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염상정 2화

"침..노요?"

"그래."

방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 정적이 흐르는 이유는 황월이 침노가 무엇인지 알고, 할것이냐 안할것이냐 같은 문제가 아니였다. 사실 황월은 애초에 침노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는 침노가 말그대로 침대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다. 속으로는 완전 땡잡았다고 생각했겠지만 무언가 걸리는것이 있었다. 그건바로 눈앞에 있는 음흉하고 꿍꿍이가 있는 얼굴을 띄고 있는 황제였다.

"흐음? 왜? 설마 침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것 아니겠지?"

사실 청명은 황월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다. 워낙 황월의 생각이나 감정은 얼굴에 바로 드러나있고, 청명은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백의 청병사들을 쓸어버린 장군의 높은 자존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그는 애써 웃음을 참고 있었다.

"다-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정말, 황월장군은 이런쪽에서는 약하다니까' 라고 청명은 생각했다. 황월은 거짓말할때마다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커지며, 눈색이 허세를 나타내는 색인 초록으로 변했고, 그의 몸이 늘 땀투성이가 됐다. 그모습을 도저히 못참겠던지 청명이 황월의 어깨를 잡아 그를 침대에 밀었다. 아무리 떨어진 곳이 푹신한 침대였지만, 그 청명이 밀었고, 황월은 부상상태여서 그런지 황월은 짧은 "끙"이라는 신음을 내뱉었다.

" 그래? 그럼 침노가 무슨 뜻인데? 말해봐."

청명이 엎어져있는 황월의 고개를 틀어 그의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 그러자 황월의 눈은 훨씬 더 짙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그게..말이죠.."

"3초 줄게. 3초 안에 안 말하면 내 마음대로 할거야."

"3"

"2"

"1-"

"치-침노는! 황제님의 침-대를 정리하는 노예입니다!"

그걸 말한 순간 황제의 방에서는 끊임없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시녀들은 '왠일이람..' 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차가운 황제보다는 웃음기 많은 황제가 더 좋아서 그 둘을 간섭하지 않았다.

단 한명을 빼고.

"지금 이게 무슨 망측한 소란입니까?!"

문이 쾅하고 열렸다. 시선을 문쪽으로 두자 왠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시녀의 옷을 입지 않았고, 귀족, 아니 왕족의 옷을 입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성큼성큼, 일부러 쾅쾅거리는 발자국을 내며 침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황월의 손목을 낚아채, 황월을 문밖으로 끌고갔다. 황제는 그녀를 신경쓰지 않는지 그녀를 얌전히 놔두고 욕탕으로 갔다.

그녀는 황월을 어둡고 퀴퀴한 방으로 가서 아직 다 아물지 못한 옆구리를 세게 쳤다.

"윽....!"

"건방진 전리품. 감히 우리 황제에게 그딴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그녀는 채찍을 들고 황월의 등을 마구 쳤다. 엎어진 황월은 그제서야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질투라는 감정을 보았다. 황월의 눈동자는 두려움을 나타내는 보라색이 띄어졌다. 그녀가 단도를 꺼내 황월의 옆구리에 찌르려던 순간,

"멈춰라. 청영. 지금 그대야말로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모르겠느냐?"

문에는 키가 아주 큰,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황월보다 컸었다. 그제서야 청영이라는 여자는 욕을 내뱉으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 안에는 그 키가 큰 여인이 들어왔다. 황월은 또 맞을까봐 몸을 잔뜩 움추렸다. 하지만 오는것은 따가운 채찍이 아니라 따뜻한 손길이였다. 그녀의 이름은 청린. 전쟁에서 수천명의 병사들을 한번에 몰살시킨, 36개국의 여제. 그런 그녀는 청명을 닮아서 몸의 온도가 아주 차가웠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손길만큼은 아주, 아주 따뜻했다.

"쯧, 청명도, 청영도 다 짜증나는 @#들 뿐이군. 괜찮아?"

"아-넵,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도와주는 일이 매일같이 있진 않을것이야. 힘내도록. 넌 저기 왼쪽 모퉁이에 있는 욕실에 가. 그곳에 있는 시녀들이 널 씻겨줄것이다."

"제가 알아서 씻을 수 있습니다."

"아니. 넌 침노야. 그래서 특별한 시녀들이 널 깨끗하게 씻겨줄것이야."

"네?"

"쯧, 내 남동생이 넌 꼭 침노가 돼야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너라면 군대의 장군이 될 수도 있었는데..."

황월의 정신이 멍해졌다. 그의 눈동자는 부끄러운 분홍색으로 변했다. 세상에. 황월은 침노가 황제의 침대에서 밤 상대가 되주는 노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는 어쩔 수 없이 욕실로 걸어갔다.

청명이 자신의 방에 돌아오자 본것은 침대에 앉아있는, 한층 더 아름다워진 황월이였다. 황월은 침노들이 보통씩 입는, 몸이 비치는 헐렁하되 아름다운 옷을 입었고, 밑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채, 천에 둘러져있었다. 그 모습은 황제의 아랫도리를 뜨겁게 데우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황월의 안색이 안좋은 것을 보고 물었다.

"상처는 꽤 아물었다고 생각했건만...어디 굴러 떨어졌기라도 했나?"

"......"

"설마 청영이?"

"......"

"대답."

"네......"

"이해해줘. 청영은 원래 날 좋아해서 내 물건들을 부러트리려 애쓰고 있거든"

'아, 이자식은 일부러 저런것이다.' 라고 황월은 생각했다. 게다가 고귀한 자신이 물건이라고 취급된다니, 원래같으면 청명을 쳤을 것이다. 그러다가 황월이 하고있던 딴 생각을 무너뜨린 건

"자, 이제 침대로 와."

였다. 황월은 이제 무서웠다. 그에 따라 그의 눈동자도 보라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긴장 때문인지 황월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몸이 몇초동안 움직이지 않자 청명은 한숨을 내쉬면서 마법을 써 황월을 반강제로 침대에 눕혔다.

"잘들어. 황월. 네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서 너의 나라, 황의 변화가 올거야. 알겠어?"

황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온갖 색들이 섞여있었다.

"그럼, 우선 가볍게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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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06 16:21 | 조회 : 4,430 목록
작가의 말
비에루다이스키

이제 우리의 악녀, 청영이 나타났답니다! 수위를 기대하고 봐주신 독자님들.. 죄송합니다ㅠ 악녀가 나올 타이밍이 이 부분밖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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