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5)

주말동안에는 부모님은 일을 나가시고 혼자 집에 있었다. 형제도 없어서 어쩌면 혼자 집에 있는게 편하기도 했다. 티비를 켰다. 뉴스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귀에 쏙쏙 들려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계속 뉴스를 보며 소파에 누워있었다. 다행이었다. 만약, 오늘이 학교가는 날이었으면, 그리고 아무와도 말을 못했으면, 난 죽은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학기때 정한 규칙에는, 주말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주말을 제외한 14일, 내가 누군가와 꼭 말해야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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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건이 올해를 포함에 잇따라 늘고 있는 가운데 교육청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학교폭력. 학교, 그리고 그 학교 주변, 학교에 있는 구성원들에 의한, 폭력.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내는 그 나쁜 네 글자는, 솔직히 말해서 거창한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때리고 발로 밟고, 그래야만 '학교폭력'이라고 칭하는걸까? 아니, 적어도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땅구멍에 빠트리는 이 놀이도, 학교폭력 일텐데.

사실, 어쩌면, 우리반 친구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놀이는 나쁜것이라는 걸. 그만 해야 한다는걸.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처라는 걸. 그런데도 멈추지 못하는건,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놀이를 끝내기에는, 너무 많은 패배자가 있고, 아직 남아있는 게이머들은, 흥미진진한 놀이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돌이킬 수 없이 수두룩한 패배자와, 그리고 아직도 이 놀이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게이머들이 남아있으니까.

그래, 요약하자면,

























너무 많은 친구들이 상처를 받았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할 순 없을 테니까. 학기 말까지 이 놀이를 끌고갈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꽤나 스릴있는 놀이거든', 이라고.











































































누군가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을, 너희들은,





























































재미있다고 말한다.


























































심심해서 시작한 것이라고. 심심해서 하기 시작한 놀이라고 핑계대며






















































너희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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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이 지옥은. 주말이 지나가면, 나는 다시 나의 말동무가 되어줄 사람을 찾아야겠지. 그리고 그 말동무가 없으면, 난 죽은 사람이 되겠지. 말동무가 생겨도, 그 말동무가 다시 나 같은 처지가 되겠지. 그래, 차라리 내가 죽으면, 더 이상 패배하는 사람이 없진 않을까?









































여기서 그냥, 이 게임을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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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은 문이 잠겨있었다. 그래, 하긴. 자살률도 높은 우리나라가 자살하세요~ 라면서 옥상문을 열어 놓을리는 절대 없었다. 상관 없었다. 아파트 계단 층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그만이었으니까.


한번에 죽자, 윤지현. 괜히 살아서 더 좋은 꼴 못당하는 것보단.
























한번에 죽는게 나을거 아니야.





눈을 꼭 감았다. 창문을 열고 머리 부터 다리를 조심스럽게 하나하나씩 꺼냈다. 조금은 작은 창문이라, 비좁은 틈을 열어 나오는것도 쉽지 않았다. 나오다가 떨어져도 상관 없다. 그냥, 한번에 죽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전만해도 즐기던 놀이, 그거 하나때문에 지금 니가 죽으려 하는 거냐고.
















근데 그말을 지금은 좀 정정해야 할것같다. 그때는 이렇게 힘든줄, 아픈 줄 몰랐다. 이 놀이를 계속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너네가 땅구멍에 빠지면, 이렇게 아픈줄, 힘든줄, 죽고 싶은 줄 몰랐겠지, 라고.







휘청-















창문 틀이 갑자기 흔들렸다. 미끌거리며 창문을 잡고 있던 손이 창문을 놔버렸다. 다리가 걸려있던 창문틀에서 다리가 쑥- 하고 나왔다. 20층에서 떨어지고 있다. 귀에서는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맴돈다. 눈물이 흐른다. 차갑다. 눈을 감자 눈물 방울방울이 내가 내려가는 속도위에 머무른다.




문득, 옛날 뉴스에서 본 기사가 떠오른다.
















사람은 자살을 감행하려고 하고, 그게 진행되고 있을떄, 가장 후회한다고 한다.

































그래, 나도 지금 후회중이다. 조금만 버틸걸. 아니, 그냥 선생님에게 말하는게 나았을 려나?






























엄마 아빠한테 미안하단 말도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유서라도 쓰고 나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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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와 세은이는 지금 뭐하려나. 나처럼 누구와 말을 못하는 처지는 아닐테니까 행복하게 놀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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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지금 내가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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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반에 좋아하던 남학생도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음 고백이라도 하고 죽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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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한테 나, 미안하다고는 말했었나. 너에게 했던 모진말들을 주워담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이젠 니가 이해된다고, 사과라도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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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렇게 후회하는게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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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후회되는건, 그 놀이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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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누구라도 좋으니 뉴스기사 하나 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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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여학생, 자살로 인해 숨져, 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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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들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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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 제목은 '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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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내가 이렇게 힘든 걸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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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지, 모르니까, 그 놀이를 계속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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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다 떨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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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이런 놀이, 하지 않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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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9 13:31 | 조회 : 773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아직 완결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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