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타고 날아서 (3)

"...진짜 왔네."

아 맞다, 학교! 급하게 알람시계를 확인했을 땐, 오늘은 선도부에게 걸리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늦을거, 그냥 설렁설렁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결석하는 셈 치고 나의 '꿈'에 다시 들어갔을 때,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놓았다. 언제 갑자기 쓰러져 잠을 잘 지 모르니까. 공책을 펼쳐, 지난 날 동안 있었던 일들과, 그것들에 대한 원인, 그리고 해결법과 어떻게 하면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드리머. 꿈을 꾸는 특별한 인간을 이르는 말. 인간의 꿈은 신보다 더 뛰어난 초원시적인 힘을 발휘하고, 그 힘을 관리하는 천상세계가 인간들의 '꿈'을 관리하는 곳이다.

천상세계로 가는 방법은, 잠이 들어 꿈을 꾸었을 때. 예전에는 이런일이 없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꿈을 꾸고 천상세계로 간 이후부터는 늘 꿈과 천상세계로 이어졌다.

해결법. 샤프로 쓴 뒤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그 세계에 다시 가지 않을 수 있는거지? 책에는 써져있었다. 자연적인 힘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인간세계에 악효과가 이루어질수 있다고. 그 말인즉, 인위적인 힘으로 돌아갈 경우 내가 살던 지상세계의 나에게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 세계에 가지 않고 꿈을 꿀 수 있는 거지? 그래, 그리고 날 관리하는 그 여자의 이름은? 그 여자를 어디서 보았더라..? 아.....나 지금..잠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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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드나요."

눈을 조심스레 떴을 땐, 마지막, 이세계를 떠나기 전에 발악을 하던 백발의 그녀였다. 그녀는 다소 화를 참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래, 난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먹지 말라던 사탕을 나 몰래 먹은 동생을 보는 마냥 말이다. 그녀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 세계가 낯설어 떠나고 싶었던 거에요."

"인간은 원래 그렇습니다.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든 더 덜어보려고 하는 마음이 들죠. 당신의 그 변명도 같고요."

"..죄송합니다"

"됐습니다. 애초에 당신의 사과를 들으려고 당신을 마중나온건 아니니까요."

그녀는 늘 나를 싸늘한 말투로 대했었고, 그리고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늘 이렇게 날 대할 예정일 것이다. 그녀는 눈을 한번 치켜올려 뜨더니, 이내 진정이 되었다는 듯 다시 감았다 떴다.

"..꿈의 정령이 깃든 책이 사라졌어요."

"..."

"당신이 가지고 간 것이란 건 알아요."

"..그것도 죄송합니다.."

"..부탁할게 있어요. 심신이 안정이 되었다면 따라와 주세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신발을 신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늘 그렇듯, 그녀가 마련해준 이 방은, 정말이지 정신병에 노출될 만한 방이 과언이 아니었다.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도배되어있는 이 방에서, 눈은 눈대로 아프고 어디 손이라도 베였다간 빨간 무늬하나가 찍힐 것 같았다. 진짜, 이 방 싫다. 그녀의 머리색깔도, 그녀의 옷도 모두 하얀색이었다. 그녀도 싫어지기 시작한다.

띵-

또각또각- 넓은 복도에 백발여인의 구둣소리가 넓게 퍼진다. 복도의 크기와 구둣소리의 소리크기가 비례하듯, 울려퍼지는 소리가 마냥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한 방에 우두커니 서서, 그 문을 눈빛으로 부시기라도 하려는 듯,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에요. 들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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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하려던 찰나, 다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책장으로 다가섰다. 책을 찾는 듯 뒤적거리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그래요..?"

"..아니에요. 아, 부탁할게 있다고 제가 말했었죠. 거기 의자에 앉아주세요."

"...의자가 없는데요..?"

아, 제가 만들어 드리죠. 말을 끝으로 그녀의 손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내 그림자를 가리듯 의자가 새롭게 생겨났다. 밝은 갈색이 이쁘게 어루어진 의자였다. 생각보다 흡족한 디자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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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나 씨가 가지고 간 그 책의 정령에 대해 알고 있나요?"

"..꿈의 정령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 정령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하였는지, 기억하나요?"

"...꿈에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언급했어요. 정말이에요, 다른 말은 안했었어요."

그녀가 의심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떠 나도 모르게 손사래를 치며 변명했다. 아니, 사실 변명이라고 하기엔 이상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녀의 기에 눌려 이렇게 행동하는 내가 무언가 자존감없는 아이 처럼 느껴져 초라했다.

"..푸흐-"

"..웃으신..거에요?"

"하나씨는 생각보다 순수하신 분이네요. 하나 씨라면, 분명 제 부탁을 들어주실 거라 믿어요."

"..아, 부탁이 뭐죠?"

..저희 천상세계를 지켜주세요. ..네? 다짜고짜 천상세계를 지켜달라니, 그게 말이야, 꿈이야. 잘못들은 줄 알고 되물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같았다. 저희 천상세계를 지켜주세요.

"..전 인간이에요..제 꿈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 절제력 부족한 인간이요.. 그런 제가 무슨 수로 커다란 천상세계를 지켜요..?"

"그 정령을 근거로 말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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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령은, 수십 년전 봉인 되었어요. 꿈의 정령 말이죠. 사실 그 정령이 나쁜 정령은 아니었어요. 떠돌고 떠도는 수많은 정령들의 종류 중에 '꿈'이라는 분류에 속하는 정령이었을 뿐이죠. 그런데, 인간세계에서 드리머가 점점 더 많이 오자, 많은 드리머들을 상대할 사람이 필요했어요. 드리머들에게 귀환 방법과, 그리고 그 외에 것들을 알려주고 교육해줄 대상이요.

그게 바로, 꿈의 정령이었죠. 그리고 드리머들이 인간세계로 완전히 귀환하면, 그들이 꾸었던 꿈들은 정령에게 흡수 되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죽은 드리머가 천상세계로 찾아왔어요.

"..죽은 드리머요?"

네, 죽은 드리머요. 드리머는 꿈을 꾸는 인간을 뜻하는 거라면, 죽은 드리머란... 꿈을 꾸는 죽은 인간을 뜻하는 거죠.

"..그게 악영향이 되었나요?"

아니요, 사실 이전에도 죽은 드리머 몇명이 찾아와 지옥이나 천상, 두개로 귀한하는 경우가 꽤나 많았었어요.


그런데..












































그 드리머는 조금 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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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17 21:06 | 조회 : 848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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