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아아아아~~!! 완전 멋있다!!"
내가 산 꼭대기에서 본 영주궁의 모습은 너무나 멋있었다.
솔직히 중세시대의 궁전은 책에서나 보던 게 다고 사진에서는 딱히 위엄이 느껴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 아무 감정도 없고. 아. 성이구나. 하고 끝이였는데
확실히 실제 성은 다르구나..
영주성이 이 정돈데 실제 황성은 어느 정도일까 진짜 상상이 안 간다!!
"가까이서 봐야지!"
그렇게 설레서 산 꼭대기에서 마을로 가기 위해 내려가던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정령왕 엘퀴네스'의 내용을... 아마 너무 설렜던 나머지 잠시 이야기의 전개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
그리고 멀리서만 보았을 땐 멋있었던 궁과는 비교되게 가까이 갈수록 나를 마치
설레고만 있던 날 꾸짖듯이 여기저기서 울음소리와 짜증, 오열이 담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궁전의 웅장함에 제정신이 아니던 난 민가의 모습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나서 이게 사실인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본격적으로 물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구나..'
귀를 기울이니 남보다 뛰어난 청각에 들리는 소리
'-이번에도 흉년일세.'
'요즘따라 비가 되게 안 내리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게 말일세 농작물이 다 말라죽었어..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그 말에 조용히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아직 진짜 재앙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니 이제 막 물의 정령들이 거의 다 소멸해가나 보다..
그렇다면 아직 진짜 지옥은 한참 남았단 뜻이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난 말해줄 수 없다. 이기적이지만 나를 위해서..
그리고 이보다 더 힘들어질 거라고 얘기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좀 더 걷다가 갑자기 나는 비명소리에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꺄악~~도둑이야아!! 누가 좀 잡아주세요!!"
한 여인이 소리치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고 한 복면인이 그 여인의 것인듯한 주머니를 낚아챈 채 내 쪽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중세판 소매치기?!'
"비켜! 기지배야!"
'근데.. 이 소매치기 주제에.. 나한테 반말한 겨? ^^'
이마에 빠직 혈관마크가 그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라면 비키겠냐아아!!"
빠르게 발을 건 후 넘어지는 남자를 뒤에서 밀어 넘어진 남자의 등 위에 올라탔다.
"그러게 착하게 살아야지.."
"이익!! 비키지 못해?!"
"...순순히 빌어도 모자를 판에 나에게 대드시겠다?"
여인의 주머니만 돌려주고 시끄러워지는 건 싫으니 그냥 보내줄랬는데..
이렇게 된 이상 순순히 못 보내 주겠는데..?
이 자식은 입으로 망할꺼다. 백퍼센트다.
바둥거리는 남자의 몸을 더 힘을 세게 주어 얼굴이 바닥에 처박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서 남자의 몸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역시 이 놈 초범이 아니었어. 다른 사람 지갑도 많이 털었네. 쯧
근데 이 자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었나보다.
"어!! 어이!! 지..지금 뭐하는거야!! 아니!! 앗!! 거긴 안 됏!!"
"… ‥."
뭔 생각을 하길래 이 놈 얼굴이 새빨개진겨... 어이 난 그저 너의 지갑을 터는 것 뿐이거든?? 니 몸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주머니에만 관심있을 뿐 너에겐 한 치의 관심도 없는데 이 자식은 왜 이런데...
"꿈 깨라. 넌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그걸 마지막으로 남자의 뒷목을 아주 세게 쳐 기절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