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는 곳, 서당(3)- 과거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서책을 들고 정자에서 보는 것을 좋아했다.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병훈으로 인해 틀려졌다. 이 날도 똑같이 바람을 느끼면서 보려고 했다. 거리는 빛 한점없이 오직 달만 환히 비추고 있었다. 윤길은 힘 없이 집을 향해 걸어갔다. 보름달과 병훈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손을 뻗으면 달과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있었다. 윤길에게는 병훈이 달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병훈이 자신을 사모하고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길은 사람들로부터 재앙이라며 손가락질당하는 처지가 이병훈에게 안좋게 작용할까봐 걱정되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좋아하는 마을 숨긴 채 매몰차게 행동했다. 윤길은 자신이 내뱉는 말에 상처받는 병훈의 표정이 가슴 아프게 했다. 어느새 집에 도착해 방으로 들어가 호롱불을 키며 응시했다. 윤길은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 빠져들었다.

*
부모님과 함께 마을에서 유명한 무당집을 찾아갔다. 그 날 여동생은 몸이 안좋아 집에서 쉬었다. 그 무당집은 사람들한테 말한 예언들이 잘 맞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누군가가 출세한다고 한자에게는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과거급제를 한다고 한자는 꼭 이루어졌다. 마을에 가뭄이 온 땅을 지배할때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무당을 찾아와 비가 언제 오는지 알려달라고 그랬다. 무당은 날짜를 알려주었고 날이 되었을 때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엄청난 신뢰를 받게 되었다. 윤길은 부모님과 함께 무당집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었다. 부모님은 어린애가 들어갈 곳이 아니라면서 막으셨다. 윤길이 무당집 문을 열려고 애를 씌지만 제자리만 지킬 뿐이었다. 아무런 소용이 없자 포기하지않고 담을 넘어 안으로 몰래 들어갔다. 부모님은 안을 살펴보았다. 신을 모시는 제사상과 굿할 때 쓰는 종과 점칠때 필요한 물건들이 방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무당이 나타나서 윤길의 부모님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으스스하고 소름끼쳤다. 그러한 기분을 억누르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려는 찰나 알려주지 않았던 집안사정이나 가족인원수를 맞췄다. 놀라움을 참으며 윤길에 대해 물어보았다. 윤길은 밖에서 무당과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집중했다.

"우리 윤길이는 언제 과거급제하나? 어떻게 자라는가?"

부모님은 윤길에게 휼륭하고 큰 인물이 될거라는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무당의 안색은 안좋게 변하였다.

"왜그런가? 점괘가 이상하게 나왔는가? 궁금하니 빨리 알려주게."

"아이의 운명이 너무 부정되서 차마 말할 수가 없습니다. 말하는 순간 제 목숨이 위험해질까 염려스럽습니다."

"어서 말해보게. 자네의 목숨은 보장하겠네."

무당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입을 열면 당신들이 저를 죽이려고 그러실 것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어머니가 간곡한 목소리로 무당에게 증표를 주며 말했다.

"나한테 가장 소중한 물건이니 자네가 말해주리라 믿겠네. 절대로 목숨을 노리지는 않겠네. 그러니 제발…"

무당은 침을 목우로 꿀꺽 삼키며 말했다.

"도련님은 나중에 남자의 인생이 아닌 여자의 인생을 살게 되서 여인이 아닌 남자에게 매달리고 사랑을 갈망하게 될것 입니다. 장차 이 일로 인해 재앙이 우리 마을 덮칠 것입니다. 여름 날에 어린아이의 죽음으로 시작될것 입니다."

부모님은 충격을 받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침묵이 몇분이 흐른 뒤 아버지는 용기를 내 물어보았다.

"막을 방법은 없는 건가? 기필코 재앙은 막고 싶네."

"아무리 애를 쓰고 힘을 써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기다리는게 최선입니다."

"막대한 돈과 명예를 자네에게 주겠네. 우리 윤길이 좀 도와주게. 그 아이가 커서 고난을 당할텐데 불쌍하지 않은 가?"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재앙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사정하려고 하자 무당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갔다. 괴로움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채 서로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당이 다시 오기만을 몇시간 기다렸다. 끝내 나타나지 않아 힘없는 발걸음으로 밖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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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1 18:44 | 조회 : 83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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