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루나시아 스쿨 합격(2)

그들의 존재감 때문인지 애써 뚫지 않아도 자동으로 길을 열어주었지만 말이다. 시란과 휘스트가 사라진 후에도 입학을 기대하는 귀족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얼마 걷지 않아 두 명의 사내들은 라비나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샤이아 제국의 수도 페라리오로 가는 숲 중 하나였다. 루나시아에서 가장 빨리 페라리오로 갈 수 있는 숲이기도 하고 말이다.

시란은 발치에 채이는 돌맹이를 밟아 부숴버리고는 쯧 소리를 냈다.

“어차피 수석이라고 확신했으면서 왜 보낸거야? 아니. 그건 입학 통보서를 받아야 했으니까 그렇다 치고. 왜 자기가 직접 오는게 아니라 우릴 시킨건데?”

더운 공기가 쉴 새 없이 코를 통해 폐에 들어가는 느낌에 미쳐버릴 것 같아 한참을 성을 내던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멈칫 하며 작게 탄성과 함께 욕설을 읆주렸다. 그리고는 말없이 머리카락을 거칠게 털어낸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시란의 모습에 그의 등을 빤히 쳐다보던 휘스트가 시란의 뒤통수를 퍽 치고 말했다.

“말 많은 드래곤 치고 오래 사는 놈 없더라.”

일상에서 그런 짓을 당했다면 앞 뒤 가릴것없이 바로 휘스트에게 주먹을 날렸을 시란이 의외로 아무런 반격도 하지 않았다. 이번만은 휘스트에게도 시란에게도 그 행동은 시비가 아닌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의미였다.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거든 새끼야?”
“넌 늙은게 자랑인가 보군.”

역시 말빨은 시란이 휘스트에게 밀렸다.

하긴, 그거 아니면 내세울게 없지? 라는 한마디로 K.O 당한걸 보아선 말이다. 말다툼을 하며 걸어오니 어느새 그들은 숲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휘스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나무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 그들은 순식간에 우드득 소리를 내며 본체의 형상을 갖췄다.

누가 봤다면 아무리 테이머라도 입을 쩍 벌릴 광경이었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을 뿐 아니라 시란과 휘스트의 외형 자체가 무척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묵빛의 윤기나는 검은 비늘과 은은히 달빛을 받은 것처럼 빛나는 은색 비늘. 그리고 누가 봐도 넋을 잃을 듯한 몸체. 시란은 옆에 쓰러진 나무가 걸리적 거린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항상 조심한다고 해도 숲은 나무가 너무 많단 말이지.”
“얼른 가자. 엘이 기다리겠군.”
“우리가 뻘짓하면서 기다린것만 하겠냐?”

휘스트가 먼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피고 이륙했다. 찬란한 햇살을 받은 비늘들이 하나하나 은빛으로 빛났다. 바로 뒤를 시란이 따르며 둘은 순식간에 도시에 도착했다. 샤이아 제국의 수도인 만큼 페라리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으며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 시란과 휘스는 페라리오의 입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병사들 앞으로 날아왔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두 병사는 눈 앞에 나타난 거대의 드래곤들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잠깐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던 병사들은 떨면서도 창을 고쳐쥐었다.

원래 초대형 드래곤이 수도에 나타나면 즉시 비상 사태에 돌입하여 먼저 드래곤의 신분을 확인한 후 신속히 테이머를 찾는 것이 그 차례였다. 혹은, 극히 드물지만 야생 드래곤이라면 온갖 진귀한 보석들과 산해진미를 약속하고 황실의 기사단으로 소속시키는 경우도 있다.

“무..무슨 드래곤이 이렇게 커?”
“몰라! 당장 대장님 불러와!”
“네가 불러와. 왜 나한테 시켜?!”

당황한 나머지 서로에게 일을 떠밀던 두 병사는 살포시 이빨을 드러내는 시란에 의해 입을 꽉 다물었다.

“너희 신참이냐?”
“..딸꾹!”
“아 이것들 진짜. 어이 너 빨리 베클러나 데려와.”

시란이 그 큰 머리를 들이밀며 말하자 지목된 병사는 부리나케 근처의 초소로 달려가 한 남자를 데려왔다. 남성은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병사였다. 정확히는 병사들의 대장쯤이었지만 말이다.

“오랜만이군, 베클러.”
“그래. 반갑다고는 못하겠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용건이야?”
“딱히 용건은 없고. 도시에나 들어가게 해줘.”
“...고작 그런거 가지고 날 부른거냐.”
“그러게 누가 신병들을 세워 놓으래?”

세 사람의 옆에 있던 병사들은 저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베클러를 신기한 듯. 혹은 경외하는듯 바라보았다.

시란은 도시로 들어가는 문을 앞발로 툭 건드렸다. 거대한 성문인 만큼 조금의 흠집도 가지 않았지만 그가 마음만 먹으면 부술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란의 행동을 본 베클러는 살짝 인상을 썼다.

“이거 부셔버린다.”

이 미친 드래곤놈들. 덩치는 무슨 산만해서는 융통성이라고는 개미 발톱의 때만큼도 없으니.

“너 지금 내 욕했지.”
“들어가라.”

왠지 귀가 간지러운 느낌에 한번 떠본거였는데 적중한 것 같았다.

보초병으로 근무한지 이틀밖에 안됐던 병사는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베클러의 말에 성문을 열었다. 무언가를 문에 대자 성문이 드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쯧”

뭔가 마음에 안드는 듯 혀를 차는 시란을 본 휘스트가 시란을 데리고 날아올랐다. 하늘을 가리는 둘의 덩치를 본 사람들이 놀라기는 했지만 드래곤 그 자체의 생물은 평상시 많이 접해봤기 때문인지 소란은 금방 접어들었다.

그들이 도시로 날아 들어간 뒤 문을 연 신참 보초병은 어리둥절하여 주변만 둘러보았다. 들어가게 해달라고 해서 자기네들 대장을 불러주고 성문을 부셔버린다고 협박까지 하는 바람에 급히 문까지 열어줬더니 혀를 차고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드래곤 두 마리가 얼마나 얄밉겠는가.

“야 너. 앞으로 저 자식들 오면 그냥 들여보내라. 알았냐?”
“아.. 네!!”

베클러는 대장으로써 신입 보초병들에게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마디씩 해주고 다시 초소로 돌아가며 시란과 휘스트를 열심히 씹었다.

페라리오로 들어와 날기 시작한지 10여분쯤 뒤에 커다란 번화가가 보였다.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과 약재, 무기 등을 파는 시장이었다. 페라리오에서도 가장 번화한 시장이었다.

“어서옵쇼-!! 새로 막 들어온 신선한 늑대고기입니다!”
“육식동물들이 싫어하는 약초입니다. 모험가분들은 하나씩 장만해가세요!!”
“검,활,도끼 어떤 무기든지 다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장사꾼들의 목소리와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스트는 시란에게 눈짓을 하고 근처의 착륙장에 발을 딛었다. 시란도 뒤따라 날개를 접고 땅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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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12 21:57 | 조회 : 459 목록
작가의 말
nic12326111

요새는 눈웃음이 인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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