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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랬었다. 나는 뒤에서는 에티스와 함께 죄를 저질러가며 셀레아를 위험해지게끔 했고, 앞에서는 루시안과 함께 그녀를 깎아내리면서 괴롭혔다. 대부분의 귀족 영애는 셀레아를 향해 동정의 시선과 목소리를 냈고, 그 작디 작은 목소리는 우리에게 닿자마자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나는 황제라는 권력자를 내 뒤에 놓고 한없이 기고만장해 있었고, 그런 나를 욕할만큼의 용감한 사람은 사교계의 고귀한 영애 중에는 없었다. 항상 셀레아를 무너뜨리고자 했고, 그녀를 끌어내리고자 했다. 다만 이상하리만큼 완벽하게 우리의 모든 노력은 허망하게 실패했다. 신의 사랑이라도 받은 듯 너무나도 쉽게 우리에게서 벗어난 그녀는 짜증 한 번 내지않고 오히려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어보였다.

나의 마지막만 다시 보더라도 알 수 있을만큼 어이없을 정도로 착했다. 그렇기에 더 싫었고 그렇기에 더 대담해질 수 있었다. 어차피 화내지 않을거란 걸 아니까. 다만 지금은 아니다. 나를 향해 돌아서있던 셀레아가 루시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에 담겨있을 감정은 혐오라고 불러야할까 적의라고 불러야할까.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고 양쪽 입꼬리를 번갈아 들어올린 셀레아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

''...어째서 웃으시는 건지. 거짓말이 들통나서 더 이상 성격을 감출 필요도 없다는 건가요? 다른 사람의 초대장을 쓰시는게 얼마나 불명예스러운건지는 잘 아시죠? 거기에 거짓말까지..영애, 정말 다시 봤어요.''

루시안은 셀레아의 반응에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꿋꿋이 그녀에게 비꼬아 말했다. 그만하는게 좋을텐데..지금 누가봐도 화나 있잖아. 아니, 어쩌면 그런걸 알고도 이러는 걸지도. 만약 이 상태로 셀레아가 루시안을 한번 때리기라도 한다면 루시안은 더 이상 빙 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아니 어쩌면 말하지도 않고 셀레아랑 싸울 것이다. 처음으로 시작한건 셀레아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우리의 괴롭힘을 참아냈으니까 화낼 법도 하다고 소문이 돌겠지.

'그리고 내 악녀로서의 입지는 완전 튼튼해질거고!'

본의아니게 한마디 거들기도 했지만 난 여전히 이런식으로 악녀가 되고 싶지않다. 그래 어떻게든 막아야지.

그렇게 결심하고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머리를 꼿꼿이 들고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와중에도 처머 셀레아의 눈과는 마주칠 수 없어서 눈동자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셀레아는 그런 내게 시선을 한번 던졌다가 이내 다시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눈을 굴리다가 어떨결에 마주쳐버린 그 검은 눈동자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로 잠시 굳었다는건 비밀로 해주..세요?

''벨로이카 영애, 아니 이제 루카디세즈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아무튼..제가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지냈었는데..왠지는 모르겠어도 얼마전부터 참기가 싫어져서요. 이제부터 켈로이스를 믿고 제.대.로 한번 막 나가보려고요.''

그녀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서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대로' 라는 부분에 힘을 실어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루시안은 제 머리카락을 뒤로 거칠게 쓸어 넘겼다. 금색 테두리에 붉은 보석을 세공해 장미 모양을 만들어 놓은 머리장식이 그 거친 손길을 따라 금방이라도 빠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안그래도 저도 말하려고 했어요. 왠지는 모를 그 느낌 저도 받고 있거든요. 다만 저는 당신을 보자마자 뭔가 찔리는 느낌이었어요. 쓸데없이 따끔거리는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괜히 더 짜증나서.. 오늘만큼은 그저 아름다운 신부가 되고 싶었는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창 밖으로 보이는 체레스의 모습으로 잠깐 눈을 돌린 루시안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보였다. 아마 셀레아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눈치가 빠른 편이니까. 체레스는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루시안이 의아한지 우리가 있는 건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안은 눈을 질끈 감고 아랫 입술을 꾹 깨물었다. 셀레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루시안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결혼식장에서 나갔다. 셀레아가 나가는 소리를 들은 루시안은 깨물고 있던 입술을 놓고 눈을 떴다. 붉게 칠한 입술은 깨물고 있던 동안 살짝 지워져 원래의 연한 선홍빛이 드러났다. 머리카락 끝에 매달리던 머리장식은 쨍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저 그녀의 등을 한번 토닥거리고는 셀레아가 닫아놓고 나간 문을 돌아봤다.

***

자 지금까지 알게된 것들을 정리해보자. 손가락을 마사지하듯 쭉 폈다가 하나 하나 접어나갔다.

'일단 첫번째, 여기는 동화 속이다. 둘째, 여주인공은 셀레아, 악녀는 나였고 나는 셀레아와 켈로이스의 결혼식에서 죽었다. 셋째, 동화 속에서 가져야 했지만 가지지 못했던 감정들은 지금 현재 들어나고 있다. 넷째, 원래의 설정이 지금 느끼게 되는 감정들 보다 크다면 원래의 설정을 따르게 된다.'

네번째 손가락까지 접은 후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새끼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고 있었다. 눈을 왼쪽으로 굴렸다가 오른쪽으로 굴렸다.

''..씨. 아가씨, 제 말 듣고 계세요?''

''..아니.''

응? 내가 방금 뭐라고 말한거지?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아니, 라던가 아니, 같은 말을 한 것 같은데. 나에게 말을 걸던 그 시녀의 얼굴을 보자 살짝 얼굴을 구기고 있다가 떨떠름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마치 방금 뭐라고 한거지?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이었다. 일개 시녀가 자신이 모시는 주인에게 지을 표정은 아니었지만 이 시녀는 그 일반적인 말에 속하지 않았다. 실린과 친해지기 전까진 나름 내 1순위 시녀였달까..

내 성격이 나쁘다고 무조건적으로 모든 사람이 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초반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황태자의 사랑만으로 버티는 평민 셀레아보다 명확히 권력이 주어진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셀레아를 안타까워 하기는 했겠지만 그녀가 튼튼한 밧줄이냐, 썩은 밧줄이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처지로서 내린 선택이었다. 물론 여기는 동화책이고 셀레아를 향한 켈로이스의 사랑은 변할리가 없을테니 그녀는 안전장치까지 달린 밧줄이 되었겠지. 왜 이렇게 서론이 기냐고? 나를 무서워하는 시녀들도 있지만 나를 따르며 살랑거리는 시녀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 예를들어 지금 내 앞에서 표정을 바꾸고 있는 메리라던지.

정말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였나보다. 금방이라도 지나갈 것 같은 저 엑스트라인 듯한 이름만 봐도 느껴지는 듯하다. 이름짓기가 귀찮았던 걸까. 분명히 주변에서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저 이름의 출처가 어딜지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러나 메리는 그런 나를 보며 또 기분이 안 좋아진 듯 어색하게 올리면서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허, 하는 비웃음이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나는 메리의 말을 무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령 무시해서 이런 소리를 듣더라도 메리의 속내를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여자가 아니었다. 아니, 이건 눈치 문제라고 봐야되나?

어찌되었건 메리는 내가 눈치채지 못할거라 생각했는지 표정을 추스르고 다시 활짝 웃었다. 음..내가 모를꺼라 생각하는것 같은데 이래봬도 내가 어느정도 미래에 연기를 좀 배우게 되거든? 아, 전문적으로는 아니고 어느정도는 우리 오빠 상대하려고? 사회생활하면서 배운거지. 그래서 말인데..너 입꼬리 떨리는거 다 보여. 어머 경련 일어나겠다 얘. 그래 너도 사회생활 하는건데 내가 모르는 척 해줄께. 나는 메리에게 다시 말해주겠니? 하고 옛날의 나처럼 물었다. 마치 자신이 못 들은 것을 놓칠 수 없다는 듯.

''하아..아가씨. 지난번에 광장으로 나가셨을 때 무슨 옷을 입으셨다고요?''

아아 그런거였냐. 고작 그런 이유로 오랜만에 잘 작동하고 있는 내 머리를 방해해? 실린이 나를 대부분 도와주긴 하지만 워낙에 옷 쪽으로는 센스가 없어서 이런 부분은 다 메리가 나를 도왔었다. 메리와 교대할 때마다 실린은 죄송스러운 표정을 메리는 거만한 표정을 지었는데 왜 예전에는 그런 실린이 바보 같다고 느껴졌을까. 메리가 들어오고나면 실린이 바보같다며 둘이서 키득거리기도 했다.

''아가씨, 빨리 대답해주세요! 그렇게 갑자기 바깥으로 나가실 줄 알았다면 제가 그 주에 쉬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는 듯 말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이 저택 내에서 나를 꾸밀 수 있는 실력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 하는 거만함 과 어차피 나가지도 않을꺼라면 내가 무엇을 입든 어떻게 하고 다니는 자신은 상관이 없다 하는 무책임적인 메리의 태도가 느껴졌다. 과민 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드레스 룸에 들어와 있던 터. 까딱거리던 새끼 손가락을 접고 검지 손가락을 폈다. 그리고 내가 입었었던 보라색의 드레스를 가르켰다. 메리는 곧장 그 쪽으로 걸어가 그 드레스를 끄집어냈다. 드레스를 제 팔 위에 대충 걸쳐 놓은 뒤 나에게 다시 물었다.

''아가씨, 그러면 루시안 아가씨의 결혼식에 가셨을 때는 무슨 드레스를 입으셨어요?''

나는 아무렇게나 걸쳐져 주름이 진 드레스를 한 번 봤다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잠시 접었던 손가락을 다시 펴서 다른 쪽에 걸린 우아한 드레스를 가르켰다. 커다란 무늬의 검은 레이스가 어깨를 덮고 가슴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커다란 다이아몬드와 그 주변을 둘러싼 작은 수정들이 흐르며 떨어지는 검은 드레스였다. 점점 내려가면서 밝은 남색으로 변하는 드레스와 사이사이 반짝이는 수정들은 밤하늘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메리는 그 드레스도 끄집어내서 보라색 드레스 위에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아무렇게나 걸쳤다.

''아가씨, 어떻게 이런 드레스를 입으실 수 있는거죠? 제가 항상 말씀드리잖아요. 아가씨는 가장 아름다운 분이시니 드레스도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신구는 커다란 보석들이 줄을 짓는 가장 빛나고 비싼것으로! 그러면서도 유행을 따라 풍성하고 감각적이게 입으셔야 한다구요!''

숨도 쉬지 않고 내가 입어야하는 옷에 대해 주장하던 메리는 자신의 팔에 걸쳐놓은 드레스들을 양 손에 하나씩 들고 흔들면서 어째서 이 드레스들을 입으면 안되는 것인지 열렬히 수업을 시작했다. 보라색 드레스는 사교계에서 유행하는 드레스가 아니다, 부터 시작해서 검은 드레스가 풍성하지 않아서 옷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고 드레스와 장식들이 너무 밋밋하다, 까지.

''근데 있잖아 저 드레스..''

''흥! 보나마나 그 멍청한 실린이 아가씨를 꾸며보겠다고 나선거겠죠. 재능이 없으면 없는 줄 알고 알아서 가만히 있을 것이지..''

..일단 한번.

''아니 그게 아니라 저 드레스들..''

''아가씨! 그 녀..아니 그 애를 감싸주려고 하지 마세요! 요새 그 애한테 신경쓰신다고 저한테 너무 소홀하세요! 아가씨를 꾸밀 수 있는건 저 뿐인데!''

..두번.

''내 말 좀 들으라고, 메리 저건..''

''이참에 따끔하게 한마디도 하고 드레스도 새로 제작해야겠어요! 아가씨의 드레스 룸에 이런 유행도 하지않을 드레스가 들어와있었다니..! 제가 있는한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유행에 따른 드레스를 알아볼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작하실꺼죠?''

세번. 이제 안 참는다.

''메리야.''

''..네. 아가씨.''

빙그레 미소짓던 얼굴 그대로 눈빛만을 차갑게 식혔다. 그 미묘한 차이를 느낀건지 메리의 대답이 살짝 늦어졌다. 그래 이렇게 눈치가 좋으니까 루시안한테까지 살랑거리면서 이름으로 부르는 걸 허락까지 맡지.

''내 말 세번 끊었네.''

손가락 세개를 펴서 메리의 눈 앞에 들이밀며 천천히 표정을 굳혔다. 메리는 그저 당황해서 머리를 푹 숙이고 눈동자를 굴렸다. 제 딴에는 머리를 숙인거겠지만 아직도 내가 자신에게 쏟던 애정을 잊지 못했는지 조금 위로 들려있어서 열심히 돌아가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눈동자를 굴리면서 머리도 함께 굴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메리는 안 그래도 덜 숙여져있던 머리를 더 세워 웃음을 짓는 나를 보았다. 아마도 내가 용서해주리라 생각했나보다. 나는 빠르게 표정을 굳혔다.

''왜 머리 들어? 나에게 죄송하다고 빌려던거 아니니? 설마 내가 착각해서 나 혼자 기다리고 있던거니? 니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을?''

내 드레스를 쥐고 있던 메리의 손이 벌벌 떨렸다. 그리고는 이내 무릎을 꿇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가 아까도 생각했는데 너는 목이 너무 꼿꼿하다. 아직도 훤히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 친절하게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얹었다. 움찔한 것이 느껴졌지만 더 혼날 것이 두려운 듯 이번에는 머리를 들지않았다. 역시 사람은 학습을 하는구나. 그럼 내 앞에서 머리를 숙이는 법을 학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 학습방법을 고민하던 중 내 손이 자신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지 않자 슬그머니 고개를 들려고 시도하는 메리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학습한다는 말 취소. 얘는 좀 예외인 것 같다. 머리에 얹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머리를 다시 낮추게 하였다. 그녀는 그 자존심에 작은 흠집이 난듯 그 흠집을 재빨리 메꾸려고 하였다.

''제가 아가씨의 말을 끊었던 일은 분명히 아가씨께 사죄드릴 일이에요! 하지만 전 그냥 그 때 아가씨가 걱정되서..순간 흥분해서 그런건데!''

''사죄드릴 일이라면 사죄하면 되겠구나. 뭐하고 있니? 빨리 숙이지 않고.''

오늘 그녀의 자존심을 완전히 깨뜨리고 새롭게 만들어줄 생각이다. 물론 내가 그녀의 뒤에 있을때만 나올 수 있을 자존심으로. 내가 그녀를 떠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울며 붙잡을수 있을때까지.

''다음부터는 내 걱정보다는 니 걱정을 먼저 하렴. 나는 내 몸을 지킬 수 있지만 너는 내 말 한마디에 날아갈 수 있는 존재잖니?''

마음에 들게 숙여진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몸을 숙여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면서 짧게 바람을 불어줬더니 눈에 띄게 흠칫 놀란다.

''버리겠다던 내 물건들을 네가 팔거나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것을 다른 시녀들 앞에서는 내가 너를 너무 아껴서 줬다고 말했다던가? 바보같구나. 그런 거짓말을 하고 싶으면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서는 조심해야하는 것을. 적어도 실린은 너처럼 멍청하지는 않거든.''

소리가 날까 걱정하는듯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은 머리를 깊게 숙이고 있어서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들로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어쩐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

''아, 니가 별로라고 했던 드레스들. 그리고 그 장식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내 손으로 고른거란다. 내 눈에는 정말 황홀해보였는데 니가 그렇게 칭송하던 내 안목이 다 죽어가는구나. 안타깝네.''

기는 무슨. 아직도 눈물을 떨어뜨리던 메리를 향해 마지막까지 돌려 말해주고 내 몸을 돌려 드레스 룸의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안쪽에 있었으면 나가는데 꽤 오래 걸려서 문을 시원하게 닫고 나가지 못했을텐데 다행히도 나는 입구 쪽이었다.

탕 소리가 나게끔 문을 닫고 나가자 방 안에서 잠깐 딸꾹질 소리가 들리더니 곧 악을 쓰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망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그 비명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여유롭게 계단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기분도 좋고 음악도 깔렸는데 쿠키나 먹을까. 크게 느껴지던 비명 소리는 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아졌고 조금 후엔 내가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 앞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사람이 된다면 내가 그녀의 자존심의 근원이 되겠지만 앞으로도 나에게 덤빌 마음이 든다면 그때는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게끔 만들어줄 것이다. 악녀 루트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적어도 방금 그 순간만큼은 완전한 악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어찌되었건 나는 아직 악녀니까. 나중에 악녀 루트에서 벗어나더라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칸이 모자라서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변명부터 시작할까요..?

요새 수행평가 시즌이 시작되면서 조별과제다 뭐다 하면서 정신없이 다녔습니다. 등교하는 길에, 하교하는 길에, 버스 기다리면서 틈틈히 비축분을 만드려고 노력했고 조금 쌓아놓을 수도 있었지만 마땅히 올릴만한 시간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마침내 몇 주 전 연재하기 위해 왔더니..비축분이 싹 날아갔더라구요? 1화부터 4화까지는 연재된 것을 볼 수 있다고 쳐도 그 뒤로 쌓아놓은 비축분들은..ㅠ

한동안 현타가 와서 다시 비축분을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책임하게 늦게 온걸 이해해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저를 원하시는만큼 앞담해주세요! 받아드리고 노력해서 더 열심히 일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한번씩 들러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꾸벅)

실린은 시녀복이 만들어지기 전에 초록색 셔츠에 거의 발목까지 오는 회색 치마를 입고 온 전적이 있어요. 심지어는 그 사이에 연두색 앞치마를 둘렀답니다. 그걸 보게된 에일린이 인상을 찡그리며

''저딴 옷을 입은 것을 내 시녀로 데리고 다니면 다른 영애들이 나를 비웃을게 확실하구나. 그냥 시녀복 하나 만들어.''

하고 만들어진게 바로 지금의 시녀복이랍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 기본적인 차림의 시녀복이요!! 검정 드레스에 하얀 앞치마. 전 그 옷이 그렇게 이뻐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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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14 20:07 | 조회 : 751 목록
작가의 말
Ellozen

저는 메리라는 이름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이름 1순위를 가져온 것 뿐이에요! 기분 나쁘신 분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ㅠ 전세계의 메리님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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