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모든 것을 갈망하다(1)

정자에서 사람이 잠을 깨려고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바로 이병훈이었다.술에 거하게 취해 집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못한 채 잠이 들고 말았다. 병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젯밤 꾼 꿈을 선명히 기억하려 노력했다. 꿈 내용은 어린 자신과 부모님이 무당집 내부로 들어갔다. 나무 위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남자아이를 봤다.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자신의 갑작스런 등장에 짜증이 나 신경질 냈다. 분이 다 풀릴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내려와 병훈을 애처롭게 쳐다봤다. 병훈은 가슴이 아파 그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몸이 덜덜 떨리는게 느껴지면서 자신의 품에 파고 들었다. 남자 아이로부터 심장소리가 들려와 자신의 심장도 그 소리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울분에서 차츰 진정되고 평안한 얼굴로 병훈을 바라봤다. 병훈은 놔주기 싫었지만 멀리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부모님께 갔다. 아이의 얼굴하고 윤길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자신과 인연의 실로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병훈은 온 몸이 으스스하고 추웠고 기침이 났다. 추위 속에 잠들어 고뿔에 걸리고 말았다. 도포로 몸을 싸매며 힘겹게 집을 향해 걸어갔다. 어머니가 자신을 기다리고 계셨다.

"병훈아,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녔느냐? 혹시라도 잘못된 줄 알고 걱정했단다."

"어머니, 술에 취해 케록.... 바깥에서 자고 말았습니다. 케록..."

"정신이 있으면 집에 와서 자지 그랬느냐. 고뿔에 걸린게 아니냐? 오늘은 스승님께 가지 못한다고 말씀드리겠다."

병훈은 하루라도 윤길을 안보면 안될 것 같았다.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아닙니다. 케록... 학문을 좀 더 연습 케록... 하고 배우고 싶습니다. 이만 저는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러는 찰나 상에 놓여져 있는 벚꽃나무가 그려진 부채에 시선이 갔다. 윤길에게 전해주면 정말 기쁘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럽다고 자신의 선물을 받지않을 지도 모르지만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전해주고 싶었다. 이 부채에 그려진 벚꽃나무가 자신과 윤길을 강하게 이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자신의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리라 마음먹었다. 병훈은 푸른 색의 도포대신 붉은 빛이 감도는 살구색의 도포를 입었다. 그 도포는 마치 성숙한 여인의 엷은 홍조처럼 색깔이 고왔다. 어머니가 밖에서 병훈을 불렀다.

"병훈아, 다 갈아입었느냐?"

"예, 어머니."

"간단한 찬거리와 쌀죽을 가져왔다. 편히 방에서 먹어라."

병훈은 어젯밤 꾼 내용이 현실에 있었던 일인지 궁금해졌다.

"잘 먹겠습니다. 궁금한 게 있사온데 케록......물어봐도 됩니까?"

"그래, 무엇이 궁금하느냐? 이 어미가 답할 수 있는 것은 답해주겠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케록.... 무당집을 찾아간 적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우는 아이를 달래준 케록...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당혹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을 너가 왜 물어보느냐? 그만 물어보고 어서 식사하거라."

병훈은 어머니의 반응이 미심쩍었고 캐묻고 싶었으나 죽을 먹었다. 기침을 계속 하면서 서당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봐 윤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병훈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스승님이 들어와 양반자제들에게 공자의 논어 중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未足與議也 사지어도 이치악의신자 미족여의야'을 해석보라고 그러셨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만 내리고 있었다. 자신을 시킬까봐 움찔거릴 뿐 말을 꺼내지 않았다. 스승님은 윤길을 쳐다보며 물었다. 윤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윤길은 걱정된다는 듯 책망하셨다.

"서책을 많이 읽는 다는 것을 알고 있구나. 다른 책들도 읽어야지만 배움의 창이 넓어진단다. 공자께서 적은 논어는 삶에 이치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 지 알려주늩 책이란다. 논어는 꼭 읽어보거라. 이 문장에 대해 아는 이 없느냐?"

이병훈은 손을 공손히 들어 안다고 표시했다.

"어서 대답해보거라."

"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도 자신이 입은 옷이 나쁘던가 변변치 않은 음식을 부끄러워하면 이런 사람과는 도를 논할 수 없다.'라는 뜻입니다."

"잘해주었다. 선비는 외모와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고 남들이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자로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진 게 적다고 하더라도 감사한 줄 알아야하며 자신이 재물이나 명에가 많다고 하더라도 가난한자나 다른 이들에게 내세우지말아야한다. 선비란 언제 어디서나 검소해야되고 청렴해야한다. 사람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얻으려면 자신을 가꾸고 덕을 베풀어야한다."

스승님의 말씀이 끝나자 병훈의 가슴 깊숙이 와닿았다. 벼슬 길에 올라서도 남들에게 가진 것을 자랑안하고 베풀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서당에서의 시간이 끝나자 병훈은 윤길을 불러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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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28 20:04 | 조회 : 75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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