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좋아해도 될까 (뀨루욱)

"오늘도 못 찾으면... 진짜 포기해야겠지...?"




얀은 오늘도 금지구역에서 그 책을 찾기위해 돌아다녔다.

얼굴은 많이 지쳐보였고 손은 먼지가 묻어 더러웠다.

잠시 창 밖을 보며 섕각을 하는데 벤치에 원우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오늘은 나왔네. 뭘 저렇게 웃으면서 보는 거야아..."




뒤에서 몰래 보는 걸로 만족하려했는데 며칠을 도서관에 안 나와서 정말 포기하려했다.
그런데 저런 웃음을 하고 있으니... 얀은 눈을 크게 뜨며 원우가 가지고 있는 책을 봤다.




"ㅇ... 아 여... 여우책..."




원우가 가지고 있는 책을 아는지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뒷뜰 벤치로 뛰어갔다.







"다시 만나고 싶다."




책을 만지며 작게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책을 읽으려고 했던 원우는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 때문에 그쪽을 바라봤다.

얀이였다. 며칠 안 보면서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예쁜 모습에 두근거리는 자신이 허탈했다.




"흐아... 그 책 왜, 형이 가지고 하아- 있어?"



"응? 어릴 때 친구한테 받..."



"그 책 좀... 봐도 돼?"




원우는 끄덕이며 책을 얀에게 건냈고 얀은 떨리는 손으로 책을 받았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군데군데 자신이 어릴 적 끄적였던 낙서가 있었다.

푸흐- 웃는 얼굴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신이 1년동안 그토록 찾던 책이 원우의 손에 있었다니...




"이거 누구한테 흐읍... 받았어?"



"얀아 울어? 왜, 왜 그래? 뚝해야지."



원우는 당황했는지 벤치에서 일어나 얀이의 얼굴을 닦아줬다.

그리곤 누구에게 받았냐고 다시 묻는 얀에게 말했다,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 * *





옛날에 부모님께 겨우 허락을 받고 밖을 나간 적이 있었다.

처음 가보는 들판 위에는 나보다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있었었다.

짧은 숏컷에 하얗고 정말 예쁜 아이였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의 옆에 앉아 '안녕?'이라고 인사를 했다.




"아, 안녕..."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책... 읽고 있어"




그 아이는 자신의 무릎에 있던 책을 나에게로 살짝 밀어 같이 볼 수 있도록 했었다.

그 책은 친구가 없는 쓸쓸한 여우가 친구를 만드는 이야기였다.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는지 책에는 낙서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이였다. 내가 집을 나와 들판으로 가면 항상 그 아이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우린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고 난 첫사랑이란게 생겼다, 오래가진 못 했지만.




"오늘은 내가 더 일찍 왔다!"




평소처럼 그 여자아이를 기다리는데 멀리서 훌쩍이며 걸어오는 아이가 보였다.

나는 반가워서 손을 붕붕 흔들었고 그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왜 울어? 어디 아파?"



"으으응-... 나 흐끅! 다신 여, 기 못 와"



"왜 못 와?"



"오늘, 끕 멀리 이사간대... 인사만 하고, 흐윽... 바로 가야해"




겨우 진정해서 얘기를 하는데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데,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렇게 헤어진다는게 안 믿겼다.

그 아이는 자신이 들고 온 책을 나에게 건냈다.

그 책은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읽었던 '외로운 여우의 친구가 되어줘!'라는 책이었다.




"이거 내가 제일 아끼는 히끅- 책인데 너 줄게!"



"나 줘도 돼...?"



"제일 소중한 친구니까 줄 수 있어"




그 아이가 베시시 웃었다.

나도 뭘 주고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꽃을 꺾어 반지를 만들어줬다.

그리곤 아이의 손에 끼워줬다.




"커서 만나면 나랑결혼해줘!"



"우음- 좋아!"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 왼손의 검지에 꽃으로 만든 반지를 끼워줬다.

약 5분 정도를 이야기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꼭 커서 만나자!"



"응!"







* * *





"바보같이 이름도 안 물어봤었네."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가만히 서있는 얀이가 이상했다.
난 허리를 살짝 구부려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왜 못 알아봤지..."



"무슨 말이야, 얀아?"




고개를 드는 얀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였다.

먼지 묻은 손으로 닦으려고 하길래 난 그걸 제지하고 살살 닦아줬다.




"너무 늦게 알, 끄흑 알아봐서 미안해"




미안하다니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 했다.

얀이는 내가 못 알아들었다는 걸 알았는지 책을 끌어안고 살풋 웃었다.

이제 누군가가 와도 안 흔들릴 정리를 하긴 커녕




"책 잘 간직하고 있었네. 난 반지 잃어버렸는데... 미안해."



"ㅇ... 아..."




마음이 더 커졌다.

나도 모르게 얀이를 안아버렸다.

덜덜 떨려서 아무 말도 못 할 거 같았다.

먼지를 털털 털어낸 얀은 나를 토닥토닥 해주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얀이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며칠동안 널 잊으려고 노력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혀, 형"



"내가 널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되는 걸까?"






우리가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얀이 네가 내 처음이자 끝이 되면 좋겠다.

나는 자꾸 내려가려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살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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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8 00:06 | 조회 : 1,457 목록
작가의 말
뀨루욱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해요. 다들 졸업 축하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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