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7)

서라는 조금 당황한 듯 싶었다. 이렇게 과격한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어쩔줄 모르던 세은이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놀이도 안 끝났어, 지현아."

도대체, 너네가 내게 전하던 말중에 진실은 뭐야? 왜 날 이렇게 더 불행하게 만드는거야. 도대체 왜, 왜 나에게 이런 지옥같은 시간을 건네주는거야.

"어차피, 이 놀이는 안끝날거야. 처벌? 그딴 거 뭐. 우리반 전체가 받을 텐데."

"...민서라."

"생각해봐, 그 놀이,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데?"

서라의 말은 틀린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화가났다. 다같이 동참한 이 놀이의 가해자는 우리반 전부 였다. 나도, 그리고 내앞에 있는 서라와 세은이도. 그리고 한번씩 그 '땅구멍에 빠진 아이'가 되었으므로, 우리반 전부가 피해자였다. 그래, 역시 이 놀이는 우리를 어떻게든 힘들게 만들 놀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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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이 있다고 들었어, 윤지현."

"..응. 너희랑 말하는 것만으로 괜찮아 지는 듯 싶지만."

사실이었다. 누군가와, 내 친구들과 말할 수 있던건 안믿기겠지만 벌써 20일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너네와 말을 나눠보고 싶었어. 지난 20일동안 난, 내 목소리를 잊었단 말이야. 이 후유증은 너희와 대화하는 것만으로 지금 엄청난 치유가 되고있는듯 해.

"...어떻게 할 거야, 지현아?"

세은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반 친구들은 너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이 없다는 걸 넌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 세은이는 늘 날 걱정했다. 중간중간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뱉었긴 해도 세은이와 서라 만큼은 내 곁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모르겠어."

"..윤지현, 너 잘생각해야 되는거야."

니가 여기서 모르겠다고 외면하고, 등돌리고, 그냥 피하면, 사라진 널 대신에 다른 아이가 다시 땅구멍에 들어가는 거라고. 왜, 아직도 몰라? 니가 죽으면 될 줄 알았어? 니가 죽는건 넌 그냥 죽는거야. 니가 죽는다고 해서 놀이가 끝날 것 같아?

나에게 무서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서라였다. 틀린 말은 없었다. 내가 사라지면 나 대신에 다른 누군가가 또 땅구멍의 아이가 될테니. 그리고 그런 일은 뫼비우스의 띠 처럼 계속 반복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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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9 15:12 | 조회 : 749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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