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탕 (뀨루욱)


아침 7시 30분, 뜬뜨든 뜬뜬-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침대 속에서 팔이 나오더니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다녔다.

겨우 찾은 핸드폰의 알람을 끄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두 번의 알람이 울렸지만 방금처럼 다 꺼버렸다.

마지막 세 번째의 알람은 못 참겠는지 침대의 이불이 걷어졌다.




“... 아“




핸드폰 화면을 켜니 8시였다.

앞머리를 뒤로 한 번 쓸고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

최대한 빨리 샤워를 하고 옷을 입었는데 8시 57분이었다.




“3분 안에는 못 갈 텐데“




아침도 먹지 않고 도서관으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빠른 걸음으로 어린이 열람실의 문을 열었다.

9시 4분, 다행히 아무도 오지 않았고 난 히터를 튼 후 겉옷을 의자 뒤에 걸어두었다.




“원우 씨가 웬일로 지각이야?“



“늦잠을 자서 최대한 빨리 준비했는데 늦어버렸네요.“



“밥은?“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하건 씨는 놀라면서 주머니에서 사탕을 몇 개 꺼내주셨다.

배고플 때 먹고 오늘 점심은 조금 일찍 먹자며 날 툭툭 쳤다.

괜찮다고 했지만 ‘한국인은 밥심! 11시에 밥 먹읍시다.‘라며 웃었다.




“고마워요.“



“우리 사이에 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아이가 열람실에 들어와서 하건 씨는 이따 오겠다며 갔다.

일요일은 원래 사람이 잘 오지 않아서 한가로웠다.

받은 사탕들을 보다가 하얀 박하사탕이 보였다.

난 얼른 그걸 뜯어 입안에 넣고 굴렸다.

시원한 박하 맛이 느껴지고 입안을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이 책 대출이요.“



“아, 대출증 주세요.“




난 대출증과 책의 바코드를 차례대로 찍고 아이의 쪽으로 책을 밀어줬다.

아이는 어딜 빤히 보고 있었고 그 시선을 따라가니 내가 받은 사탕들이 있었다.

포도 사탕을 하나 집고 아이에게 건넸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보며 꾸벅 인사를 하고 책을 챙겨갔다.




“역시 귀엽네“




책을 정리하고 골라내는데 벌써 11시가 되었다.

하건 씨가 나에게 와 밥을 먹자며 불렀다.

난 5권 정도의 책을 들고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식기 전에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하건 씨가 말했다.

난 책들을 들고 어린이 열람실을 나가려다가 사탕들과 포스트잇에 글을 적어 주머니에 넣었다.

책들을 들고 금지구역으로 가서 몸으로 문을 밀어보니 열려있었다.




“오늘도 왔을까“




입구에 서서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책들을 책장에 끼워두고 주변 테이블에 포스트잇과 사탕을 여러 개 두었다.

몇 번 두리번거리다가 아쉬워하며 밖으로 나가 문을 잠갔다.




“안 왔나...“




하건 씨와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야기에 집중을 못하겠고 하얀이란 사람이 왔는지, 사탕은 봤을지, 먹었을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 * *





6시에 어린이 열람실을 닫고 집으로 갔다.

도어록을 누르려고 하는데 옆집에서 문이 열렸다.




“아“



“아, 안녕하세요“




하얀이라는 사람이 편한 옷을 입고 어딜 나가는 것 같았다.

우린 서로 꾸벅 인사하고 난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른 뒤 문을 당겼다.

오늘 도서관에 왔는지, 사탕은 먹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꾸욱 참고 집을 들어가려니까 하얀이 날 불렀다.




“워... 원우 씨“



“네?“




“사탕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날 향해 밝게 웃는 얼굴이 여리고 귀여웠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요동쳤고 하얀은 나중에 또 보자며 인사를 했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한 번 하고 집에 들어갔다.

현관의 거울에 비친 내 귀와 목덜미는 빨개져있고 뜨거웠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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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7 21:14 | 조회 : 1,604 목록
작가의 말
뀨루욱

월하가 자꾸 놀려요. 맴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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