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찝찝한 추억(2).

"야, 카드 좀 빌려간다."

"어…뭐? 잠깐, 형. 아직 파티중인데 어디를 가?"

"괜찮아. 어차피 아버지한테 아들은 너, 하나잖아."

"아니, 그건 오해ㄹ…형…? 기다려!"


덥석─.


"……?"

"…또 사라지면, 이번에는 진짜로 '백설그룹의 첫째, 박한민'은 없어. 도망치지 마."


홀을 나가려는 나를 한솔이 급하게 붙잡았다. 꽤나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솔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반대편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아버지가 이쪽으로 다가오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제기랄.


"있잖아, 솔아."

"응."

"나는 이미 호적에서 파인지 오래라서."

"제발, 형."


그가 듣기 싫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아버지와 말을 섞고 싶지도 않고, 이런 파티에 흥미도 없다. 솔직히 한솔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런 집 따위, 인연을 끊었을 것이다.


"적당히 둘러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나는 신경 끄고 파티 잘 해라."

"정말로 진ㅅ…."

"두 번 말하기 싫다."

"……."


스르륵─.

내가 그의 말을 끊고 할 말만 하자, 그도 이 이상으로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손목을 잡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약해지고, 서서히 풀렸다.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그 잠깐 사이에 손목이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아우, 손목이야. 너, 언제 운동이라도 했어? 아 참! 카드는 나중에 광수편으로 돌려보낼게."


나는 최대한 뻔뻔하고 태연하게 그를 대했다. 수군수군, 속닥이는 잡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르게 표정이 굳어있는 한솔의 모습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마냥 그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찝찝함을 뒤로하고 서둘러서 건물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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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23 22:54 | 조회 : 1,028 목록
작가의 말
탄과/신또

광수? 이광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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