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화락 3화 (닭살주의)

황월이 청명과 수련원에서 한바탕 화내고 온갖 칭얼거림을 끝낸 후, 황월은 부끄러움에 빨개진 얼굴을 저녁식사시간에도 내밀지 못하고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삼키고 있었다. 청명도 황월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안절부절, 옆에서 혹시나 체하면 어쩌나하고 답지 않게 걱정스러워 보였다. 그 속터지는 모습을 보던 청린은 큰소리로

"아무도 신경안쓰니까 빨리 고개 들고 먹지 그래? 보는 우리가 체할것같다."

"ㄱ-그런가요...."

황월이 흐- 하며 살짝 웃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침착하게 무릎에 올려진 접시를 다시 식탁으로 옮겼다. 하지만 식탁보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황월의 그릇을 보니 식탁에 앉아있던 사람들 모두 경악을 했다. 황월의 그릇에 담겨진 음식들의 양은 정말, 청명의 팔뚝만큼 쌓여져 있었고, 쌓여진 음식들은 평소의 황월이 하나같이 '싫어하는' 쓴것, 신것, 소고기, 양고기, 등등이였고, 심지어 무뚝뚝한 청림마저 그 모습에 당황한 모습이였다.

"ㅎ-황월님....ㄱ-그 음식들은 대체..?"

황영이 잔뜩 버벅거리며 물었고, 황월은 아무렇지 않게 그저 요즘 이런 음식들이 땡긴다 했다. 그 말에 청명은 미간을 찌뿌리며 냉큼 황월의 팔을 쥐고 그를 의사가 대기하고 있는 치료실로 끌고갔다. 황월은 갑자기 뭔짓이냐며 소리를 꽥꽥 질렀지만 청명은 의사들을 불러 황월의 몸을 세세하게 검사하라고 시켰다.

"......임신...입니다."

"..청명아 잘해봐."

황급히 따라온 청린이 의사의 말을 듣자

은근히 기분좋은 듯 청명의 어깨를 툭툭 치며 치료실에서 나왔다. 치료실 밖에서는 청린과 황영과 청림이 당황한 연기를 하느라 수고했다며 손뼉을 쳤다. 하지만 치료실 안의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황월도 물론 당황해했지만 청명이 제일 당황스러워 보였다.

"..청명아...괜찮아?"

"....미안. 나 먼저 갈게."

청명은 결국 방으로 뛰쳐나가자 황월도 그를 쫓으려 임산부는 능력을 쓰고다니면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의사들을 재치고 치료실에서 뛰어갔다. 한참을 뛰어다니고 청명이 있을 방에 거의 다다른 황월이였다. 정말 방문과 가까이 있는 곳에서 황월이 문을두드리려 하자 순간 그의 눈앞이 침침해지며 배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 머리를 잡았지만 효과는 없었고, 황월의 앞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눈을 감기 전 보인건 방에서 나온 청명의 푸른눈이였던것 같았다.

"황..월.....??"

아직은 낯설지만 변함없이 약냄새가 진동하는 곳, 치료실에서 황월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르는 그의 귀에는 용 두마리가 싸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너 이 @#, 이리 오지 못해?? 황영공주 뒤로 숨지 말고 지금.당장.이 상황을 설명해."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에 문제가 될 일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허, 황월이 내 눈앞에서 쓰러졌는데 문제없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지?"

"왜냐면 이ㄱ-황월! 좋은아침!~"

황월은 너무나게도 시끄러운 소란에 미간을 팍- 찌뿌리고 싸우고 있는 청명과 주흑, 그리고 둘사이에서 괜히 낑겨있는 불쌍한 황영을 보았다. 주흑은 그 어느때보다 긴장을 하고 있어보였고, 청명은 정말, 치료실 한가운데서 용으로 변할만큼 분노에 절여져있었다.

"황월아!!괜찮아??"

걱정스럽게 황월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청명의 모습을 보던 황월은 자신이 어쩌다 이 곳에 또 누워있는지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당황한 청명을 따라잡으러 능력을 쓰다 청명앞에서 쓰러지고....아기는 괜찮을까 배를 쓰다듬으며 잔뜩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는 황월의 모습에 청명이 그제서야 화난 미간을 풀고 황월의 어깨를 잡아 웃었다.

"우리 애는...괜찮아. 여기있는 사람들 다 나가줄래? 둘이서 대화하고 싶어."

"...어...너 먼저 얘기해.."

"아냐, 너 먼저.."

치료실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몇분동안 둘은 어색하게 안부인사나 묻다 청명이 이내 고개를 들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황월아. 난 너가 쓰러지면서 정말, 나 자신을 혐오하기도 했지만 널 이렇게 만든 우리 아이한테 화가 났었어. 너가 깨어나기 전에도 몰래 아이를 지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보다 너가 좋고, 너가 더 사랑스러웠거든. 그때 마침 주흑과 자야가 왔고."

청명의 진지한 모습에 황월이 멍하게 그를 바라봤지만 청명의 모습이 전보다 더 긴장해있다는 사실에 속으로 웃으며 그의 떨리는 손을 잡고 청명의 말에 경청했다.

"근데 너가 아이에게 애정을 보여주니까 새삼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 알게 되더라..넌 벌써 아이를 위해 성장하는데 아빠란 놈이 너무 철없으니까..근데...."

청명의 모습이 더 떨려보였다. 다음에 하는 말이 엄청 진지한가보다, 라고 황월은 생각했다. 늘 차가우며 자신만만하던 그의 눈동자도 이리저리 산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엄청 나쁜 부모야...너도 주흑에게 들어서 알지..?근데 내가 저번에 도망쳤잖아, 그건 아직 내가 확신이 안들어서 그래. 내가..내가 만약 내 아버지처럼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고 널 내치면 어떡하지?라고..겉으로는 자신만만한데 만ㅇ-만약에, 내가 그러면..."

청명의 눈에서는 한번도 보이지 못할 눈물이 매섭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황월은 그의 눈물을 감상하다 그의 손을 꽉 잡고 배시시 웃었다. 그러면서 따뜻한 손가락으로 청명의 눈물을 닦고,

"넌 안 그럴거야. 내가 알아. 넌 분명 나랑 잘 해낼거야."

"고마워...사랑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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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21 21:35 | 조회 : 2,341 목록
작가의 말
비에루다이스키

음...곧 있으면 끝날 기분이 드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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