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모든 것을 갈망하다(3)-과거

윤길은 병훈이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슬며시 앵두같이 붉은 입술에 진심어린 입맞춤을 했다.사모는 하지만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눈물 한방울이 얼굴로 떨어졌다. 병훈의 입술은 따뜻하고 촉촉했으며 꽃잎같이 부드러웠다.입술을 떼고 병훈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다가 조금씩 어루만졌다. 병훈은 손길에 움찔거렸지만 깨어나지는 않았다. 오똑한 코와 넓찍한 이마, 짙은 눈썹 하나하나가 손에 느껴졌다. 모든게 소중하고 오래도록 자신의 눈에 담고 싶어졌다. 윤길은 정신차리며 병훈의 방을 나갔다. 이병훈은 감고 있던 눈을 떠 자리에 앉았다. 열로 미지근해진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직도 윤길의 숨결과 손길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굴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져갔다. 윤길은 마당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병훈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병훈의 어머니는 윤길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여기서 나오느냐? 예전에 했던 말들은 잊은 것이냐?"

"잊지않았습니다. 가슴 깊숙이 새기고 있습니다."

"헌데 왜? 여기를 찾아오지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너같은 아이가 병훈과 가까이 지내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 그러는 거냐? 다시는 이 집으로 찾아오지 말거라. 우리 아들과 가까이 지내지도 말며 않는 척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윤길은 고통을 참으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오늘은 병훈이 쓰러져 이 집으로 데려온 것 뿐 입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대문 밖을 나서 하염없이 거리를 쏘다녔다. 병훈의 집으로 오늘 처음 간 것도 아니었다. 과거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

덥고 뜨거운 여름 날이었다. 아이들은 땀을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아랑곳하지않고 딱지치기를 했다. 어느 아이가 딱지를 많이 땄다며 자랑하면 누구나 할 것없이 자기가 많다고 우겨댔다. 윤길과 여동생도 사이에 껴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때 무당집에서 만났던 아이가 나타났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정신을 빼앗겼다. 이름을 몰랐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이 꿈만 같았다. 놀이에 지쳐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었을 때 도포를 입은 아이는 냇가에 가자며 아이들을 부추겼다. 윤길은 이맘 때쯤 비가 많이 온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신나게 뜀박질하며 냇가로 달려갔다. 윤길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물장구를 치며 서로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다슬기와 민물고기를 구경하며 하하호호 웃음을 터뜨렸다. 날이 흘려지더니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밖으로 나갔다, 윤길의 여동생만이 아직도 물 속에 있었다, 여동생은 물쌀에 휩쓸러 멀리 떠내려 가고 있었다. 윤길을 바라보고 살려달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윤길은 도포를 입은 남자아이와 함께 물에 다시 들어갔다. 둘 다 깊은 물쌀에 이도저도 못하며 물 속으로 가라앉기만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윤길과 병훈을 물 속에서 구해주었다. 윤길은 눈을 뜨며 어른들에게 물었다.

"제 여동생은 어디있나요?"

어른들은 대답하지않은 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윤길은 다시 애절하게 물었다.

"제발 여동생이 어디있는 지 알려주세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란 말이예요!"

어른 들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동생은 깊은 물쌀에 휩쓸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어린 아이의 목숨이 안타까워."

윤길은 아끼는 동생을 잃었다는 생각에 울부짖었다. 병훈이 윤갈을 안으며 말했다.

"다 내 잘못이야. 시냇가로 가자고 조르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너네 동생 대신 죽었어야되는데 살아서 미안해."

"그런 소리하지마. 너의 잘못이 아니야. 동생을 지키지 못한 내 잘못이 커. 나라는 존재는 행복해져서는 안되나봐. 예언이 한 대로 재앙이었어."

어른들은 윤길과 병훈을 달래어주며 병훈의 집으로 데려갔다. 윤길의 부모님은 중요한 행사가 있어 안계셨다. 병훈의 부모님이 나타났다.

"너가 윤길이구나. 동생 일은 안됐지만 더 이상 우리 아들과 엮이지 말고 여기를 다시 찾아오지말거라. 너의 재앙때문에 병훈이 잘못될까봐 걱정되는구나."

0
이번 화 신고 2018-02-10 22:40 | 조회 : 892 목록
작가의 말
기향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