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 취하다, 기당(2)



병훈이 양반과 향월 사이에 끼어들었다.

"정조를 지키겠다고 분명 말하지않았는 가? 지지해주지 못할 만정 취하지 말게. 정욕에 눈이 멀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소. 기생이지민 그녀를 작가로서 존중해줘야하오."

양반은 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취하든 말든 뭔 상관인가? 여기 있는 양반들도 속으로 향월과 합하여지고 싶다고 생각할걸세. 작품이 뛰어나긴 하나 기생의 것을 사람들이 알아줄 것 같소."

"한낱 기생이기전에 그녀도 아녀자들과 똑같은 여인이란 날이오. 그것도 까먹어버린 것인가? 욕구에 취해 하지 말아야할 행동들을 하고 말았소. 그녀를 무시하거나 짓밟아서는 안되오.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선비로서 부끄러워해야하오."

양반이 말하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 분위기가 삭막해지자 하나 둘 씩 자리를 떠났다. 병훈과 향월만 남아있었다. 향월은 병훈에게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나으리,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존에 있던 사내들과 다르시군요."

이병훈은 텅빈 술상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다르지 않소. 저들과 똑같은 인간일 뿐이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실수를 하게 된다오. 나도 그렇소."

"나으리께서는 기억하실 지 모르겠지만 제 목숨을 구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향월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손에 꼽히는 양반가의 차녀였고 학문과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었다. 남부럽지않은 인생을 살던 찰나 아버지께서 임금의 잘못을 지적한 상소문을 올렸다. 왕은 그 상소문이 맘에 안들어 멀리 있는 섬으로 유배를 시켰다. 아버지는 임금님이 몇년 뒤면 자신을 찾을거라는 기대를 걸로 생활하였다. 유배생활이 몸에 안은 영향을 미쳤는지 일찍 돌아가게 되셨다. 언제나 당당하고 사람들의 불의를 참지 못했다. 그 성격으로 인해 화를 초래하게 된 줄 누가 알았는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집안은 풍비박산 났으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어머니와 자신은 함께 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않았다. 밥을 굶게 될 처지가 되어있자 어머니는 향월을 이끌고 기당, 류희방으로 데려갔다. 어머니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딸아, 집이 무너져 밥을 동냥하게 될 처지에 놓여있구나. 이 어미는 그렇게 할 수 있으나 곱게 키운 너를 고생시킬 수 없단다. 기당에서 뛰어난 기생이 되어 살아가거라."

향월은 기생이 되기 싫어 그 자리를 도망치고 말았다. 갈곳이 없었던 향월은 밖에서 생활하게 될수록 옷은 점점 낡아졌다. 다른 집에서 밥과 옷을 달라며 구걸하지만 쉽지 않았다. 배고픔에 지친 몸을 이끌고 커다란 대문과 화려한 기와로 장식된 기왓집에 도착했다. 용기를 내 문을 두들겼다. 푸른 도포을 입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꼬마도령이 나타나 자신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볼품없는 모습과 너무 많이 비교되었다. 향월은 무슨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도령은 향월에게 행색에 대해 묻지않고 말을 걸었다.

"무슨 일로 왔어?"

향월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기, 안쓰는 옷가지나 밥을 줄 수 없나요? 언젠가는 꼭 갚을게요."

꼬마도령은 안으로 들어가더니 주먹밥을 싼 보따리와 여자아이의 한복을 주었다.

"더 좋은 옷을 주고 싶었는데 나에게는 그런 한복이 없었서 노비의 딸에게 달라고 했어. 괜찮지?"

향월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은혜는 갚지않아도 돼. 내가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야."

향월은 음식을 먹고 나서 그 은혜를 갚고자 기당으로 다시 갔다. 어머니를 찾았으나 보이지않아서 서운한 마음이 몰려왔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류희방의 문을 두들겼다. 문을 지키는 청지기가 나타났다. 향월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제발 저를 여기서 일할 수 있게 해주세요.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게요."

청지기는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꼬마야, 나는 기당의 문을 지키는 청지기일뿐이야. 너같이 어린애는 쓰지 못해. 다른 곳 알아봐."

청지기가 향월을 쫒아내려 하자 울음을 터뜨리며 일하개 해달라고 빌었다. 시끄러웠던지 안에사 풍성한 가체와 화려한 무늬가 박힌 신비로운 보라색 빛의 한복을 입은 여성이 나타났다.

"무슨 일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청지기는 깍듯이 예의를 지키며 대답했다.

"당주님, 죄송합니다. 이 쬐그만한 아이가 자꾸 기당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향월은 청지기의 말이 끝나자 당주에게 사정을 말했다. 양반의 출신이란게 밝혀지는게 좋지않을 것 같아서 숨겼다.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제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가족들은 다 쁠뿔이 흩어지고 저만 남아있네요. 무슨 일이든 할테니 갈 곳 없는 저를 써주세요."

"힘든 일을 시키고 부려먹을 텐데 괜찮느냐?"

향월은 당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맡겨만 주세요. 잘 해내겠습니다"

당주는 위엄이 서려있는 표정으로 향월을 쳐다봤다.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거나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않는 사람이 제일 싫구나. 명심하거라. 나를 브를 때는 당주님이라고 불러라."

"예, 알겠습니다. 당주님."

향월은 기당에서 일하게 되었다. 기생들은 향월의 가족사에 대해서 수군거리거나 옷차림이 지저분하다고 그랬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모르는 척 넘어갔다. 향월을 무시하거나 다 끝낸 일을 가지고 기생들은 트집을 잡았다. 눈물이 나오려했지만 참고 하던 일들을 마저했다. 기생들의 빨래를 널고 있을 때 기생들의 입춤을 보게 되었다. 입춤은 기생들이 특별한 복장을 갖추지 않은 채 서서 하는 춤이다. 입으로 하는 신나고 즐거운 타령에 맞춰 기생들은 형식에 구애받지않고 손짓과 발짓을 자유로이 움직였다. 가벼워 보이긴 보다는 부드러우면서 자유로워보였다. 꽃이 바람에 휘날린 듯 동작들이 품위를 잃지않으며 조화를 이루었다. 향월은 아름답다며 바라보다가 서툴게 따라했다. 당주가 향월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툴긴 하나 향월에겐 재능이 있었다. 향월의 춤이 끝나자 말을 걸었다.

"춤을 배워보고 싶은 거냐?"

향월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춤에 재능이 있어 가르쳐줄테이니 배워보거라. 이제부터 널 향기로운 달이라고 해서 향월이라고 부르겠다."

향월은 이때 정식으로 기생이 되었으며 춤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기생들 보다 춤이나 시조를 잘 써 사람들 입에서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푸른 도포를 꼬마도령에게 은혜를 갚고자 했으나 어딘로가로 사라져버럈다. 도령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고 지금 여기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치자 병훈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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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11 20:51 | 조회 : 710 목록
작가의 말
기향

입춤에 대해서는 유투브 및 네이버 블로그에서 참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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