐다고 들었다.

"그래서 언제 출발하게?"

"음...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지 뭐."

"지금?"

"오냐. 가서 기념품 잔뜩 들고오마."

"크크크... 역시 넌.... 몸 조심해서 다녀오고."

"응. 포션은 아무거나 꺼내 써도 돼."

"진짜?"

"어차피 유효기간 1주일도 안 남았어."

".....최소 만든 지 한 달일 텐데...."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왔지 뭐야!!! 하하핫!!!"

"난 체르취에게 좀 가봐야 할 것 같아."

"응. 나중에 봐. 여차하면 너도 따라오면 돼."

찌익-

반짝이는 푸른색 빛과 함께 난 깊고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갔다.

***

"들어간다."

달칵-

로빈는 상대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너, 죽고 싶지?"

"죽고 싶은 건 너겠지."

"어떻게 은하한테 인계에 갔다 오라고 할 수 있어?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동료야?!! 어떻게! 뻔히 아는데!! 잔인하게 상처를 후벼 파야겠었어?!?!"

로빈은 악을 쓰면서 체르취에게 따졌다.

"조용. 첫째, 나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였어. 둘째, 넌 지금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어. 셋째.... 너 향수 뿌렸어?"

"뭐? 생각이 있는데도 이런 짓을 버렸다고? 하.... 너 진짜 쓰레기구나?"

체르취는 귀찮다는 듯 로빈을 향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은하는 이겨낼 거야. 반드시..."

체르취는 담담히 로빈에게 말했다.

"상처라도 받고 돌아온다면, 넌 나에게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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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10 22:04 | 조회 : 647 목록
작가의 말
뽀송이불

오랜만이네요! 후후... 주에 두번... 짬짬히 연재분 확보 중이니 걱정 마세요!!! 재밌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blow up : 폭파되다, 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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