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모든 것을 갈망하다(2)

윤길을 불러 세우기는 했으나 막상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없이 침묵이 이어졌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이병훈이었다.

"어렸을 때 케록...... 무당집에서 우리가 케록.......만난 것을 기억하오? 정자에서 만나게 처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소."

"닮은 사람을 착각했나보구려. 어렸을 때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소.."

병훈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윤길을 쳐다보았다.

"정말 기억이 케록... 안나는 거요? 나를 향해 케록...... 애처롭게 쳐다보던 눈동자와 뛰던 심장도 케록...... 거짓이었소?"


윤길은 화를 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 아니라고 말했소. 왜 자꾸 사사건건 귀찮게 하는 거요? 사람들에게 재앙이라고 경멸을 당해서 만만하게 보는거요? 동네 북을 찾고 싶다면 딴 데 알아보소."

"그렇지 않소. 케록...... 그대의 행동 하나 하나가 케록......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오. 내가 슬픈 심정을 케록...... 헤아릴 수 없지만 케록...... 함께 짊어지고 싶소. 진심으로 사모한다오."

병훈은 이 말을 하면서 품에 있던 부채를 꺼내 윤길에게 주었다. 안 받으려고 했으나 힘에 밀려 받고 말았다.

"이게 뭐요? 이런 것은 필요없소. 무엇을 줘도 마음은 받을 수 없소. 어서 가져가오."

병훈이 말을 하려는 찰나 서당에서 밖으로 나간 줄 알았던 양반자제들이 윤길과 병훈을 둘러쌌다. 사내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둘이 뭐하는 거요? 남자들끼리 연애하는 거요?"

양반 자제들 중 한 사람이 토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런 것 같소. 으웩, 토 나올것 같소. 여기 있는 양반들 더럽지 않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니 말이 되지않소."

양반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병훈과 윤길을 벌레처럼 취급했다.

"맞소, 역겹소."

"저들에게 병이라도 옮을 까봐 두렵소. "

이병훈은 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소리높여 외쳤다.


"케록...... 그러지 마오. 윤길은 아무 케록...... 잘못도 없소. 내가 멋대로 좋아하는 거요. 다른 사람을 케록...... 진심으로 사랑하는 케록......것은 사람의 자유지 않소? 무슨 권리로 그러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니 유교 사상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정상적이지 않소. 자고로 남자라면 좋은 아내를 만나 자식들을 낳는게 자연적이오. 왜 대체 이치를 거스르려고 하오?"

사내들은 그 의견에 동조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동조하듯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자네 잘못이 아니라 먼저꼬시고 유혹한 윤길이 잘못 아니오. 계집애처럼 생겨서 자네를 백년 묵은 여우처럼 홀린 것 아니오. 윤길은 우리 마을에서 없어져야할 존재요. 그 재앙을 사모한다니 제정신이오? 하늘이 두려운 줄 아소!"

병훈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 놈의 케록...... 도리와 이치가 무엇인데 이러는 거요. 이딴 것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절망 속으로 케록...... 빠져 들어가는데 자네들은 양심이 없소? 윤길이 재앙으로 태어나고 케록...... 싶어서 태어난 줄 아는 가? 아니잖소. 그 사람의 미래도 모르는데 한 사람의 운명을 정하고 몰아가니 자네들이 케록...... 더 제정신이 아니오. 여자와 이루어진다고 한들 행복해지겠소? 난 잘 모르겠소. 윤길을 좋아하고 사모하는 것을 후회하지않소."

이 말을 끝내자 이병훈은 높은 열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양반자제들은 얼어붙어 서있기만 했다. 윤길은 병훈에게 다가가 이마를 만졌다. 이마는 불덩이였다. 손에 대고 사내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진짜 인정머리가 없는 구려. 아픈 사람을 이렇게까지 몰아가다니 피도 눈물도 없소. 병훈이 쓰러지니 속시원하오? 나를 욕하고 수군거려도 좋으나 병훈은 건들지 마소. 나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란 말이오. 병훈을 데려갈테니 비켜주시오."

그제서야 사내들은 자리를 슬금슬금 비켜주었다. 이병훈의 손을 목에 걸고 질질끌며 사람들에게 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집에 도착하자 튼튼하고 커다란 대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길은 숨을 헐떡이며 크게 두들겼다. 그때 몸종이 나타났다.

"나리,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요?"

"주인 마님은 안 계시는 가? 아들이 쓰려져 데려왔다고 전해주게."

"마님은 바깥에 나가 아직 안 돌아오셨습니다요. 나리, 제가 도련님을 방안으로 옮기겠습니다요.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요."

몸종이 병훈을 들기에는 버거워보였다. 윤길은 몸종을 도와 방안까지 들어갔다. 양반의 방치고는 너무 검소했다. 상에 있는 책 몇권과 붓, 먹등이 자리했다. 예전에 입었던 파란색 도포가 걸려져있었다. 그 빛깔이 아름다워 감탄했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장로과 화려하지않는 이부자리가 장식하고 있었다. 윤길은 속으로 ' 양반이라는 자가 이리도 청렴할 수 있는가?'말하며 병훈을 이부자리에 눕혔다. 병후은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잠을 잤다. 몸종에게 부탁해 대야와 수건을 내오라고 그랬다. 몸종은 군말없이 가져왔다. 윤길은 수건을 찬물에 적셔 물기를 짠 다음에 이병훈의 이마에 덮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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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3 22:14 | 조회 : 9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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