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고민이 있는 것 같아..?

[왜 그래, 달화?]

"그게 있지. 루."

[응응.]

"나 고민이 있을지도.."

[크응?]

이곳에서 지낸 지도 어언 석 달째. 나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 뭐라고 할까. 좋은 게 있다면 자연스럽게 나쁜 게 따라오듯이? 나쁜 건 아니지만 조금 곤란스러운 것이지만.

[고민이 뭔데?]

"나는 너희들하고 대화할 수 있잖아."

[그렇지. 그래서 지금 나하고도 이야기하는 거고.]

"그래서인지 점점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니. 달화야.]

"벤틀린 할머니도 다른 식물들과 다르게 저희랑 대화할 수 있으신데 그런 느낌이 드신 적이 없으세요?"

[글쎄다.. 조금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잘 모르겠구나.]

[헹, 할멈 그럴꺼면 굳이 알 것 같다는 말을 하지 말라구.]

"루! 그 말투 아직도 안 고쳤어?"

[흥...]

[어휴. 됐다. 됐어. 내버려 두렴, 달화야.]

"네. 아무튼, 말이죠. 저는 식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과 대화를 할 수 있잖아요? 아. 물론 베틀린 할머니는 식물에서 제외고요. 그래서 길을 지나다 보면 다른 애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들리고요. 뭔가 나중에 제 소중한 이들을 지킬 때 약점이 될 것만 같아요."

[그런 고민이었어? 간단하잖아. 그냥 무시하고 지키면 되잖아.]

"하지만 그게.."

[달화야.]

"네, 베틀린 할머니."

[나는 항상 네가 어린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워서 조금 걱정했는데 아직은 그래도 조금 어리구나. 안심했단다.]

"네?"

[그건 말이지, 달화야. 이 짧은 이야기를 예로 들으면 될 것 같구나.]

"이야기요?"

[그래. 자, 어느 나라에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한 마디로 나쁜 왕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정의로운 자가 나타났다! 이 얘기를 하려고 했지. 할멈?]

"루. 이야기 끊지마. 집중이 흐트러지잖아."

[...칫]

[후후. 자, 그래서 그 정의로운 자가 나쁜 왕에게 통치받고 있는 나라를 보고 몹시 마음이 안 좋았단다. 그리고 아프기까지 했지. 왜냐하면, 나쁜 왕에게 통치받고 있는 나라에는 그 정의로운 자에게 소중한 이들도 살면서 고통받고 있었거든.]

"읏, 마음이 아프겠네요. 정말로.."

[그래. 그래서 그 정의로운 자는 나쁜 왕을 물리치기로 마음먹고 그 순간이 찾아왔단다. 정의로운 자의 검은 나쁜 왕을 향해 있었지. 하지만 나쁜 왕은 어떻게든 살아볼려고 정의로운 자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동정심이라도 살려고 했지. 정의로운 자는 그런 왕을 보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그건-.."

[당연한 결말 아니야. 당연히 그 왕을 죽였겠지. 그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그래. 루. 네 말이 맞단다. 그는 나쁜 왕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죽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결말은 '선이 악을 벌한다. 그리고 평화로워진다.'라는 것이란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는 것이고. 이제 알겠니, 달화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해도. 마음이 약해진다 해도. 소중한 것은 지킬 수 있단다.]

"그렇네요.."

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상관 없었다. 그냥 나는 내 소중한 것.. 소중한 자들을 지키면 되는 것이였다.

"베틀린 할머니. 정말 감사해요."

[달화 너 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 이정도 쯤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단다.]

"그러시군요. 루!"

[왜, 왜?]

"너도 엄청 고마워."

[우읏..! 부끄러운 소리하지마!]

나는 둘을 향해 실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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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5 00:29 | 조회 : 65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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