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만나다 (월하 : 달빛아래)


"일반인 출입 금지구역, 뭔가 오싹하지 않아요?"

원우가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본 성인도서관 사서 선생님 하건이 꺼낸 말이었다.

"왜요?"

원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거기서 목매달아 죽은 귀신이 있대요.
"하건 씨, 무슨 그런 얘길 믿으세요!"

원우가 농담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이 얘긴 리얼이라구요! 여기 경비원 아저씨가 20년을 근무하셨는데, 여기 도서관장의 아들이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에서 죽는 바람에, 도서관이 한동안 폐쇄되고 난리도 아니었대요!"
"아..아들이요?"

순간 원우의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다. 나가기 직전에 본 어떤 뒷모습.

오소소, 소름이 돋아 원우는 잠시 머뭇거렸다.
설마, 설마 진짜겠어...?

"설마, 원우 씨! 귀신 본거야?!!!"

옆에서 먼저 호들갑을 떨어주는 하건 씨를 놓아두고 터덜터덜 걸었다. 나, 진짜... 귀신....!

그 순간, 꿈인 듯 도서관 입구에서 똑같이 생긴 사람이 밖으로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까, 일반인 출입통제 구역에서 본.

뒤늦게 쫓아온 하건 씨를 붙잡고 물었다.

"저! 저 사람!! 보여요?"
"응? 아, 저 사람?"
"네!"
"저 사람 맨날 오시는 분이야. 이름이 뭐였더라, 맨날 오시긴 하는데 대출은 안하셔서."

아, 뭐야 귀신이 아니잖아... 안심하던 찰나에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잠깐, 거기엔 어떻게 들어갔지...? 거기 키는 나하고 하건 씨한테 밖에 없는데...?"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하건 씨가 뭐라고요? 하고 되물어왔지만, 서둘러 털어버렸다.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애써 아니겠지, 부정하며.


-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원룸에 작게 소리 내 인사한 남자는,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후우, 들킬 뻔 했네..."

아직도 쿵쾅대는 심장에 손을 얹으며 그가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잘생겼던데.."

그는 어렴풋이 지나갔던 그 남자의 얼굴을 되새겨보았다.

"왜 한 번도 못 봤지? 그렇게 들락거렸는데?"

혼잣말은 고요한 집안에 심상치 않은 초인종 소리가 들리며 끝났다.

아무런 연고 없는 도시에, 나를 찾아올 이 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세요...?"

"아!"

조심스레 문을 열자 옆을 쳐다보던 남자 한 명이 서둘러 돌아보았다.

"옆집에 이사 와서, 떡... 어??? 그???"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잇던 남자가 대뜸 어??를 외쳤다. 당황한 그가 아래로 내리깔던 눈을 천천히 올렸다.

180cm 정도의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남자, '그'였다!

어.. 어떡하지?!

혼란스러운 머리와 따로 노는 몸은 뒤로 주춤거렸다.

"아, 도망가지 말아요. 딱 기다려."


-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원우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지갑을 집고는 다시 나갔다.

"허억... 오랜만에, 뛰니까..."
"이게...뭐예요?"
"그 쪽이 놔두고 간 거요. 안 그래도 주인 찾아주려고 막 가방에서 꺼낸 참이었는데..."
"제..제가 주인인 줄은 어떻게...?"
"그거, 금지구역에서 주운 거예요. 하건 씨 꺼도, 제 것도 아니니까 누구 꺼겠어요?"
"그..그렇네요..감사합니다."

아래로 내려다봐야 하는 그가 더 깊숙이 감사 인사를 했다. 그의 귀는 빨개져 있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아뇨, 그나저나, 우리 할 말 있지 않나요?"
"예?"
"저는 신 원우라고 합니다. 그쪽은요?"

아아, 하던 남자가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는 환히 웃는다.

"하 얀. 제 이름이예요."

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다. 이런 단조로운 말이 우스울 만큼

이 사랑이 내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가늠되지 않았다. 힘겨운 사랑이 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


자조적인 쓴웃음이 원우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아무도 알면 안 되는 이 사랑이 한편으로는 모른 채 끝이 나기를, 한편으로는 알아주기를 바랬다.

계속된 사랑은 아팠다. 아프다 못해 메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이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싶어, 나는 끊임없이 도전과 좌절을 반복해야 했다.

이제는 지쳐 쓰러져 가면서도 너를 생각한다.
부디 내 사랑을 알아주기를.


-


나 같은 건 안될 거야, 그게 내 바탕이었고 그게 형을 아프게 할 줄은 몰랐는데.

형, 나도 사랑해. 그 속삭임을 형이 듣지 못했을 뿐, 늘 나는 온몸으로 얘기하고 있었던걸.

지금 와 털어놓지 못하는 게 나의 욕심이란 걸 알아.


-


아직, 그들은 모르는... 훗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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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4 20:21 | 조회 : 1,412 목록
작가의 말
뀨루욱

월하님 글 잘 쓰시죠? 맞아요. 흐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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