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完)

'저에게는 친한 친구 두명이 있었습니다. 이건 중학교 때 일이었습니다. '


저희반에서는 '땅구멍 빠트리기'라는 놀이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정해 그 사람을 '빠진 아이'라고 칭하고, 그 아이와 말을 섞은 사람이 다시 '빠진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4일 내에 그 '빠진 아이'가 아무와도 말을 섞지 못하면, 우린 그녀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너는, 죽었습니다.'









제 친한 친구도 그 '빠진 아이'라는 술래에 걸린 적이 있었고, 물론,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습니다.


.
.
.

그러던 어느날, 제 친한친구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
.
.

다행히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찾아가 대화도 나누고 했습니다.

.
.
.

당돌한 제 친구는 그 바로 다음날, 학교에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
.



'이 놀이를, 그만하자고.' 라고 말이죠.




.
.
.


그리고 그 말을 남긴 어느 날,










.
.
.


벚꽃이 휘날리는 봄이 다시 찾아왔다. 벚꽃나무는 제꽃을 자랑하듯 바람에 실어 여기저기 날려보낸다. 바람이 불때마다 꽃내음이 살랑 불어와 내 코 끝을 간지럽히기에 왠지 네 생각이 난다.

늘, 너에게 잘해주지 못한것이 마음 한켠에 돌덩어리 마냥 걸려있었다. 그리고, 넌 마지막까지 이기적이었다. 혼자, 너 혼자 그렇게 떠나 버리면 어떡하라는 거야.

난, 네가 죽은 그 날, 그리고 그 어느날. 법정에 서게 됬어. 너에게 그렇게 모진말을 했던, 그 강채현이 살인미수죄로 적용이 되더라. 분명 말이라곤 해도 넌 이미 죽은건데. 왜, 살인미수로 적용이 되는지 모르겠어. 우리나라가, 그렇지 뭐.

내가 법정에 선건, 증인으로 서게되었어. 너의 죽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말해야 했지. 내가 널 위해 할 수 있는건, 널 살려내는 일이 아니라, 널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벌을 주는 일이었으니까. 난 얘기했어. 그 놀이에 대해서, 그리고 그 놀이가 가져온 악영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놀이에 주범과, 죽은 널, 그렇게 만든 사람. 강채현을 말이야.

강채현은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었어. 강채현은 법정에서 소리쳤지. 모두가 가해자고 모두가 피해자인데, 왜 자기만 처벌을 받는 거냐고. 글쎄, 그걸 주동한 사람도, 따른 사람도 잘못한 사람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멈추라고 했을때 다들 동의했는데, 강채현, 걔만 아니라고 했잖아. 모두들 자신의 잘못과 그 행동들을 인정할때, 걔는 그 놀이를 그만두지 못하겠다고 했잖아.

사실, 이 놀이를 왜 했는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게 뭔지, 모르겠어. 이 놀이는 그저, 내가 살려면 남을 밟아야 하는 그런 잔인한 놀이밖에 더 되니. 그런데 지현아, 난 아직 니가 그립다. 늘 네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니가 '빠진 아이'라는 이유로 너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고 핑계를 대볼게. 사실 그렇지도 않아. 니가 '빠진 아이' 든 아니든, 난 너의 친구고 너의 아픔을 알고 있었잖아. 그걸 보호해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알고 있었음에도, 난 널 지키지 못했어. 그래서, 난 널 지키지 못한 바보같은 사람이지만, 그래서 니가 '빠진 아이'였기에 너에게 소홀했다고 변명할게, 정말 미안하지만, 이렇게라고 해야 할 것 같아.

그날, 내가 법정에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알아?



























.
.
.










"그리고, 그말을 남긴 어느날,"






.
.
.


"그 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
.
.


"거짓 없이 말한건가요, 증인 민서라 양?"


"..네, 모두 사실입니다. 윤지현 양이 죽기전 날,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나왔습니다. 그리곤, 자기가 이렇게 된건 이 놀이 탓이라곤 할 수 없다고도 말했죠. 이 놀이에 참여한건 자신이라며 자신을 탓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계속 말하세요."

"이 놀이를 그만하자는 윤지현 양의 말에 다들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한사람, 바로 강채연 양 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놀이를 끝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

"사실, 윤지현 양이 죽기전, 윤지현 양 같은 피해자가 한명 더 있었습니다. 그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고 전학을 갔고요."

".....그렇군요."


"그리고 강채현 양은 놀이가 하기 싫으면 그 피해자 처럼 전학을 가라고 말했습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어느날,"



"...증인"


"어,어...느날...."

눈물이 쏟구쳐 올라왔다. 내가, 내가 널 지키지 못한거야. 내가 널 죽이게 만든거야. 어느날, 니가 죽은 그 어느날, 차가운 눈보라가 일으치던 그 겨울, 그 겨울 밤, 그래, 그 어느날. 그 어느날 니가 얼마나 힘든 선택을 했던 걸까.

"...어느날....제,제...친구는...죽었,었습니다.."

눈물이 차올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너의 그 한은 내가 풀어주리라 약속했다. 니가 죽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던 그 어느날의 며칠. 그리고 이젠, 니 빈자리가 내게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
.
.



하늘은, 그럭저럭 지낼만하나 봐. 우린 , 그리고 넌, 왜 그렇게 까지 상처받아야 했던 걸까. 호기심에, 장난에 시작했던 그 놀이가,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는 걸 다 알면서도 계속했던 우리들, 정말 괘씸하다. 정말 싫고, 한심하다. 그리고, 넌 이렇게 이 세상에 사라졌는데, 그걸 잊은 채 죽을 사람은 죽고, 살사람은 살아야 된다는 이 뭣같은 우리나라가, 이 세상이 싫다. 니가 없는 하루가 싫다. 나도, 나도 거기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세은이는, 너를 계기 삼아 학교폭력전문 상담사를 꿈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 민서라는 검사가 되어 너처럼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될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들어, 너에게 다시 찾아갈게. 그때는 너에게 말하고 싶다.




















"..미안해."



















































- 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0
이번 화 신고 2017-12-09 16:39 | 조회 : 850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