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타고 날아서 (6)

그토록 아름다웠던 천상세계는 신제희로 인해 피로 물들었다. 타버린 숲과 아이들의 놀이 공간. 사람들의 주거 공간.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는 꿈의 성 마저, 모두 사라졌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말했던 신제희의 말이 거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더 강력한 게 날 찾아오겠단 말이겠지.


"...하"


한숨을 크게 내쉬자 마자 두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나도 조용한 복구현장 에서 나혼자 크게 한숨을 쉬었기 때문이다. 괜스레 민망해져 일을 더 열심히 할까란 생각해 나무를 집어드는 순간-


주륵-





복부에 감았던 붕대가 다시 빨간색으로 물든다. 물감이 번지듯 화사하면서도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쓰라리게, 번지기 시작한다. 오엘엔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날 향해 달려오지만, 나는 번지는 피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다.

"..건강상태가 최악이라고 말했던것 같은데, 쉬셔도 괜찮다니깐요."


"..제가 양심에 찔려서 그래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죄송한데, 오늘 하루만 좀 빠질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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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따라 달이 아름답다. 초승달의 기울기는 엄마의 미소와 비례하듯 나타난다. 아른하게 창문에 비친 달빛도 오늘따라 은은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 같아 더 엄마가 떠오르게 한다. 물론 아빠도 보고 싶다, 그냥, 다 보고 싶다.

이럴거면 나도 데리고 가지. 나 창문밖으로 던지지 말지. 차라리 다같이 죽었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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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


"으음..?"


"단하나씨!"


"..오,오엘엔? 여긴 무슨일로..?"


"큰일났어요! 신제희보다 더 강력한 영혼이.."


뭐라고요- 말을 끝으로 옷을 챙겨입으며 문을 열고 나갔을땐, 신제희의 교복만큼이나마 긴 치마에 녹색 가디건...아니 잠깐만...

"...엄마?'


엄마였다. 그토록 바라던, 그렇게 바라던, 그리워하도록 보고싶어하던, 엄마였다. 엄마가 날보며 웃는다. 안아주겠다는 듯 팔을 벌린다. 그 품이 너무나도 고팠다. 그게 날 죽이려는 영혼이라고 해도.

"...엄ㅁ..."

"단하나씨, 안돼요!"

"오엘엔...?"

"그건 당신의 어머니의 영혼이 맞지만, 이제 그 영혼은 당신을 몰라요!"



지옥이나 천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승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구요-! 오엘엔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겉모습은, 그리고 저 영혼은 엄마가 맞다. 하지만 저 엄마는 날 기억하지 못한다. 난..아니 나만 기억하는 엄마 일뿐이다.

그렇게 보고싶던 엄마를 봤는데도 말한번 나누지 못한다. 인사도, 눈빛조차 무서워 쳐다볼수가 없다. 죽기전, 가족여행을 가던 그날, 그 복장 그대로다. 엄마는 참 단아하다. 예쁘고, 아름답다. 그리고 엄마는, 날 경멸하듯 쳐다본다.



"단하나."



겉모습은 엄마일지 몰라도 속마음은 더이상 엄마가 아님을 짐작했다. 한번도 나의 이름을 저렇게 딱딱하게 불러본적 없는 엄마였다. 엄마는 날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도, 이젠 엄마와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보고싶던 엄마였는데, 이젠 보고싶어할수 없을것 같다.








"..단하나."



연신 나의 이름을 언급하는 엄마에 계속 마음은 흔들렸다. 그래고 13년동안 못본 엄마를..눈 앞에 두고 다가가지도 못한다는건 세상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일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일을 내가, 지금 여기서 겪고 있다.





















































그렇게 보고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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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22 21:35 | 조회 : 824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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