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뭐하냐?"

"어, 왔냐?"

또 뛰어온 것 인지 숨이 턱까지 차선.. 아직 꽃샘추위여서 쌀쌀해서 그런지 라윤의 뺨이 발그스름하다.

"또, 또 지각이지 홍라윤"

"아니거든? 아니거든? 아직 1분남았거든?"

"이러다가 지각을 해야 정신차리지 이거"

"아니거든?? 난 딱 맞춰오는 일은 있어도 지각은 절때 안하거든??"

뉘에뉘에, 숨이나 좀 고르고 말하시죠- 라고 현진이 말하자 샐쭉해져가지곤 그제서야 가쁜 숨을 고른다. 5분만 집에서 일찍 나오면 편하게 등교 할 수 있을것을.. 뭐, 이렇게 말하면 또 엄마같이 군다고 떽떽거리겠지만 말이다. 이제야 숨을 고른건지 라윤이 다시 현진이를 부른다.

"야"

"왜."

"나 어제 가입함!"

"뭐를"

"팬카페!'

네네, 잘나셨어요. 라고 현진이 대충 대답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혼자 또 신나가지고 팬카펜지 뭐시긴지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얘기한다. 만화만으론 부족한건가.. 저거가지고 또 얼마나 얘기 할런지... 앞으로의 일이 예상이 되는지 절래절래- 고개가 절로 흔들어지는 현진이다.

"그지? 너도 마음에 안들지? 하여간 그자식. 악당주제에 잘생기긴 무쟈게 잘생겨가지고.."

150남짓. 좋게 말해서 아담한거지 조그마하면서 말은 어찌나 빠르고 많은지. 분명 팬카페로 말문을 텄으면서, 벌써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지나 악역 캐릭터까지 이야기하는 라윤이다. 흥분은 또 왜그렇게 잘하는지. 분명 흥분해서 저렇게 말하고 나면 약한 성대를 가진 라윤의 목이 쉬어버리고 말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라윤에겐 사형 선고와 다를 바가 없으니. 결국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고 제 풀에 지쳐 그만 둘 때까지 라윤을 그대로 두는 현진이다.

"이현진"

"왜"

"갑자기 생각나서 그런데.. 내 친구들 중에 너만 유일하게 성을 붙여서 부른다?"

달싹이는 얇은 윗 입술과 약간 도톰한 아랫 입술 사이로 나오는 말에 아릿- 하면서도 뭔가 특별해진것 같은, 뭐라 형용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얽히고 설킨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왜 그런걸까. 현진은 생각했다.

"음.. 그럼 한번 불러볼까? 현진아~"

라윤이에게 크게 뜨면 쏟아질 것 같다는 말을 매번 들을 정도로 큰 현진의 눈에 갈색 빛 홍채가 확, 수축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도 당황 한듯 얕게 떨린다.

"ㅁ,무뭠,뭐야!!?"

"하하, 당황한다 당황해! 현진아~ 현,진,아~"

"ㅇ,야! 하지마!"

이게 그렇게나 어색했던걸까? 웬만하면 잘 당황하지 않는데, 오늘은 당황한듯 말도 더듬고 얼굴도 달아올라 귀까지 발갛다 못해 벌겋다. 왜 그런걸까. 마치 못들을 것을 들은 사람처럼.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놀릴거리를 하나 더 찾았다고 생각하며 라윤이는 위화감을 단순하게 넘겨버렸다.

"에헤, 에헤. 완전 당황하네! 이젠 이걸로 놀려먹어야겠다!"

"아오.. 씨.. 이걸 한대 칠 수도 없고.."

"그러면서 때린적은 한번도 없지"

"이 나이에 언니는 벌써 빨간 줄 긋기 싫단다"

"와- 인성봐봐. 아주 사람을 죽이려들어? 그리고 나이는 내가 더 많아 이 자식아!"

조그만 주제에 생일은 1월 1일 신정. 현진이의 생일은 12월 말 크리스마스. 라윤이가 빠른생일이 아니므로 두사람의 생일은 거의 1년이 차이나는 거다.

"그래봤자, 넌.."

"키 얘기는 미리 거절한다."

"찔리냐? 나 아무말도 안했는데?"

"야, 이씨...!"

"이현진. 라윤이 좀 작작 괴롭혀"

"아, 남친이다♡"

오민성. 라윤이가 남친이라고 외치며 쫄래쫄래 다가가는 얘 이름이다. 이름도 그렇고 머리도 짧게 커트를 쳐서 장난기 넘치는 라윤에게 잘못걸려 별명이 '남친'이 되어버렸다.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 남친이라고 못을 밖는 꼴이 어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금까지?

"헐.. 완전 어이 없어. 내가 피해자였거든?"

"하여튼, 라윤이 너도 참.."

"뭐 어때, 난 원래 이런걸~"

아오 진짜, 누구 약올리는데는 아주 도가 터가지고. 라고 중얼거리며 아까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가만히 곱씹어본다.

딩동댕동-
수업종이 울리자 아, 상투적이야. 라고 중얼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라윤과 그 뒤를 따라가는 민성. 그리고나서 들려오는 라윤의 짜증 섞인 목소리.

"아나.. 1교시부터 윤리야"

오늘 하루도 참.. 고달플 것 같다는 예감이 든 현진이였다.





1화. 모든 일의 시작은 미약하다. 그것이 설령 갈등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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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30 18:24 | 조회 : 1,371 목록
작가의 말
진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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