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죽은 드리머는 꿈의 정령에게 자신도 귀환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본부대로 정령은 그 죽은 드리머를 도왔고, 그 죽은 드리머는 지옥으로 귀환하게 됬어요. 지옥으로 가는 드리머들도 많았기에 별 신경 안썼던 정령이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죽은 드리머가, 자살로 인해 죽었던 인간이었어요.
"..자살이요?"
자살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죄목이라는 말도 있죠. 자살해서 온 드리머의 꿈을 흡수한건 처음이라, 정령은 불안정한 상태였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렇기에 우리 신들은, 정령의 부탁대로 드리머들을 위한 꿈의 책에 봉인했죠.
그리고 수십년 전의 신들의 봉인술은 현재의 신들이 따라갈 수 없어서, 그 누구도 그 책의 봉인을 풀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봉인을...
"당신이 푼거죠."
"...아니, 제가 궁금한 건 그 자살한 드리머..."
"아뇨, 그런건 과거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은 그 봉인을 풀고, 또 그런 특별한 힘이 있어요. 천상세계를 지킬 수 있다구요."
"글쎄요, 당신의 안목은 별로 훌륭한 것 같지 않은데요.."
천상세계를 지켜주시면, 당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낼 수 도 있어요.
그 한마디에 현혹 된 나는, 소리쳤다.
"..할게요."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나의 말에 백발여인은 눈을 크게 뜨며 울듯이 나를 껴안았다. 고맙다고, 당신은 날 실망시키지 않을걸 알았다고. 어깨 한켠이 차가운걸 보니 콧물이나 눈물을 흘렸나 보다. 으,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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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엘엔 님! 큰일났어요!"
..?오엘엔? 그게 본명이었어? 어디선가 촌티가 나는 이름이다. 왜 내게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는지 짐작이 갔다.
"..이름이 오엘엔...이에요?"
"아뇨, 게임 닉네임 처럼 가명을 쓰는 것 뿐입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신들은 사실 '진짜 신' 이 아니라 신 연기를 하는 것 뿐이니까요."
아...그렇네요. 오엘엔은 그 말을 끝으로 내 손목을 잡아 이끌곤 문을 빠져나갔다. 문을 나가자 마자 보이는 복도 끝 난간에 다다른 나와 오엘엔은, 극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완벽하게 귀환했던 드리머가 다시 찾아온 모양이군요.."
"..다시 찾아 올수 있는 건가요..? 다시 찾아오면 원래 이래요?"
"아뇨, 죽은 드리머가 찾아올때만 이렇게 먹구름이 낍니다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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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태풍오듯 끼고, 천둥은 쉴새없이 쳐댔다. 그런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나와 신들이다.
"..내가 돌아왔다, 신들이여."
곧이어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한줄기가 들려왔다. 어딘가 목소리가 쉬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먹구름과 천둥 사이로 한 인간이 내려왔다. 아니,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죽은 드리머, 그리고 오엘엔이 말한 '자살한 드리머' 인것 같았다.
"...왜 아무도 나를 반겨주지 않는 거야."
그 드리머는 날아서 우리 앞에 떴다. 빨간 눈에 검고 긴 머리. 교복에 피가 잔뜩 묻어져있는 행색에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그런 나를 발견한 그 드리머는 나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못보던 얼굴이네. 반가워."
"..난 별로 반갑지 않아요. 당신은 누구죠?"
".....억울하게 눈을 감게 된 학생 중 하나지. 아, 내이름은 신제희야."
"완벽하게 귀환한 당신이 왜, 다시 돌아온건지 말해줘요."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나에 다소 놀란 신들은 뒷걸음 쳤다.
"..죽은 드리머와 대화할수 있는 건 신밖에 없을텐데...!"
그 말에 나도 덩달아 놀라 뒤를 돌아본 찰나 -
푹-
아픈 고통에 다시 죽은 드리머, 신제희를 향해 돌아보았을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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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보다 내 가슴팍에 꽂힌 칼이 더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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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잘난 사람은 필요없어, 아, 그것땜에 내가 왕따를 당했었지만."
"내가 죽었는데, 왜 다들 너에게 관심이 쏠려? 너만 죽으면, 다시 나에게 관심을 줄거야."
그러니, 죽어, 너라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