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타고 날아서 (5)

"...이게...무슨..윽"

말을 할 힘도 없이 털썩 쓰러진 나였다. 죽는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꿈의 세계란걸 알면서도 내 자신이 '고통'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는것에 놀랐다. 아파왔다. 말할 힘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니, 사라져갔다.

"단하나씨!"

"..다들..왜 걔한테 중심이 쏠려있는거야...?"

"...신제희씨, 그만하세요. 당신은 이미 '드리머'로써 귀환하였습니다. 돌아온 이유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가세요."

"....싫어."

"돌아가세..."

"싫어!!!!!!!!!!!"

신제희의 괴성에 꿈의 성이 하나둘씩 금가기 시작했다. 죽은 드리머라고 한들, 아무리 인간이었다고 한들 정말 꿈에는 초월적인 힘이있다는 걸 깨달았다. 죽고싶지 않았다. 복부에서 밀려오는 고통이 전신으로 짜릿해지는 느낌이다. 아프기만 했다. 피를 닦아낸 손에는 내가 걸어온 길처럼 어두운 색깔의 빨간색이 묻어나있다. 엄마도, 아빠도 이랬었을까? 두려웠을까? 자신의 몸에서나온 그 많은 피들을 보고 나처럼 이렇게...다시 인생을 돌아볼만큼의 생각이 들었을까...?



그 생각을 끝으로 난 눈을 감았다.







.
.
.












"...정신이들어요?"

오엘엔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신이 들었을 땐 늘 내가 생활하던 방 안이었다. 그래, 그 정신병걸릴 것 같은 무지막지한 하얀색 방. 이곳에서 지금 내가 한바퀴만 구르면, 피로 물들 수 있을 텐데.

"...신제희씨는요."

"....저희도 대충 피신해왔습니다. 꿈의 성도 점점 금이 더 가고 있어요. 아직 밖에 있습니다."

"..전 며칠동안 이러고 있었죠?"

"장장 4일입니다. 신들도 당신을 살리겠다고 잠도 안자고 했어요."

"...저를 그렇게 여기다니, 영광이네요."


돌아갈거야---!!!!! 괴성에 귀가 웅웅 울리는 듯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신제희의 괴성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어린아이 마냥 징징 대는게 부러웠다. 나도, 나도 징징댈만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어리광을, 떼를 받아줄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일단 나가ㅈ..."

"안됩니다. 단하나씨의 몸상태는 인간의 말로 '최악'이에요."

"그런것 따윈... 이미 살면서 많이 겪어보았으니, 상관없어요."

최악. 상황에서의 가장 나쁜 상태. 그래,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중 가장 나쁘게, 불행하게 살고 있는 건, 최악을 뜻하는, 바로 나였다. 잠을 자면 엄마가 생각나, 그래, 그것도 최악. 학교에 가면 부모님없는 아이로 놀림받아, 그래, 그것도 최악. 길을 걸어가면 그때의 교통사고가 생각나, 그래, 그것도 완전 최악.

나에게, 최선이라는 말이 인생에서 주어져 있긴 한걸까.



.
.
.





문을 열고 나갔을 땐 이미 많은 곳들이 부서지고, 불타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그 벌판은 이미 새카맣게 타버린지 오래였다. 죽은자의 괴성이 이리도 무서운거라면, 난 죽고싶지 않았다.

"...신제희."

이름을 부르자 새빨간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내가 그토록 흘렸던 피 색 같다. 나의 피가 영롱하게 눈에 담긴 듯 하다. 눈알이 한번 반짝이더니 신제희가 입을 열자 웅웅 마이크를 쓴것 마냥 울린다.

"....니가 싫어."

내가 싫다고 한다. 어쩌라고- 싫다는 말, 짜증난다는 말, 혐오스럽다는 말, 죽어버리라는 말. 까짓거 난 다 들어봤어. 세상에 제일 싫은게 뭔지 알아? 그런말 다 들어도 상관없는데, 그 말 듣는 거, 알고 격려해주는 사람 없다는 거야. 집에 돌아와서 다녀왔습니다 말 한마디 할수 없다는 거야. 어릴때 학예회에서도, 중학교때 축제에서도, 고등학교 입학할때도 아무도 내게 꽃다발 하나 전해주지 않았다는 거야. 부모님이 사라진 그 날 이후로 난, 계속 혼자였다는 거라고.

"...나도 너 싫거든."

"...단하나, 내가 흥미로운거 하나 말해줄까..?"

"...필요없어."

"내가 너야."

"...뭐?"


신제희가 입을 열고 나온 말은 그저, 신제희 자신이, 바로 나, 단하나 라는 거다. 꿈의 세계 온 이후로 놀란건 이번이 두번째라고 한들, 뭔 쥐똥 풀 뜯어먹는 소리야.

"..단하나."

"...."

"날 지배하고 있는건, 너의 욕심이야."

뭐..? 말도 안되는 말에 다시 되물었다. 신제희를 지배하는 게, 지금 신제희를 움직이게 하는 염동력이, 나의 욕심이라는건, 정말 말 그대로 쥐똥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내가 널 죽이려고 한 이유? 너의 욕심이야. 넌 늘 그랬지, 니 자신을 죽이고, 또 죽여. 살수 있는데, 잘할 수 있는데, 넌 낭떠러지에서 자꾸 혼자 손을 놓지."

"....신제희."

"..신제희.. 원래 내 이름도 아닌걸. 애초에 내가 죽은 그 날부터 내 이름은.. 신제희가 아니었어."

"알아듣게 얘기해, 다 정리해서."

"지금 날 움직이게 하는, 날 지배하는 영혼은 니 욕심이야. 지금 내가 여기 나타난 이유? 넌 지금 욕심이 널 집어삼킬만큼 커져버렸거든. "

"..."

"네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건 '소중함'이야. 내 이름이 죽은 이후로 신제희로 불리고 있는 이유? 초성을 조합해 만든 네 욕심의 꼼수일 뿐이야. ㅅㅈㅎ. 소중함."

"...거짓말. 다 끼워넣은 주제에."

"...또 그러네. 너는 현실을 부정해. 너에게 닥친 시련, 그리고 그 상황을 니 생각대로, 니가 듣고싶고 보고싶은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이지. 그게 날 지배하는 너의 욕심이 너보다 더 강해지고 커진 이유야. 알아?"



닥쳐, 그 입- 그말을 끝으로 뒷주머니에 넣어논 커터칼을 날아올라 신제희에게 꽂았다. 두어번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내더니 그대로 공중에 떠있던 신제희는 땅으로 고꾸라진다.

"..쿨럭 쿨럭-"

"..."

"..큭...크큭.."

"...웃어?"

"...날 죽이니까, 니가 이긴것 같지..? 니가 맞는 것 같지....?"

"..뭐?"

"아니야, 단하나. 욕심이라는 건 치료할수 없는 바이러스와 같은거야. 키우면 키울수록 줄이는 방법은 없어. 왜,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다고 하잖아."

"...알아듣게 얘기해."


"니가 날...쿨럭.. 죽인다고 해서 니 욕심이 사라지거나 이 전쟁이 끝나지 않아. 니가 현실세계로 돌아가는 방법..? 그딴건 없다고."


말도안돼. 그래, 난 지금 나의 욕심에게 현혹되는 중이다. 믿을 만한, 신뢰가 될만한 말이다. 꿈을 꿀떄마다 여기로 오는데, 현실세계로 돌아올 방법따윈 나에게 필요하지도, 찾아볼수도 없다.

"..믿지마세요, 단하나씨."

"오엘엔."

"당신의 꿈은 절대 끝나지 않는 무한의 길이 아닙니다. 꿈이란 언젠가 깨어나는 거잖아요."

"..오엘엔."

"당신의 욕심이 저렇게 강해진것도, 당신이 늘 욕심을 아무도 모르게 키우고 있던거와 다를 바 없어요. 당신이 이번에도 욕심에게 현혹돼서 저 욕심에게 먹이를 또 주면, 욕심은 다시 당신을 현혹시키고 먹이를 먹겠죠."


"...그 먹이의 뜻은 뭔가요."


"..욕심은 불행을 불러오죠. 그 불행을 뜻합니다. 당신의 불행을 겪고, 욕심은 커지고."





























































엄마. 아빠. 나 잘살고 있는 거 맞아요..?















































































오늘 따라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만약에요, 정말 만약에...
























































































내가 정말 소중함을 잊고 욕심에 지배된다면.... 난 사람이라고 칭할 수 없는 인간이 되겠죠..?

























































































천상세계에서의 달이 빛나요, 엄마.












































































엄마의 미소만큼 기울어져 있네요, 달이.










































































그래서 그런가, 더보고 싶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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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22 21:21 | 조회 : 773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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