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선긋기 (뀨루욱)


아침 9시 27분,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우는 눈을 비비며 주변에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켜 시간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악!"



"히익-! 뭐, 뭐야? 왜왜?"



"시... 시간이 아..."




원우는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얀에게 가보겠다고 했다.

얀은 아쉬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꾸욱 참으며 그냥 잘 가라고 인사했다.




"이따 도서관에 오면 나한테 와서 같이 밥 먹자."



"... 응"




싱긋 웃으며 원우는 현관문을 닫았고

얀은 문이 닫기자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선을 그어야 해... 하야안-"




이불을 몇 번 발로 팡팡 차고 얀은 잠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할 일이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빌었다.




"오늘은 제발 안 만나게, 그 사람이 절 못 보게 해주세요..."




그 말을 계속 생각하며 집 나갈 준비를 했다.

따뜻한 겉옷을 입고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택시를 탔다.

도착하니 11시가 되어있었다.




"최대한 빨리 찾고 나가자!"




주머니 안 깊숙이 있던 열쇠를 꺼내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히터가 안 틀려있어 도서관 밖만큼 추웠다.

산을 만든 책들 중 내가 원하는 책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걸 알아서 한숨이 나왔다.




"음... 1시간 정도만 찾고 가자"




화요일에는 원우가 일이 좀 많아 1시쯤에 밥을 먹을 거라고 생각한 얀은 12시에 도서관을 나가기로 했다.

총총 걸어 다니며 1990년대의 책들을 찾아다녔다.




"으아- 먼지!"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먼지가 한껏 앉아있었다.

책 제목이 안 보일 정도로 먼지가 있는 책은 손으로 툭툭 털어가며 찾아다녔다.






* * *




"다리 아파..."




쉬지도 않고 책을 찾아다녔더니 다리가 너무 아팠다.

책 더미 앞에 쭈구려 앉아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몇 시지?"




먼지가 잔뜩 묻어 지저분한 털고 핸드폰의 화면을 켰다.

12시 47분을 알려주는 핸드폰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어, 얼른 가야겠다. 일단 손을 좀 씻고..."




출입 금지 구역에서 얼른 나와 1층 남자화장실로 들어왔다.

손을 씻고 나가려는데 누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반투명한 유리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얀은 키나 몸집을 보고 원우라 생각하고 화장실 칸에 숨었다.


끼익-



"하-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문을 열며 들리는 목소리가 원우였다.

하지만 좋지 않은 전화를 하는지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었다.

원우는 한숨을 푹 쉬며 알겠다고 나중에 보자고 이야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짜증 나 ...얀이 보고 싶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원우는 손을 씻으며 혼잣말을 했다.

얀은 놀라서 소리를 낼 뻔했지만 입을 막고 있어서 참았다.

원우가 화장실을 나갔고 3분 후에 얀도 빨개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까 들은 말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얀아!"



"흐익!"




얀이는 놀라서 자신을 부른 사람을 쳐다봤고 놀라서 후다닥 도서관을 나왔다.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나가버려서 그 사람은 당황해하며 얀이가 나간 도서관 정문을 바라봤다.




"같이 밥 먹..."



"원우씨? 원우씨이??"




얀이를 부른 사람은 바로 원우였다.

하건과 밥 먹을 곳을 정하던 원우는 얀이 보여 불렀지만
놀란 얼굴로 뛰어가는 얀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다.

옆에 있던 하건도 당황해서 원우를 툭툭 쳐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원우씨!!!"



"ㅇ, 아! 네!!?"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니 겨우 정신을 차렸다.

왜 그러냐는 하건의 말에 원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왜 날 피한 거지...'




많은 생각이 원우의 머릿속을 헤집어놨다.




"내가... 싫은 건가?"




불안한 눈빛의 원우가 중얼거렸다.






* * *




손을 흔들어 택시를 세운 후 탄 얀은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왜 이러지...'



"밖에 많이 추운가 봐-"




택시 아저씨가 허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얀은 '조금 춥네요'라고 대답했다.




"젊은이 얼굴이 새빨간 게 여간 추운 게 아닌 거 같아"



"마, 많이 빨개요?"




얀은 볼을 만지며 물었다.
볼은 차갑기보단 너무 뜨거웠다.




"볼이 뜨거운데..."



"무슨 부끄러운 일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봤나 보구먼!"



"좋... 좋아하는 사람이요?"



"나도 옛날에 우리 부인만 보면 볼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렸지"




얀은 호탕하게 웃으시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자신이 원우를 많이 좋아하는 걸 느꼈다.




"하지만 못 다가가겠어요... 선을 그어야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입술을 꽉 물고 아래를 보는 얀이의 얼굴은 눈물이 떨어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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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30 19:32 | 조회 : 1,416 목록
작가의 말
뀨루욱

내 네임펜으로 줄 그어줄까? 아, 이 소설이랑 단망이 수위를 써야하는데 글이 손에 안 잡히네요. 슬럼프 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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