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2)

그래, 그리고 절대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 땅구멍빠트림이,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었다. 친구들이 당하고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 없던 그 표정, 그래. 그 모습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땅구멍에 빠져있음에 깨닫고 나선, 정말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것에 감탄하고 재미있어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외로움이 사무치고 있었다.

수위는 점점더 높아져만 갔다. 계단을 걸어가는 친구를 밀어 말을 섞기도 했다. 친구를 샤프로 찌르거나, 물을 쏟아 붓는 등, 해서는 안될 행동을 점점 더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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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가 요즘, 친구를 한명씩 돌려가면서 왕따 시키는 놀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다들 조용해졌다. 선생님의 싸늘한 눈빛에 제압당한 듯 하였다. 모두들 눈빛으로 주고 받았다. 그래, 이 놀이를 말한건, 김도혜, 그 애 뿐이었다. 이 놀이로 가장 큰 피해자, 죽은 사람이 된 그 아이 뿐이었다.

"누군지 말안할거다. 너네도 들어보니 심한 짓 많이 했던데. 다음에 걸리면 그땐 생기부에 어떻게 적힐지 고민하고 있어라."

종례를 마치고 나와 서라, 세은이는 복도를 걸어나왔다.

"...도혜가 말한거겠지."

내가 말했다. 그래, 이 시발점을 만든건, 김도혜, 걔뿐일 것이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건넸던 그말에 숙였던 고개를 더 숙인건, 김도혜밖에 없었으니까.

"..걔는 왜 말한거야, 한창 재미있었는데"

세은이는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때 서라가 하는말은,

"야, 지금 천세은 너 윤지현이랑 말했어. 너 땅구멍 빠진거라고."

"뭐래, 쌤이 그만하랬잖아. 너도 좀 그만해."

그래, 우리는 이 놀이에 중독 되어있고, 익숙해져버렸다. 그게 언제가 어떻게 됬든 이제 그만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 선생님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다시시작할 친구들이지만, 지금 만큼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놀던 게임기를 동생이 고자질해 엄마에게 빼앗긴 기분이다. 그리고 그 게임기는 '땅구멍 빠트리기', 동생은 '김도혜' 걔였다. 왜 고자질 한걸까? 내가 겪었을 땐 며칠지나면 상관없을 일이었다. 누군가와 말만하면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일도 아니었다. 도혜는 착하고 좋은 애였다. 누군가와는 꼭 말을 할 수 있을 법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런 도혜는 우리반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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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도 선생님의 눈을 피해 계속 그 놀이를 진행했다. 그 뒤 조금더 발전한 우리들의 놀이는, 도혜가 아닌 죽은 아이가 여러명 더 생기게 했다. 죽은 아이들은 죽은 아이들끼리 모여다녔다. 오랜 시간 갈구했던 '친구','우정'이라는 것이 생긴것에 포효하는 맹수같았다. 며칠 굶은 하이에나 같았다.

나에게 가장 친한친구, 서라가 다시 땅구멍에 빠졌다. 나는 친구들 몰래 밤에 서라와 톡을했다. 사실 '대화'를 나누어 땅구멍에 빠지는 일은, 카톡도 포함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친한친구가 그날 아무와도 말을 할 수 없는건, 그에 절친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내가 땅구멍에 빠졌을때도, 서라는 톡으로 나와 대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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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애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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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9 12:43 | 조회 : 773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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