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6)

눈을 떴을 땐 하얀 천장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우는 소리가 들린다. 나, 죽은건가? 눈을 지그시 떠 옆을 바라보니 부모님이 울고 있다. 밑을 보니 손에는 링거가 잔뜩 꽂아져 있다. 아, 나 살았구나. 반은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반은 지옥을 끝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엄마?"

"...지현아, 왜 그랬어. 어? 왜, 왜...."

"..엄마."

나, 죽고 싶다하면, 죽게 해줄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네가 안생겨서 얼마나 고생했었는데! 너 그게 엄마한테 할 수 있는 소리야?!

속상한 마음에 나에게 소리치는 엄마의 눈엔 이미 닦을 수 없을 만큼 눈물이 맺혀있다. 그래, 엄마도, 내가 살아있길 원하잖아. 내일이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 많이 내 머릿속엔 맴돌았다.

"..내일 학교 안가면 안돼?"

"왜, 누가 너 괴롭히니? 엄마한테 말만해."

"...엄마, 사실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다. '놀이가 어떻게 시작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반에선 인기의 놀이가 되었어요. 정해진 사람은 아무와도 말을 할 수 없었어요. 만약 정해진 사람과 다른 친구가 말을 하면, 그 친구가 아무와도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14일 이내에 바톤터치를 하지 못하면, 그 친구에겐 죽었다고 말해야 했어요.'

엄마는 내 말을 들으면서 눈물을 끝없이 흘리기만 하셨다. 손수건으로 닦고 또 닦아 보아도 이미 젖은 손수건으로 모든 눈물이 닦아지지 만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어느날은, 그 애와 톡을 했다는 이유로 제가, 그 지정된 사람이 됬어요. 어떻게든 말을 해보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다른 친구가 그 '지정된 사람'이었을때는 몰랐는데, 너무 아프더라고요, 마음이'

'이 놀이는 내가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하는 놀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만약 내가 죽으면, 남이 죽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래서 죽으려고 했어요, 엄마. 엄마가 속상해하고 아빠가 울걸 알면서도, 전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내일 학교가서 애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요. 이 놀이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뿐인걸요.



그런데도, 그 아이들은, 내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해도, 그 놀이를 멈추지 않을 거란걸, 전 알아요.







그래서, 내일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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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담임 선생님께 말을 전했다. 분명 그 일은, 내가 김도혜처럼 욕을 먹을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들이 놀이를 그만 두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여기서 더 놀이를 진행하다간, 하나도 남김 없이 서로를 죽이고 또 죽일 테니까.

"...네, 선생님. 회복도 필요하고 그러니...아직 낫기 전까지는 학교에 못보낼 것 같아요. 후유증도 살짝씩 있는 것 같고. 퇴원하기 전까지 그 놀이랑, 반 학생들 문제를 해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네."

엄마는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계속 눈물을 흘리시면서도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엄마는 내가 전치 8주라고 했다. 다행히 머리가 먼저 떨어지지 않은게 행운이라고 했다. 사람이 떨어질땐 제일 무거운 머리가 먼저 떨어져야 하는데, 나는 정말 돌아서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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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뒤, 세은이와 서라가 병문안을 왔다. 어딘가 울적해 보였다. 놀이는 끝났다고 말했다. 먹을 것을 잔뜩 사온 그들에게 '나 음식 못먹어'라고 전하자 자기들이 하나 둘 입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

"...미안해, 지현아"

갑자기 서라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끝났다며 - 괜히 싱겁게 사과하기는-

"사실, 니가 나랑 톡한거, 내가 캡쳐해서 사진 뿌린거거든."

...뭐? 입으로는 미안했다고 내뱉는 민서라의 표정은 꽤나 당당했다. 자기도 살아야 했으니까, 그 구멍에서 빠져나와야 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 그 다음날 내가 그렇게 된게...니짓이야?"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어쩔수 없었잖아, 아님 나 죽은 사람되는데."

"..민서라, 너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차라리 잘못했다고, 그때 일을 용서해달라고 나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니가 이렇게 당당해도 돼? 난 너 때문에 20층 아파트에서 떨어졌어. 겨우 목숨 건진 나에게 하는 말이, 나도 살아야 돼서 너를 땅구멍에 빠트렸다고?

"아니 ㅋ, 너 내 친구잖아. 친구가 죽은 거 원하는 사람이 어딨어 진짜."

나 이해도 못하는 너랑 내가 친구라니- 답답하다, 윤지현. 민서라는 내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래, 난 답답한 아이다. 그리고 지금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다. 민서라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민서라가 '너는, 죽었습니다' 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진 않았었으니까.

그런데, 넌 내 아픔을 대신할 수 있니? 내가 죽었던, 아니 죽으려고 했던 그날을 이해할 수 있어? 니가 만약에 그 톡 내용 사진을 뿌리지 않았더라면, 그냥 계속 니가 구멍에 빠져있었다면, 그리고 니가 나처럼 세상을 끝낼 선택을 했을때, 내가 니 말대로 말하면, 네 기분은 어떨것 같아?



서라야, 차라리 니가 죽어.
































널 용서할순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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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9 13:53 | 조회 : 765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점점 어긋나는 우정의 사이, 정말 놀이는 끝이 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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