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8)

다음날, 나는 휠체어를 끌고 학교에 갔다. 서라말이 맞았다. 여기서 도망치고, 외면해봤자 아무도 달라질 게 없었다. 내가, 내가 가서 말해야 하는게 맞았다. 그만하라고, 아니, 그만하자고. 처벌? 그것 따윈 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가해자고 모두가 피해자였으니까.

학교에 갔을 땐, 모두들 내게 인사를 건넸다. 거짓말같이 다시 난 그들의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들은 나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그누구도, 내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일을 언급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 사실 바라지도 않았다.

세은이의 도움으로 교탁앞까지 휠체어를 끌고 갈수 있었다.

"...이 놀이는 이제 끝이야."

내가 말했다. 짧고, 굵게. 이 놀이는끝이었다. 그래, 내 말대로 정말 끝이었다. 끝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도 끝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이었어. 서로의 동의가 있던 없던 시작했던 놀이였지만, "

"우리는 모두 참여했고, 첫 피해자는, 서라였지."

"그리고 진정한 첫 피해자는, 도혜였어."

도혜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자살하기 삼일 전, 전학을 갔었다. 난 도혜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서, 정말로 미안해서. 내가 너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이해했더라면, 니가 이렇게 떠나가는 일은 없었을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서로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하고, 또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너네들의 의견을 물어보려 했었는데, 물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이 끔찍한 놀이를 너희도 한번씩은 곱씹어 생각해 보았을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도혜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었어. 도와달라고 손을 뻗었는데도 도와주지 못했지."

"우린, 그 죄를 늘 안고 살아가야 할거야."

"너희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는, 그렇게 너희에게 탓하진 않을게."

"애초에 내가 이 놀이에 같이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테니까."

"..그러니까, 이 놀이 그만하자."

친구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는 친구들의 그 끔찍한 표정을 좋다고 하던 친구들이, 이제와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은 꽤나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이제라도 친구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상관은 없었다. 그래, 상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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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이 놀이를 그만두어야 하는데?"






















누군가 말했다.




"..뭐?"

순간 어이가 없었다. 지금 이 놀이때문에 난 자살을 시도했고, 도혜는 전학을 갔다. 그런데도 이 놀이를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 놀이는 사람을 죽이는 놀이이다. 사람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는 놀이. 아니 어쩌면, 이건 놀이가 아니라 폭력일 수도 있다. 너희들이 그토록 즐겁다고, 재밌다고 말하는 이 놀이가, 누군가에겐 죽도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는 일이니까.

"다들 동참했잖아? 그런데, 너 하나 좀 힘들었다고 놀이를 그만두자고?"

"..강채현"

그래, 강채현이었다. 새학기때 이 놀이를 주선한건, 기억났다, 바로 강채현이었다. 그녀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술래잡기를 하다가, 니가 힘들다고 그만하자고 하는거랑, 뭐가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놀이의 술래, 즉 땅구멍에 빠진 아이는 바로 나였다. 다른 애들은 아무런 군말없이 했떤 이 '빠진 아이'를 난, 그저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거다. 그래, 채현이의 말이 맞았다. 술래잡기를 하다 술래를 안하겠다고 그만두는 거랑 다를 바 없었다.

"....그럼 누가,"

"누가 너희에게 말해줘야 하는건데."

누가, 누가 너희에게 말해줘야 하는건데. 누가 이게 잘못됬다고 말해줘야 하는거야. 너희도 알고 있잖아, 이 놀이는 잘못된 놀이라는 걸.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는 이 놀이를, 누군가를 죽이고 깎고, 찌르고 그 잔인한 짓들을 하는 이 놀이를 왜 계속 이어 나가려고 하는거야? 너희는, 이게 재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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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기 싫으면, 너도 김도혜처럼 전학 가던가."

채현이의 말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보잘것 없는 그냥 일반 학생이었다. 우리반 애들 눈에는 그저 '빠진 아이'를 하기 싫어 그만 두는 애 처럼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누구도, 내가 죽고 싶을 것 같아서 이 놀이를 그만두는 거라고는 , 그 누구도 생각해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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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요, 아무래도, 나.

















































이 놀이를 끝낼 자격은 안되나봐요.
























































그러니까, 난 이제 그만 이 놀이에서 빠져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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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9 16:15 | 조회 : 832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정말 놀랍도록 무서운 이 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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