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일반인 출입금지구역 (뀨루욱)



따뜻한 히터가 있는 곳


소리라곤 책 넘기는 소리와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


이곳은 제가 일하는 도서관입니다.






* * *




토요일 아침 9시

원우는 어린이 열람실의 불을 켰다.

밖보단 아니지만 차가운 공기 때문에 히터를 켜고 어제하다만 책을 정리했다.



“조 오십팔... 기역...“



마지막 책 한 권을 들고 중얼거리며 이 책의 자리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여러 곳을 돌아보다가 겨우 찾았는지 “아, 여기다!“라며 책을 꽂아두었다.

원우는 제일 높은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아이들이 어떻게 꺼냈나 생각하는데
저번에 한 아이가 와서 권장도서라고 꺼내달라고 한 게 생각났다.

꽤 기특하다 생각했다가 그걸 꺼낸 게 자신이라는 걸 알고 피식거리며 자리로 가 앉았다.

도서관 업무를 하다가 쓰윽-하며 문이 열였고 초등학생들이 들어왔다.

원우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총총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무슨 책 볼까?“


“나 만화책 보고 싶어“


“안 돼, 선생님이 독서감상문 해오라 하셨잖아.“


“으에이... 읍!“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지...! 그러다 사서 선생님한테 혼나“



입이 막힌 아이는 끄덕이며 손을 치웠다.

속닥속닥 소리가 다 들리지만 원우는 모르는 척했다.


‘귀여워...‘


입가를 꾹꾹 누르며 웃음을 겨우 참아갔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업무를 마저 시작했다.

10시 반이 넘으니 슬슬 아이들이 많아졌고 원우도 할 일이 많아져 이리저리 움직였다.

한 여자아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내가 앉아있는 책상을 톡톡 쳤다.



“왜 그래요?“


“책이 너무 위에 있어서 못 꺼내겠어요오“


“어디? 선생님이 꺼내줄게요.“



원우는 아이의 뒤를 따라 저벅 저벅 걸어갔다.

130cm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183cm라는 자신의 키의 비해 너무 작아 미소가 절로 났다.

아이는 도착했는지 손가락으로 저거라고 가리켰다.

까치발까지 들며 가리키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자신에게는 바로 옆에 있다시피 한 책을 꺼내주었다.

아이는 환하게 웃어주는 원우가 멋있는지 수줍게 가버렸다.

그리고 원우는 아무도 모르게 아이의 신랑감 1위 후보가 되어버렸다.






* * *




“대출증 주세요.“


“아, 잠시만요.“



아이는 연분홍색 지갑에서 도서관 대출증을 꺼내서 원우에게 줬다.

대출증에 한 번, 책의 바코드에 한 번 찍고는 아이에게 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좀 없어 한가로웠다.

기지개를 쫘악 펴고 일어나서 너무 오래된 책이나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책등을 한 곳에 모았다.

이걸 들고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가져가야 했다.



“허리가 무사하려나-“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원우는 품에 가득 차도록 안았다.

문을 등으로 밀고 나가니까 성인 도서관실의 사서 선생님이 원우를 불렀다.



“원우씨 밥 시켜놨어요.“


“아, 이거만 놓고 갈게요.“



원우는 살짝 웃으면서 도서관의 끝 쪽으로 갔다.

흰 표지판에 빨간 글씨로 일반인 출입 금지라고 적혀있는 문을
무릎으로 살짝 기대서 주머니 속에 있는 키를 찾으려고 했다.

기대자마자 문은 쓰윽-하고 열렸고 무방비 상태의 원우는 책을 다 떨어뜨렸다.



“하...“



평소라면 문이 열쇠로 잠겨있어야 하는데 열려있었다.

머리를 뒤로 한 번 넘기고 앉아서 책을 주섬주섬 주웠다.

중얼거리며 원우는 자신을 욕했다.



“한 번 밀어서 확인해볼걸 왜 바로 기대ㅅ...“



저벅- 저벅-

책을 줍는데 금지구역 구석 쪽에서 걷는 소리가 들렸다.

많은 책을 겨우 다 줍고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원우는 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안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끝으로 가보니 있는 거라곤 책뿐이었다.



“잘못 들은 건가...“



분명 들었는데...라며 중얼거렸다.

두리번거리는데 문쪽에서 사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오라며 원우에게 말했고 원우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일반인 출입 금지구역의 문을 잠그고 고개를 돌리는데
유리창 사이로 뒷모습을 봤다,

작은 키에 연갈색 머리,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를.


덜컹!

문을 열려고 흔들었지만 이미 잠긴 문이 열릴 리 없었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 안쪽으로 사라졌다.

원우는 열쇠로 문을 열려 하는데 얼른 밥을 먹자고 재촉하는 선생님 때문에 걸음을 옮겼다.

눈은 열람실에 들어갈 때까지 일반인 출입 금지구역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누구지...“



원우는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 * *




“ㄷ, 들킬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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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2 20:35 | 조회 : 2,089 목록
작가의 말
뀨루욱

첫 합작이라 너무 설레서 죽겠어요. 쓰러지면 월하가 인공호흡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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