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사춘기 김한솔

우리집은 이상하다. 아빤 남자. 그래 여기까지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엄마까지 남자라면? 어릴 적에 왜 그 남자 보고 암마엄마 이러면서 잘 따른거지? 중학교에 올라오고 부터 우리집이 이상하다는걸 깨달았다.

"한솔아 아빠가 파스타하는데 먹을거지?"

"아니"

"김한솔 너 진짜!"

"그러지마 배 안 고픈가봐"

중학생이 되자마자 난 그 남자를 모른척 했다. 그러자 아빤 나에게 화를 낸다. 그런 아빠를 말리는건 그 남자. 더 짜증나는건 아빠한테 혼나고 방에 들어가면 항상 그 남자가 방문을 두드리며 들어와선 자신이 미안하다머 사과를 하고 나간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난 그제야 이불 속에서 나온다. 역시나 그 남자는 책상 위에 밥과 물을 올려두고 나갔다. 아빠가 해준 파스타 맛있는데.. 아빠한테 잘 먹었다고 말래주고 싶었지만 이미 그 남자가 아빠에게 말해줬다. 아빠가 좋아하는 소리가 방까지 들린다.

"한솔아! 오늘 학교 빨리 끝나지?"

"...그걸 어떻게"

"아빠가 알려줬어 자 여기 빨리 끝나면 친구들이랑 놀때 쓰라고 준거야 자 용돈"

"필요 없"

"아빠가 준거야! 얼른 받아"

5만원 지폐가 두장. 아빠가 이렇게 많이 주지 않았는데..? 웬일이야. 난 돈을 지갑에 넣고 학교에 갔다.

"갑자기 엄마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래! 진짜 미안!"

"됐어"

오늘 있던 약속이 취소됐다. 지금 집에 가면 그 남자 있을텐데. 시혁 아저씨 만날까? 아냐. 그 아저씨는 맨날 그 남자한테 다 말해. 아, 엄마라도 만나야지.

"여보세요? 엄마 나 오늘 학교 일찍 끝났는데"

- 그래? 그럼 친구들이랑 놀겠네

"아니 취소됐어 가도 돼?"

- 상관없는데 아빠랑 이현이에게는 말을

"응 했어 갈게 30분이면 가"

- 알았어

친엄마에 대한 어릴적 기억은 그닥 좋지 않다. 나도 알고 있다. 친엄마가 날 때렸고 지옥에서 살았다는걸. 그리고 지옥에서 날 구해준건 그 남자인거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중 1이 되자마자 사라진 내 친엄마를 찾으러 다녔다. 내가 엄마를 찾는걸 알게 된 그 남자는 다음날 친엄마에게 데려다줬다. 물론 아빠 몰래.

다시 만난 엄마는 내가 알고 있었던 엄마가 아니였다. 너무나 말랐고 약해져 있었다. 엄마는 나와 그 남자를 보자 마자 미안하다며 울며 무릎을 꿇었다. 그 남자는 사과는 받아주지 않겠다며 대신 내가(한솔) 이곳에 찾아오면 나에게 잘 해주라고 말을 꺼냈다.

"엄마 나 다 씻"

"응 이현아 역시 한솔이가 말 안 했구나.. 걱정마 밥 먹었어 아 그래도 되? 고마워 그럼 내일 점심 먹여서 보낼께"

다음날 집에 돌아오니 그 남자는 아빠에게 친구네에서 자고 온다고 거짓말을 해준건지 아빠는 잘 자고 왔냐며 안부 인사를 건넨다.

"아, 맞다 아빠 어제 왜 용돈 10만원이나 준거야"

"...누가 얼마나 줬다고?"

"...아빠가 준"

"나 아닌데 ...하루알바 구해서 줬나보네 고맙다는 인사는"

"어? 친구네에서 자고 온거 좋았어?"

거짓말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하는데. 그냥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지금까지 내가 친엄마한테 간걸 아빠한테 들켰는지 아빤 화가 난 상태였다.

"나도 알아 나 또한 이유정을 용서 한건 아니야 한솔이 다치게 한건 용서 못해 근데 한솔이가 엄마라는 존재를 필요해하고 있고 가짜 엄마가 아닌 진짜 엄마를"

"김한솔 넌 손이현이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게..엄마라고"

"왜 한솔이에게 그런걸 물어봐?! 한솔아 엄마에게 가있어"

"누구에게 간다고?"

"어서 나가 막고 있을테니까"

엄마한테 가면 안되는데 내 발걸음은 현관문을 벗어나 택시를 타고 엄마에게 가고 있었다.

"뭐? 그래서 그냥 이렇게 온거야?"

"...응"

"하늘이 화나면 이현이도 힘들텐데.."

그날 저녁 난 엄마 옆에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빠랑 그 남자가 엄마한테 찾아왔다.

" 한솔이는 자?"

"이유정 어제 한솔이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랬지 미안하다"

"....아빠"

그 남자의 얼굴에는 밴드가 붙여있었다. 아마 내 생각에는 아빠와 다툼다가 작은 상처가 난건지 볼이 부어있었다.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탔다.

차는 너무나 조용했다.

"...저기 ...엄마"

"....어?"

"엄마 그랬어 난 특별한 아이라 엄마가 두명이 있는거.. 아 그러니까 친엄마가 그랬다고.."

"....."

"아빠 내가 특별해서 엄마가 두명인거 맞지?"

"응 손이현도 이유정도 너에겐 둘 다 엄마지"

어제 밤 엄마는 잠들기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솔아 넌 엄마가 두명이야 널 낳아준 엄마인 나와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키우주는 이현이"

"근데 남자잖아"

"너가 특별한 아이라 그래"

"....특별하다고?"

"응 특별한 아이라 엄마가 둘인거야 생각해봐 다른 애들은 엄마가 한명이잖아 그치? 그리고 이현이는 널 엄청 사랑해 그래서 너 아빠한테도 거짓말을 하면서 널 지킬려고하고 나에겐 너 맛있는거 해주라고 돈까지 줘"

난 몰랐다. 그 남자가 아니 엄마가 친엄마에게 돈을 준다는 사실을. 하지만 친엄마는 쓰지 않고 다시 돌려줬다고한다. 난 앞좌석에 앉아 있는 엄마의 뒷 모습을 쳐다보며 불렀다.

"엄마"

"응.."

"엄마"

"왜 불러"

"그냥 ...거의 3년만에 엄마라고 불러준거잖아 다신 말썽 안 피울거야"

앞좌석에 앉아 있던 엄마는 창문에 기대 소리 없이 울었다. 하지만 아빠랑 나는 알 수 있었다. 창문에 비췄으니까. 집에 돌아온 날 우린 외식했다. 그리곤 난 사람들 앞에서 불렀다.

"엄마 여기 앉으면 된대"

"응 알았어"

집 안에 곳곳에 있는 사진 안에 있던 엄마처럼 엄마는 웃었다. 식당 안에 있던 어떤 여자들보다 이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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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09 07:32 | 조회 : 2,893 목록
작가의 말
하얀 발바닥

우리 귀여운 한솔이..꽤나 까칠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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