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회장의 향수냄새는 내가 봐온 것 만해도 한 10번은 바뀌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바꾸지? 내가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의 회장이자 돈 많은 재벌 2세에 다정하고 스마트하고 어른스러운 학생회장이기에 여자가 엄청나게 꼬인다. 그런데 도대체 왜 누가 넘어오지를 않는 걸까? 하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면 그 뒤에 숨어 있는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상상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속은 시커매도 겉모습은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와 지성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남자 인기투표를 회장이 1위를 차지하는 남자. 우리 학교는 1년에 축제를 학기마다 하나씩 여는데 지금까지 학생회장은 4관왕을 차지했다. 그런 회장이 여자를 꾀려고 향수를 뿌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오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이런 저질스러운 짓은 나에게 장난 칠 때 빼고는 본적이 없기에 더 그렇다. 그리고 1학년 때부터 당했기에 이런 상황 대처는 잘했다. 나는 회장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어제 밤 일 때문에 그런 생각은 더더욱 안 나는 데요.”

“하아앗”

조용히 화사하게 웃고 있지만 눈 은 웃고 있지 않고 꽁꽁 얼어 있었다.

꼭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가지지 못한 어린아이의 눈빛의 업그레이드 버전 이였다.

“까아-”

근처에서 저 모습을 보고 좋아서 얼굴을 붉히는 부류들이 또 소리 내고 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손을 흔들어 완벽한 왕자님을 연기 하는 학생회장. 이윤

‘아마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르겠지........저 악마의 실체를.......’

환하게 웃으며 여학생들에게 화답을 보내는 이윤을 바라보다가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지 겨우 2달. 어떤 아이들은 이 시간이 길고, IN 서울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아까워하고, 이때 공부를 안 하고 노는 아이들을 한심하게 생각 한다. 고등학교 2학년 공부를 시작하기도 그만두기도 애매한 시기.

‘난 지금 뭘 하고 있지?’

세상에서 혼자 따로 떨어져 남겨진 기분이다. 내 주위 다른 아이들은 가고 싶은 대학 하고 싶은 일 등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다. 하지만 난 뭐지? 난 뭐 땜에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 모르겠다........ 뭘 해야 할지....... 고민 된다. 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실패의 늪에 빠져있는 느낌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내 삶이 막막해진다.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너무 적나라하게 비추어지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다가 나중에 성인이 되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걸로 만족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바라고 있는 진짜 ‘나 자신’을 모르겠다. 기분이, 계속 뒤엉켜 있던 머릿속이 엉키고 엉켜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차분해진다. ‘하아-’ 나도 모르게 감고 있던 눈을 서서히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갑자기 하얀 빛이 들어와 나의 색을 바꾸어 놓을까봐. 사람들이 알고 있는 믿고 있는 완벽한 김라온이 아니게 될까봐, 두렵다. 다시 양서윤으로 돌아 갈까봐서.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하자 먹먹했던 귀에 자그마한 소리들이 흘러들어 왔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연필이 움직이는 소리 걸음걸이 소리 등등이 나를 세상으로 끌고 와주었다.

드르륵

선생님께서 반으로 들어오셨지만 아이들은 계속 떠들고 있었다. 난 이럴 때 다시 한 번 더 가면을 고쳐 잡았다. 삐뚤어지지 않게, 나는 그렇게 라온은 연기한다.

“얘들아 선생님 왔어 빨리 자리에 앉아!!”

책상을 두드리며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을 해주니 아이들은 이제야 알아들었는지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선생님 이제 됐죠?”

나는 눈웃음을 치며 선생님께 말을 건네자 반에 있던 아이들이 “우와-”와 같은 감탄사를 보냈다. 그리고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맙다, 반장 역시 선생님은 우리 반장 밖에 없어.”

조례는 출석부만 부르고 끝이 났다.

“.......이걸로 조례는 끝낼게. 반장은 잠시 선생님 좀 따라와.”

“네.”

교무실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 하신다.

“이번에 수학 경시 대회 나가 볼래?”

너무 예상 했던 답이 나와서 솔직히 너무 놀랍지는 않다. ‘아까 말씀하지도 않았으면서’

원래는 모두에게 전달하겠지만 이 학교는 좀 다르다. 몇몇의 아이들만 이런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 나도 포함이 되어져 있고. 만약 라온 이었더라면 놀라며 그건 자신에게 과분하다는 듯이 굴 것이다.

“네? 제가요? 전 그렇게 까지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라서....... 그리고 저 말고 도 다른 아 이들도 기회가 있어야지 되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넌 분명 1등을 할거야.”

“전 그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래, 우리 반장이 착하기는 하지. 그래도 이런 건 기회가 왔을 때 하는 거야, 알겠지?”

나는 나간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은 벌써부터 내 이름을 참가자 이름에 적고 있다.

‘귀찮아.’ 솔직히 나는 이런 거 할 마음이 없다. 선생님이 시키니 하는 거지.

선생님의 말씀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는 흘리고 있는데. 마침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이번에 전학생 온다는 소식 들었어? 한선생?”

“네. 워낙 유명한 놈이던데요?”

‘유명하다고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인가?’

“.......깐? 라온아?”

“아-네”

멍청한 실수를 해버렸다.

“혹시 어디 아프니? 얼굴이 빨간데?”

“아니요. 그냥 딴 생각이 나서요.”

“그러니? 라온이는 서울대가 목표지? 그래서 그런데 수학경시 대회 말고도 다른 것도 나가 볼래?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 생기부에 한 줄 이라도 쓰이는 게 좋으니깐. 많이 해보는 게 나은 것 같아서. 그래야지 선생님도 쓸게 많아지고 그렇지!!”

“네”

“그리고 아버님 잘 계시니? 교장선생님께서 장학사님께 안부를 좀 전해 달라고 하시던데.”

역시 본론은 이것 이였구나....... 나의 새아버지인 놈은 꽤나 이름 있는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쇼윈도용으로 여러 가지 봉사나 기부를 하기도 하는데, 그 중 우리 학교도 포함이 되어 있다. 우리학교의 장학금 40%정도나 내니깐. 그래서 나는 더욱더 그놈이 싫다. 전부 내가 노력한 건데 그의 딸이 되고 나니 마치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린다. 공부 운동 등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뒤에서 돌을 던진다. 국회의원의 딸이란 걸로 내 삶은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삶에 적응을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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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21 00:52 | 조회 : 374 목록
작가의 말
나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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